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최저임금 협상 시작, 올해는 얼마까지 오를까?

2024년 최저임금 협상 시작, 노동계 12,000원 주장에 경영계 반발 지난 5년간 인원 축소 후 1인 자영업자 된 경우 19만 명 추정 일용직 근로자도 38만 명 감소, 최저임금 무리한 인상 탓이라는 주장 현장 영세업자들, 최저임금 대폭 상승이 물가 상승에도 기여했다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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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간 ‘최저임금’ 관련 키워드 클라우드/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지난 18일 예정이었던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 개회 자체가 무산됐다.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주도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라는 사실에 노동계가 반감을 갖고 시위 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장내 정리를 요구하며 불출석했고, 권 교수도 자리를 비웠다.

시급 12,000원 요구하는 노동계 vs. 경기침체 중인데 무슨 소리냐는 경영계

최저임금위가 열리기 2주 전인 지난 4일부터 노동계에서는 시급 12,000원을 관철하겠다는 주장을 내놨다. 올해 9,620원인 최저시급의 무려 24.7% 인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고물가 탓에 실질임금이 하락한 데다, 대기업과 양극화가 지속되는 만큼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경기침체가 완연한 상황이라 최대한 인건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적용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다른 만큼, 이를 고려해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차등 적용 논란이 한 차례 있었으나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는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용역보고서가 이미 최저임금위원회에 보고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아직 일반에는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경영계에서는 이미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최저시급이 11,544원인 만큼, 현실적인 대안 없이는 1인 자영업자만 늘어나고 건설 현장 등에서 인력 공동화 현상이 벌어질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올려야 현실화되나?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60만8,000명이었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숫자는 2022년 136만5,000명으로 무려 24만3,000명이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1인 자영업자’ 수는 19만3,000명이 증가했다. 5만 명의 차이를 일부 폐업 자영업자로만 잡아도 19만3,000명의 자영업자들이 직원 없이 혼자서 자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인원 정리를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다.

일용직 근로자 수치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전체 임금 근로자는 같은 기간 1,993만4,000명에서 2,150만2,000명으로 156만8,000명이 증가했으나, 일용직 근로자는 151만4,000명에서 113만2,000명으로 38만2,000명이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저가격제의 부작용이 지난 5년간 한국사회에서 빠르게 나타났다고 우려한다. 경제학계에서는 최저가격제가 시장 균형보다 더 높게 형성될 경우 수요가 크게 줄어 공급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체의 크기는 작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전강식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이미 자영업자의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인건비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최저임금이 더 오를 경우 노동계가 주장하는대로 ‘돈 많이 주는 직장’이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고용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7일간 ‘최저임금’ 관련 키워드 네트워크//출처=데이터 사이언스 경영 연구소(MDSA R&D)

물가 오르니까 최저임금 인상? 최저임금 오르니까 물가 올랐다?

동작구 사당동에서 치킨집 영업만 8년째라는 A씨는 2021년 초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고 배달업체에 일임한 서비스만 운영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주문 음식 서비스가 성장해 호황기를 겪었으나, 최근 들어 배달비가 8천원, 1만원씩 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주문량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작년 하반기에 코로나19 종식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으나, 당시 실제 매출 감소폭은 크지 않았던 반면, 오히려 최근 들어 배달비가 인상되면서 주문 급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어 배달비가 인상된 이후 직접 매장을 찾아오는 주문객이 부쩍 늘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는 배달비 무료 앱인 두잇(Do Eat)이 등장해 인근 배달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A씨는 배달비 무료 앱에 자신의 매장을 입점시키려다 관악구만 대상이라는 소식에 서비스가 동작구까지 확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인근 관악구 주민 B씨도 배달비가 지나치게 올라 배달을 포기하고 퇴근 길에 지하철 인근에서 주문음식을 ‘픽업(Pick-up)’해 왔으나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알게 되고 난 다음부터는 다시 배달 음식을 사 먹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근 지역 관계자들은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인상되면서 배달업체들도 배달 단가를 인상시킬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인건비 부담이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한편 그간 노동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원인이며, 인건비는 지나치게 낮았던 것이 현실화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