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누누티비는 0원, 넷플릭스도 0원, 왓챠는 71억②
누누티비 0원, 넷플릭스 0원, 왓챠만 71억 지불한 망 사용료 망 중립성 논하지만 정작 일부 기업들이 독점하는 무료 교통로 됐다는 주장 일부러 해외에 서버두는 기업 생길지도, 가장 이득보는 집단이 지불해야 논리
지난 2021년 왓챠가 국내 통신사에 지불한 망 사용료는 71억5천만원으로 알려졌다. 왓챠는 구글, 애플 등의 앱 스토어 서비스들에도 79억5천만원을 지불했다. 매출액 700억원 대의 스타트업이 국내에서 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만 150억원 이상을 지불한 것이다.
반면 누누티비가 국내 통신사들에 지불한 망 사용료는 0원이다. 현재 서버가 위치한 산토 도밍고 지역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에 대한 정보는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으나 IT업계 관계자들은 가상 서버를 쓰고 있을 확률이 높은만큼 서버 비용 대비 망 사용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용자들에게 앱을 다운받아 달라고 .apk 파일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글로벌 앱 플랫폼 회사들에 지불하는 비용도 0원이다.
합법적으로 서비스하면 150억원, 해외 기업은 0원, 불법 서비스해도 0원
IT업계 관계자들은 앱 생태계, 네트워크 생태계 내에서 합법적으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에 지불하는 금액 대비 불법 서비스를 이어가는 업체가 내는 비용이 터무니 없이 적은 이유 중 하나로 현재의 망 사용료 지불 시스템을 지적한다.
왓챠와 누누티비 모두 국내에서 사용자들의 트래픽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인만큼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한다면 서버 비용을 부담하듯이 실제 서비스 제공자가 부담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지불구조대로 서버가 위치한 각 국의 통신사들에게만 망 사용료를 납부하고 실제 소비자가 접속하는 지역에서는 전혀 납부하지 않는 구조를 이어갈 경우, 망 사용료가 저렴한 해외 서버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수요가 폭증할 수 밖에 없는 왜곡된 구조라는 것이다.
이어 앱 판매 플랫폼들의 서비스 구조도 함께 지적된다. 한국에서 앱을 판매하고 앱 내 결제액에 대해 30%의 수수료를 책정한 것 또한 국내에서 통신망 접속이 가능했기 때문에 발생한 수익인만큼 국내 통신사들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구글, 애플 등의 앱 플랫폼 운영사들은 미국 내에서 망 사용료를 지불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한국 접속 트래픽으로 수익을 냈지만 해외 업체들이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온전히 한국 업체들이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SK브로드밴드와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합법이건 불법이건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이 지불하지 않는 비용을 한국 업체들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트래픽을 집중적으로 쓰게 될 수 밖에 없는 스트리밍 업체, 접속 가능 여부가 중요한 앱 플랫폼 업체들이 단순히 해외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에서 0원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왓챠가 연간 150억원을 절감했다면?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왓챠의 영업손실은 248억원이다. 누누티비처럼 망 사용료와 앱 플랫폼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더라면 영업손실은 98억원에 그친다.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단순히 누누티비를 비롯한 해적 서비스가 가입자를 빼앗아 가서 OTT 업체들의 매출액이 감소되는 부분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왜곡된 망 사용료 구조 탓에 OTT 업체들이 더 손해를 보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르는 이유다.
왓챠의 매출원가 및 판관비 합계액은 2021년 기준 976억원이다. 만약 서버를 해외에서 운영하면서 망 사용료를 최소하고, 해외 앱 플랫폼을 피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15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면 비용은 826억원으로 줄어든다. 2021년 왓챠의 매출액은 708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수익성이 개선되는만큼 자금 문제로 좌초를 겪은 ‘왓챠 2.0’을 좀 더 성공 궤도에 안착시킨 덕분에 자금난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난 2020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 자리에서 왓챠 박태훈 대표는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 4K나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런 서비스를 하면 트래픽이 늘어나 통신사에 지불해야 할 망 이용 비용이 너무 증가해 사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스트리밍 회사만 부담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국내 서비스 이용자들이 서비스 품질 저하를 감당해야하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망 중립성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집단이 비용 지불해야
IT업계 관계자들은 왓챠가 속도 이슈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해외에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망 사용료를 절감하는 선택을 했었다면 수익성이 조금 더 나아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구글, 애플 등과 합의해 앱 내 결제와 웹 페이지로 이동해서 결제하는 옵션을 추가해 30%의 앱 플랫폼 수수료를 피하도록 만든 시스템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내놓는다. 굳이 앱 내 결제가 필수가 아닌 서비스인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해 앱 플랫폼의 시스템을 회피했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간은 국내에 캐시 서버를 두는 등의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로 넷플릭스가 일본에 캐시 서버를 두는 방식으로 LG유플러스와 타협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으나, 누누티비의 사례를 보면서 해외 스트리밍 서버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가설이 확인됐다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망 중립성이라는 넷플릭스, 구글, 애플 등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로 “누구나 공평하게 쓰면 중립이 맞지만, 사실상 넷플릭스, 구글, 애플이 독점해서 쓰고 있고, 다른 회사들은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막대한 홍보비를 지불해야도 같은 수준의 네트워크 사용량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며 “결국 글로벌 테크 업체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논리로 ‘망 중립성’이 왜곡되어 활용되는 중”이라는 주장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