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타깃 ’19금’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플링, 20억 시리즈 A 브릿지 투자 유치
기존 성인물 시장 관습 타파, 여성 겨냥한 오디오 형식 성인물 콘텐츠 자체 제작 대형 플랫폼이 손 못 뻗는 성인물 시장, 콘텐츠 스타트업에는 ‘새로운 도전’ 오디오·숏폼 콘텐츠 선호하기 시작한 소비자들, 시장 성장세 딛고 선두 주자 될까
여성들을 위한 센슈얼 오디오 드라마 플랫폼 ‘플링(PLING)’을 운영하는 센슈얼모먼트가 2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시리즈 A 투자에 단독 참여했던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가 단독으로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2020년 12월 설립된 센슈얼모먼트는 국내 최초 센슈얼(Sensual)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플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통해 플링 앱 내 인공지능(AI) 보이스 기술을 접목하고, 다양한 목소리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청취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센슈얼모먼트 관계자는 “AI를 통해 입체적인 청취 환경을 제공하고, 플링의 오리지널 IP를 기반으로 K-오디오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여성’ 겨냥한 센슈얼 오디오 콘텐츠
‘플링’은 웹소설 작가, 전문 연출가, 사운드 디렉터, 성우 및 배우 등 전문 인력이 제작한 ‘센슈얼’ 오디오 콘텐츠를 제공한다. 센슈얼은 섹슈얼(Sexual)과 센시티브(Sensitive)의 합성어로, 감각적이고 섬세한 무드의 섹슈얼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멀티태스킹 및 짧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MZ세대가 콘텐츠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오디오 드라마 콘텐츠의 인기도 덩달아 급증하는 추세다. 굳이 시간을 내어 읽거나 볼 필요 없이 틀어 놓고 편하게 귀로 듣기만 하면 된다는 오디오 콘텐츠 특유의 편의성이 부각된 것이다. 플링은 이용자가 콘텐츠를 부담 없이 청취할 수 있도록 평균 20분 내외의 숏폼 오디오 드라마를 제작, 70% 이상의 완청률을 확보했다.
자체 제작하는 성인물 콘텐츠의 주요 타깃을 여성으로 지정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성인물 콘텐츠는 남성의 시각에서 제작되어왔다. 어디까지나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인 만큼, 여성을 욕망 해소의 ‘도구’처럼 다루는 등 여성의 시각에서는 불쾌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성적인 기대와 상상을 충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셈이다.
플링 서비스는 남성 중심적이었던 성인물 시장에 ‘유교걸(개방적인 문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성)’의 상상력을 깨우는 로맨틱 판타지 ASMR’이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출사표를 던졌다. 플링은 대형 플랫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향’ 성인 로맨스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여성의 시각에서 성인물 콘텐츠를 제작, 여성 소비자가 품고 있는 성적 판타지를 오디오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센슈얼모먼트 지난해 11월 IOS 이용자를 대상으로 웹소설 서비스 ‘플레이 노벨’의 베타 버전을 출시했다. 플레이 노벨은 웹소설을 텍스트뿐만 아니라 오디오 드라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청자가 웹소설 명장면의 주인공 역할로 몰입할 수 있는 롤플레잉 오디오 드라마로, 성우의 연기 및 음향 효과를 가미해 더욱 높은 콘텐츠 몰입도를 구현했다.
현재 플링은 전문 작가진과 성우,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보이스 크리에이터들의 집단 창작을 통해 2,000여 편의 오디오 콘텐츠와 1만여 편의 웹소설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4월 앱 출시 이후 현재까지 37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앱스토어 도서 부문에서 4차례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차후 오디오 드라마뿐만 아니라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 유형을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타깃 세분화되는 성인물 콘텐츠 시장
최근 성인물 콘텐츠는 콘텐츠·IP(지식재산권) 스타트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 시장의 수요 분화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의 ‘양대 산맥’은 네이버와 카카오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전 국민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만큼 소재 채택에 한계가 있다. 이에 중소 웹툰 플랫폼들은 대형 플랫폼이 다루기 힘든 성인물 장르를 겨냥,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성인 콘텐츠로 성공한 중소 웹툰 플랫폼으로는 탑코가 운영하는 탑툰이 있다. 남성 이용자를 겨냥한 웹툰 플랫폼인 탑툰은 19금 웹툰 분야 1위 플랫폼이다. 전 세계 가입자 수 4,500만 명, 2021년 기준 매출은 658억원 수준이다. 탑툰이 보유하고 있는 자체 제작 작품은 250여 개이며, 이 중 성인물 비중은 70%, 성인물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키다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봄툰은 여성을 겨냥한 웹툰 플랫폼으로, 연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봄툰은 여성 독자를 겨냥한 로맨스 장르 및 남성 간의 사랑을 다룬 BL(boy’s love) 장르의 웹툰으로 충성 이용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키다리스튜디오가 운영하는 또 다른 플랫폼인 레진코믹스 역시 여성 소비자를 겨냥한 성인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한 작품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이들 플랫폼은 특정 독자층의 취향을 반영해 이용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성인물 웹툰은 이제 틈새시장을 넘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등 어엿한 ‘IP’의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콘텐츠 제작 역량이 있는 스타트업에 일종의 기회로 자리 잡은 셈이다.
플링 역시 여성이라는 특정 독자층을 중점적으로 겨냥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성인물 웹툰 시장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오디오’ 형식의 콘텐츠로 접근 장벽을 낮췄다는 점이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소비자는 영상 콘텐츠에 비해 피로감이 덜하고, 멀티태스킹이 용이한 오디오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플랫폼에 비교적 친숙한 MZ세대마저 오디오 콘텐츠에 눈길을 주는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27년 753억 달러(한화 약 89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 리서치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한국의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2024년까지 9,160만 달러(한화 약 1,035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플링은 점차 변해가는 콘텐츠 소비 형태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주요 타깃층의 이목을 끌 만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확보한다면, 차후 가파른 시장 성장세를 딛고 ‘여성향’ 성인 콘텐츠 분야의 선두 주자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