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목표이익률 상향한 5대 시중은행, 서민·중소기업 죽이는 ‘담합’인가

예대금리 수익 ‘돈잔치’로 비판받은 5대 시중은행, 이번엔 줄줄이 목표이익률 상향 예대금리로 역대급 수익 올리고 성과급 잔치까지, 정치권 압박에도 상생은 없었다 뛰는 금리에 죽어나는 서민·중소기업들, 일각서는 은행권 ‘담합 행위’라는 비판 제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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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 예대금리차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시중은행이 줄줄이 목표이익률을 상향했다. 목표이익률은 은행이 대출상품을 통해 창출하는 이익 수준을 드러내는 수치로, 금융사 재량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통상적으로 금리 상승기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에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차)’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수익 확대로 마진율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마진 구성 항목을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시중은행의 행태가 일종의 ‘담합’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일부 은행이 큰 폭의 예대금리 격차를 통해 역대급 수익을 내는 가운데 목표이익률까지 조정해 추가 수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며 “고금리로 국민경제가 신음하는 틈을 타 더 많은 이익을 거두려는 행태는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기 ‘돈잔치’ 속 이익 극대화하려는 은행들

윤창현 의원실이 2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과 관련한 올해 목표이익률을 1.95%로 설정했다. 이는 전년(1.64%) 대비 0.31%포인트 상향한 수치다. 신용대출과 관련한 올해 목표이익률도 2.15%로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NH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목표이익률을 전년 대비 0.24%포인트 높은 1.95%로 설정했다. 단 NH농협은행은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바람이 불었던 지난 3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일괄 0.3%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 바 있다. 농협 측은 이로 인해 목표이익률을 상향해도 가산금리 수준은 오히려 전년보다 낮게 운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목표이익률을 지난해 0.7%에서 올해 1월 0.82%, 2월 1.1%로 줄줄이 상향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에서 1.05%, 1.09%로 올려 잡았다. 신한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목표이익률을 지난해 말 1.35%에서 올해 1.36%까지 올렸다. 단 신용대출 목표이익률은 지난해 말 1.83%에서 올해 1월 1.65%, 2월 1.63%로 하향했다.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에 목표이익률은 ‘각 은행이 기대이익 확보를 위해 설정한 수익률’로 규정되어 있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전결금리’로 결정되는데, 목표이익률은 업무 원가,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가감조정 금리 등과 함께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목표이익률을 높이면 가산금리도 따라 오르게 된다. 각 은행이 전략적으로 산정하고 부과하는 ‘마진율’인 셈이다.

은행의 목표이익률 상향은 가산금리를 상향하고, 우대금리를 하향하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장에서는 주요 은행들이 차후 목표이익률 실현을 위해 우대금리 관련 약관을 조정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약관을 통해 우대금리 감면 폭을 줄이고, 이를 통해 추가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은행권 ‘성과급 잔치’, 정부·국회 경고 쏟아져

5대 시중은행의 수익성 추구에 대한 경고는 올해 초부터 이어져 왔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며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경기 전반이 침체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예대마진 이익을 통해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재작년 실적에 따른 지난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1조3,800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원 1명당 평균 성과급은 KB국민은행 2억1,600만원, 신한은행 1억7,200만원, 하나은행 1억6,300만원, 우리은행 1억400만원, NH농협은행 4,800만원 순으로 높았다.

은행권의 막대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는 은행권을 겨냥한 각종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제1조에 ‘은행의 공공성 확보’ 문구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의 목적을 담고 있는 ‘총칙’ 성격의 1조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을 포함,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최근 문제가 된 목표이익률 공개에 대한 법안도 발의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은행의 목표이익률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세부 항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은행 재량으로 설정되는 리스크 관리 비용 및 목표이익률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금융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대출금리가 산정되는 일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밖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대출금리 산정 방식과 근거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이른바 ‘금리 폭리 방지법’ 등 은행의 과다한 수익성 추구를 막는 규제 방안이 제시됐다.

5대 은행의 서민·중소기업 죽이기, 정부 차원 규제 마련돼야

정치권이 줄줄이 은행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주문하고 나서자 은행권에서는 부랴부랴 자세를 낮췄다. 지난 2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우리의 시각으로만 보면 안 되겠다”며 “지금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소비자단체 혹은 외부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을 모시고 ‘은행권 사회적 관심 공동협의체’를 마련해서 주기적으로 외부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시정 의지를 표한 바 있다.

당시 은행권은 ‘소비자 보호’와 ‘상생’을 다짐하며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번 목표이익률 상향으로 인해 다시금 은행권의 상생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며 서민들의 고충이 커지는 가운데, 주요 은행이 목표이익률을 줄줄이 올려잡는 것은 일종의 ‘담합’이라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이 같은 5대 시중은행의 ‘이자 독식’을 막기 위해 5대 은행의 과점 체제 해체 및 챌린저뱅크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관련 논의 역시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현 상황에 챌린저뱅크가 도입되면 자칫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 것이다.

이에 무작정 챌린저뱅크 도입을 통한 경쟁을 촉진하기보다 주요 은행이 자체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은행의 투명성 및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담합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번 목표이익률 상향 사태는 이 같은 논의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이자율이 뛰면 가장 고통받는 것은 결국 서민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고금리 시기에 추가적인 이자 상승은 대출을 통해 기반을 다진 소상공인들, 매달 이자를 부담하는 전세 세입자 등의 생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주요 은행이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험에 몰아넣고 ‘담합’이라는 의혹을 사는 기형적인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적절한 제도 개선과 규제로 ‘상생’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