모태펀드 AC 출자 ‘실종’, 업계 성장했지만 지원은 더 줄어

12% 성장한 액셀러레이터 업계, 정부 지원은 삭감 “알아서 살아라”는 정부 태도, 스타트업 씬에서도 반복되는 저출생 현상? 업계 자정 노력도 필수, ‘좀비 액셀러레이터’ 퇴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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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펀드 축소로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AC) 분야 전용 출자가 사라지면서 액셀러레이터 업계가 올해 벤처펀드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육성 및 보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용 출자 분야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 업계인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모태펀드 1, 2차 정시 출자에서는 액셀러레이터가 결성한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1년에는 100억원, 2022년에는 214억원(수시 출자 포함)이 출자됐지만, 올해는 모태펀드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면서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별도의 출자가 편성되지 않은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출자 항목은 정부가 2020년 액셀러레이터의 벤처펀드 결성을 허용하면서 2021년에 신설됐다. 액셀러레이터가 보다 다양한 벤처펀드를 결성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지원하도록 장려하기 위한 취지였다. 특히 액셀러레이터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운용사의 육성 역량에 대한 평가도 실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액셀러레이터 전용 투자 프로그램은 폐지됐지만, 액셀러레이터는 다른 분야의 출자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간 액셀러레이터가 전용 출자와 일반 출자를 통해 조성한 펀드의 규모는 2020년 1,290억원, 2021년 1,697억원, 2022년 2,039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셀러레이터는 벤처캐피털에 비해 투자 실적만으로는 경쟁력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중소벤처기업부가 투자 동결 속에서도 창업 생태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살아날 수 있도록 초기 스타트업 육성 및 보육 관련 투자 자금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했다. 액셀러레이터(AC)는 창업가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며 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올해는 모태펀드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자립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어려움이 예상된다.

총 투자금액 4,600억원 돌파, 2000개사 발굴한 AC 

2023년 3월 기준 활동 중인 액셀러레이터 수는 400개를 넘어섰고, 총 투자 금액이 4,600억원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발굴한 스타트업만 해도 2,000개사에 육박한다. 4년 전 대비 전국적으로 그 수가 2배 늘어났다. 액셀러레이터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투자 전략에 있어서도 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전에는 지분 투자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외부 전략적 투자자와 공동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의 긴밀한 협업과 공동 투자 목적의 벤처캐피털 펀드 조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초기 투자 생태계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투자 환경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상장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모태펀드 출자, 투자조합의 위탁운용사 역할 거부 등 벤처캐피털(VC)에 비해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빠르게 성장하는 액셀러레이터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액셀러레이터 업계에 미흡한 정부 지원

액셀러레이터의 성장과 중요성에 비해 액셀러레이터의 성공을 돕는 지원 시스템은 미흡하다. 정부는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지원하지만 액셀러레이터는 지원하지 않는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으로 사모펀드(PEF)를 결성할 수 없다는 법 규정으로 인해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등록을 취소했다. 또한 액셀러레이터는 벤처캐피털에 비해 규모가 작아 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어 대규모 조합을 설립하기 어렵다. 정부는 액셀러레이터가 스스로 투자 환경을 헤쳐나가도록 방치했다. 초기 투자 생태계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원 부족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실제 2022년도와 2023년도 유형별 액셀러레이터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도 대비 2023년에 그 수가 46개사 증가한 데 비해 정부 지원을 받는 팁스(TIPS) 운영사는 49개에서 43개로 6개 줄었다. 업계가 12% 성장하는 동안 정부 지원은 12% 줄어든 것이다. 팁스(TIPS)는 우수한 기술 아이템을 가진 초기 기술 기업이나 창업팀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민간과 정부가 함께 투자하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팁스에 선정되면 남다른 규모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많은 운영사와 기업이 팁스의 투자를 받길 원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위험을 감수하고 다른 방법으로는 지원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스타트업이 성장을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가 11.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액셀러레이터는 창업 3년 미만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지했다. 이러한 지원이 없다면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유니콘에만 집중하면 혁신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의 중요성

액셀러레이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이후 많은 액셀러레이터가 사모펀드(PEF) 결성을 금지하는 벤처투자촉진법에 의해 등록이 취소되었다. 또한 액셀러레이터는 벤처캐피털에 비해 규모가 작아 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규모 조합을 결성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업계는 정부 지원이 벤처캐피털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액셀러레이터는 별도의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해야 하고 고정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도 우수 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260억원 규모의 정부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은 올해 차별 논란에 직면했다. VC 중심의 정부 지원 방식은 액셀러레이터 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지원 부족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자금원을 이용할 수 없는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수가 감소하여 혁신과 경제 성장에 대한 잠재력을 더는 키울 수 없게 된다. 중소형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어렵다. 지금도 투자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민간 자금 확보가 줄어들었고, 금융기관은 여전히 소규모 벤처펀드를 받지 않으려 하는 추세다. 이러한 악조건이 지속되면 모태펀드 출자 감소로 펀드 결성이 어려워져 액셀러레이터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

업계의 자정 노력도 요구돼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단계의 투자를 유치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의 지원이 없으면 언제든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업계의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액셀러레이터 산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소위 ‘좀비 액셀러레이터’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업체는 등록제를 악용하여 스타트업을 진정으로 육성하고 투자하는 대신 정부 보조금만 챙기고 있다. 이러한 좀비 액셀러레이터 중 상당수는 정부 보조금 수령을 가장하여 스타트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이 낮은 여러 기관에 자격을 개방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받던 브로커나 컨설팅 회사도 보육 공간만 갖춘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등록으로 인해 실제 보육과 투자 업무를 하는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과잉 등록으로 인해 자격이 없는 업체들이 난립해 스타트업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이다. 학교 내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최소한의 요건만 갖추고 정부 보조금 컨설팅만 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소규모 사무실을 차려놓고 액셀러레이터라는 간판을 내건 업체도 등장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 보조금 수령에 따른 성과 수수료를 요구한다.

정부와 이해관계자는 등록 기준 강화, 공시의무 강화, 법적 규제 개정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자생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혁신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촉진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기업가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땐 스타트업의 성장과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만큼 존재감이 크다. 그러므로 정부는 액셀러레이터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성장과 혁신을 지속해서 견인하는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장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