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리뷰] 헛도는 정부의 SW 진흥 전략 ② 혁신의 관건은 코딩 교육 아닌 ‘시장 구조 개혁’

국내 SW 시장 절반 차지한 ‘게임’, 이는 곧 게임 외 SW 시장 대부분 정체됐다는 반증 SW 시장의 방어적 태도 원인으로 지목된 국내 SW 기술 도전의 ‘처참한 실패 전례’ ‘티맥스’ 등 실패 전례 이후 멈춰버린 SW 기업들, 발전을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기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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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디지털 대한민국의 기초 체력 강화와 해외진출 촉진을 위해 5년 내 SW·인공지능(AI) 고급인재를 20만 명 규모로 확대 양성하고, 매출 1,000억원 이상의 SW 기업을 현재 145개에서 250개까지 늘린다고 밝혔다. 또 개인의 코딩 경험률도 현재 10% 수준에서 30%까지 높인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소프트웨어 진흥전략’을 추진하고, 올해에만 5,6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정부의 이번 전략은 소프트웨어진흥법 제5조에 근거한 법정 기본계획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생성 인공지능(AI) 확산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마련됐다.

‘SW 시장’에 대한 기대 급증, 현실은 ‘삭막’

이번 대규모 예산 투입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산업은 시장과 큰 기대를 사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SW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연 매출 300억원 이상 기업 수는 371개로 2021년 대비 13.8% 증가했으며, 이들 기업의 매출 총액은 112조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9.4% 증가했다.

하지만 SW 시장의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낡은 원청, 하청, 재하청 구조로 인해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력이 약한 소규모 개발업체들은 발주처의 갑질, 불공정 거래, 무분별한 유지보수 요구 등 부조리를 견디며 겨우 생존하는 게 전부이며, 실제로 한 일에 비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기업의 ‘독식’ 역시 고질적 문제다. 급여 체계의 한계로 실력 있는 개발자들은 대우가 좋은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콘텐츠 및 게임 기업에 몰리는가 하면, 외부 원격 개발 금지 원칙으로 인해 대기업이 개발업체의 기술 인력과 노하우를 탈취하기도 한다. 우수한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SW 산업의 확산 및 발전을 목표로 내놓은 정부가 ‘일반인 코딩 교육 확대’ 등 비효율적인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는 사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장 기업의 숨통을 틀어막는 SW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 무의미한 코딩 교육이 우선시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티맥스가 만들어낸 ‘대실패’ 전례, 멈춰버린 도전

우리나라 SW 시장 절반은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게임 SW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3%인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 같은 통계는 국내 게임 산업이 발전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게임 외 SW 시장 대부분이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전’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 성장을 위해서는 도전이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에 위험을 무릅쓰고 기술적인 도전을 시도하는 SW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SW 시장이 방어적 태도를 취하는 원인으로는 국내 SW 기술 도전의 ‘처참한 실패 전례’가 지목된다. 티맥스 소프트는 2009년 당시 데이터베이스와 미들웨어 분야에서 국내 1위에 올라서며 저력을 입증한 기업이었다. 2008년 매출은 1,021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들이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호환 운영 체제인 ‘티맥스 윈도우’를 개발하면서부터 시작했다.

티맥스 윈도우는 리눅스 호환 레이어와 윈도우 호환 레이어 총 2가지의 호환 레이어가 연결된 구조를 채택했다. 두 개의 호환 레이어가 커널과 상호 작용하며 리눅스, 윈도우의 앱을 호환 동작하도록 한 것이다. 이론적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발전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이 티맥스 윈도우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리눅스의 GPL(일반 공중 사용 허가서)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가 하면, MS UI와의 유사성 의혹이 불거지는 등 개발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티맥스 윈도우에 투입된 대규모 정부 지원금이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질타도 이어졌다.

이 같은 우려는 티맥스 윈도우 시연회에서 현실이 됐다. 시장의 의구심이 집중됐던 장치 호환성에 대한 해명은 없었으며, 제품별 시연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다. 동영상 재생 시연은 엉망이었고, 게임을 구동하는 데에만 2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은 티맥스 윈도우에서 가동되지 않아 MS의 ‘윈도우 XP’에서 구동해야 했다. 결국 시연회에서 입증된 사실은 티맥스 윈도우가 속도 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를 채택했으며, IT 산업의 가혹한 노동 환경하에 탄생했다는 점뿐이었다.

2009년 당시 티맥스 윈도우 홈페이지 모습/사진=티맥스

2009년 처참한 실패를 겪은 티맥스 소프트는 2015년 11월 다시 OS 개발에 뛰어들었다. ‘티맥스OS(Tmax OS)’는 유닉스 기반 OS로, 통합개발플랫폼 TOP(Tmax One Platform), 사무용 소프트웨어 티맥스 오피스,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ToGate)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에도 티맥스 소프트는 MS 윈도와 안드로이드 앱 구동을 지원하는 ‘호환 기술’을 강조하고 나섰다. 7년 전 출시했던 ‘티맥스 윈도우’의 처참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티맥스 소프트의 대담한 행보에 시장에서는 기대와 불안감이 동시에 일었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티맥스 OS 시연회에서는 2009년의 악몽이 그대로 재현됐다. 시연회 시작 10분 만에 PC가 다운된 것이다. 사태 수습 이후 추가 시연에서도 문제는 계속됐다. 동영상 재생은 원활하지 못했고, 티맥스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시연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사전 녹화된 ‘동영상’으로 진행됐다. 실제 시연도 유튜브에 접속해 영상을 감상하고,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리고, 지렁이가 등장하는 웹 기반 게임을 띄워보는 단순 동작이 전부였다. 이 같은 상황은 전 세계에 중계됐고, 시장에서는 티맥스 OS가 우리나라 SW 기술력의 현주소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티맥스 소프트의 대실패는 대한민국 SW 개발 산업에 악몽 같은 선례를 남겼다. 이후 SW 기업들은 위험을 ‘도전’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발전을 위한 기술적 도전을 포기하고, 해외에서 제작된 라이브러리를 재가공하는 수준에 머무르기를 선택한 것이다. SW 시장의 발전은 대규모 지원금과 일부 정부 사업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다. 오래전부터 누적된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혁신의 기틀을 만들고, 기업이 기꺼이 도전해 좋지 못한 선례를 타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