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버블’ 신호탄? 로켓 회사 ‘버진 오빗’ 파산
소형위성 공중 발사 시장 개척한 버진 오빗 6번 중 2번 실패하며 자금난, 자금 조달 실패 후 주가 사상 최저치 기록 2024년을 예고한 국내 서비스는 무산될 전망
한때 상업용 우주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버진 오빗이 파산한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경이 2017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획기적인 공중 발사 시스템인 런처원을 통해 위성 발사 시장에 혁명을 일으키고자 했다. 야심찬 계획과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우주 산업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회사의 자산을 회수하고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구매자를 찾고 있다.
4일 CNBC 보도에 따르면 버진 오빗은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미국 파산법 제11장에 따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챕터 11 파산 보호는 회사의 채무 상환을 중단하고 자산을 매각하여 회사를 재구성하는 절차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달리 회사 대표자가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댄 하트 버진 오빗 최고 경영자(CEO)는 “우리가 만든 최첨단 발사 기술은 회사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서 구매자에게 매우 매력적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버진 오빗은 인수자를 찾는 동안 회사를 계속 운영하기 위해 자매 회사 중 하나인 버진 인베스트먼트로부터 3,16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지난 화요일 댄 하트는 전체회의에서 직원들에게 적절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가까운 장래”에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고 알렸다. 또한 “즉각적이고 극적이며 극도로 고통스러운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다음 달 초까지 회사 직원의 85%가 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진 오빗의 몰락은 우주 산업 벤처에 뒤따르는 위험과 도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일론 머스크가 설파하는 우주 식민지화가 임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실의 우주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주 많다.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버진 오빗은 지난해 분기당 5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대주주인 리처드 브랜슨은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11월부터 5,5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했지만, 6번째 발사 실패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를 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버진 오빗에 대한 브랜슨의 총 투자액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알려졌다.
버진 오빗의 혁신적인 런처원 시스템
버진 오빗의 런처원은 300~500kg의 소형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유연하고 비용 효율적인 솔루션이다. 기존의 수직 로켓 발사대와 달리, 길이 21m의 런처원은 “코스믹 걸”로 알려진 개조된 보잉 747의 날개에 부착되어 기능한다. 항공기가 적절한 고도에 도달하면 로켓이 발사되어 엔진에 불을 붙이고 우주로 추진되어 탑재물을 전개한다.
공중 발사의 가장 큰 장점은 발사 방위각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로켓을 발사할 때 발사 방위각은 북위 0도, 동경 90도, 남위 180도 등 발사 장소의 위도에 따라 결정된다. 버진 오빗은 비행기가 이륙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모든 공항을 발사 장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공중 발사 시스템의 장점에는 값비싼 발사대가 아닌 간단한 활주로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점과 변화하는 위성 발사 요구 사항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포함된다. 그러나 지난 1월 버진 오빗의 첫 로켓 발사 시도가 실패하면서 회사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2021년 1월 이후 버진 오빗은 이 기술을 사용하여 6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며, 4번의 미션 성공과 2번의 실패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의 실패는 지난 1월 영국 콘월에서 여섯 번째 발사를 시도했을 때 발생했다. 이 발사는 영국 우주국 및 스페이스포트 콘월과의 협력 하에 시도됐는데, 버진 오빗은 9개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려고 했으며 이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 현상’으로 인해 로켓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버진 오빗은 “데이터에 따르면 2단 첫 연소가 시작될 때부터 연료 공급 라인 내의 연료 필터가 정상 위치에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2월 중순에 설명했다. 또 “추가 데이터에 따르면 필터의 하류에 있는 연료 펌프가 효율이 저하된 상태로 작동하여 뉴턴4 엔진의 연료가 고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작동으로 인해 엔진은 정격 엔진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게 되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버진 오빗은 2024년에 한국에서 우주 발사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바 있다. 이 회사는 제이스페이스홀딩스라는 한국 회사와 위성 발사 서비스 제공 계약을 체결하고 발사를 추진 중이었다. 하지만 버진 오빗이 파산에 들어가면서 이 계약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이스페이스는 지난해 1월 21일 설립된 자본금 5천만원 규모의 회사로, 경영 컨설팅업으로 등록되어 있다. 회사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위성 발사 및 항공우주 관련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며 “항공우주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국내외 기업과의 기술 교류 및 구축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주요 사업 분야는 항공우주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 민간 항공우주 기술 확보, 발사체 경제성 확보를 통한 위성 발사 서비스 추진, 우주 바이오 등이다.
지난해 8월 버진 오빗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제이스페이스는 버진 오빗에 약 50억원 규모의 일정 금액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계약이 비현실적이라는 우려에 대해 제이스페이스 관계자는 “아시아에서 한국의 제이스페이스홀딩스가 버진 오빗과 정식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톱다운 방식의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버진 오빗의 파산은 제이스페이스홀딩스의 한국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이스페이스홀딩스 자체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주 분야에서 잘 알려져 있던 기업인 버진 오빗의 갑작스런 실패는 상업용 우주 산업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확실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우주 산업에 대한 경종을 울리다
버진 오빗의 파산은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직면한 내재적 위험과 과제를 강조한다.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위성 발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은 우주 상용화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과대광고로 ‘우주 거품’을 만들어 냈다. 버진 오빗의 몰락을 계기로 업계 이해관계자와 정부는 우주 탐사 및 상업화에 대한 기대와 접근 방식을 재평가할 것이다. 향후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다 신중히 미래를 전망하고 예측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버진 오빗의 파산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인 항공우주 발사 개념은 여전히 우주 산업에 매력적인 전망으로 남아 있다. 일론 머스크의 SpaceX는 재사용 가능한 로켓 기술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하여 다른 기업들이 위성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버진 오빗이 자산과 기술에 대한 구매자를 찾고 있는 만큼, 우주 산업의 다른 업체들도 비용을 절감하고 유연성을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중 발사 시스템을 계속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노력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기술 발전, 시장 수요, 적절한 자금 확보 능력 등 여러 요인의 조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버진 오빗의 파산은 우주 탐사 및 상용화에는 현실적인 기대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며 우주 산업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항공우주 발사 기술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버진 오빗의 몰락에서 얻은 교훈은 의심할 여지 없이 향후 몇 년 동안 업계에서 궤도를 형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