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1만2천 명 해고 이어 ‘사옥 신축 계획’도 전면 보류, 비용 절감 들어간 실리콘밸리
올 초 1만2,000명 감원 계획 발표, “감원까지 시작한 마당에 건설 재개 어려울 듯” 한편, 5년 전 착공 들어간 신사옥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 지난해 완공 아마존도 지난달 버지니아 제2 본사 ‘HQ2’의 공사 일부 중단, 경기침체 가속되나
구글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할 계획이던 대규모 캠퍼스(사옥) 건설을 전면 보류했다. 올 초에도 1만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구글이 내부적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투자 혹한기를 맞은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벨류에이션 거품이 조정받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지적했다.
구글, ‘대규모 사옥 건설 프로젝트’ 전면 중단
22일(현지 시간) CNBC 등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일대 80에이커(약 32만3,748㎡) 용지에 730만 제곱피트(약 67㎡)의 사무용 건물과 상업시설을 지으려던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CNBC 보도에 의하면 구글은 이번 사옥 건설 프로젝트를 올해 말 이전까지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관련 업체와 건설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구글 및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등 구글의 주요 인사들이 신축 사옥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 온 것과 달리, 현지 업계에선 구글이 당초 계획한 마스터 플랜을 이행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CNBC는 “스무 개가 넘는 주요 부동산 프로젝트에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던 구글이 신규 프로젝트를 중단한 건 비용 절감 때문”이라며 “구글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오히려 사무실 공간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했다”고 전했다.
이번 중단된 신사옥 규모, ‘베이 뷰 캠퍼스’ 3배 넘어
앞서 구글은 5년 전 착공에 들어간 신사옥 ‘베이 뷰 캠퍼스(Bay View Campus)’를 지난해 완공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10만2,190㎡ 규모로 지은 이 건물은 최대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벤트 센터와 직원 240명을 위한 숙소로 이뤄져 있다. 무탄소 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건물이라는 점이 베이 뷰 캠퍼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태양광 패널 9만 개를 활용해 사옥의 지붕을 만들었고, 땅속에는 수천 개의 지열 파일 등을 통해 열을 저장하고 공급한다. 구글에 따르면 이 사옥은 태양·지열 에너지와 더불어 인근에서 풍력발전으로도 전기를 얻을 수 있으며, 사용 전력의 90%를 자연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선 당분간 구글이 건설 계획을 전면 보류한 신사옥에 대한 착공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실리콘밸리 VC 관계자에 따르면 “구글이 지난해 계획한 신사옥은 베이 뷰 캠퍼스의 약 3배가 넘는 규모”라면서 “지난해 악화된 실적과 더불어 현재 인력 감원까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신사옥 착공을 추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구글은 올 초에도 직원 1만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침체에 따른 비용 절감을 예고한 바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호세 캠퍼스 개발팀이 해체됐으며, 주요 건설사인 렌드리즈(LendLease)의 직원 일부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도 사옥 공사 중단, 긴축에 들어간 실리콘밸리
비용 절감에 들어간 IT 기업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미국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도 지난달 버지니아 제2 본사 ‘HQ2’의 일부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뉴욕타임즈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HQ2의 1단계 공사로 1만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트로폴리탄 파크(Met Park)를 당초 계획대로 오는 6월 공식 개장할 예정이지만, 2단계 공사인 펜플레이스(PenPlace) 착공 일정은 보류했다.
아직 공사 재개 시기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존 쇼틀러 아마존 부동산 책임자는 “아마존은 항상 공간 계획이 사업 필요성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가하고 있다”며 “이미 HQ2에서 8,000명 이상 직원을 고용할 수 있으며, 건축이 완료되면 2만5,000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인력 감축을 감행한 아마존이 경기 침체 기조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 감축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직원 1만 명 감원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감원 규모를 1만8,000명으로 상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수익 둔화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한 비용 절감 조치의 일환으로 그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고금리 통화정책 기조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감소가 기업들의 비용 절감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 SVB 그룹 파산 사태로 불거진 투자 혹한기와 더불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기업들에서도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원 감축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두고 소프트 랜딩(Soft-landing)과 하드 랜딩(Hard-landing) 사이의 엇갈린 반응을 내놓던 시장 참여자들의 컨센서스가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