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국내 통신 3사와 스타링크 연동하면서 6G 시장 넘본다?

‘재난망’ 형태의 사업 제안 가능성 높아, 다가올 6G 시대 고려한 전략 한편 우리 정부도 ‘6G·저궤도 위성통신’ 등 차세대 네트워크 육성 추진 업계 “정부 계획대로 UAM 상용화되면 ‘스타링크’가 6G 시대 독점적 지위 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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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페이스X가 국내 이동통신 3사에 자사의 저궤도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 판매 협력을 제안했다. 스페이스X의 이러한 행보는 오는 2분기 중 한국 시장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다양한 사업 모델 검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스타링크의 사업 제안이 국내 시장 상황에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다가올 6G 시장에 대비한 사업진출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KT·LG유플러스·SK텔레콤에 판매 협력 제안, 계약 조건은 비밀

17일 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KT와 LG유플러스, SK텔레콤에 수익 배분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스타링크 판매를 제안했다. 계약 조건은 회사 간 계약 체결 시 3자에게 정보 노출을 금지하는 비밀유지협약(NDA)을 이유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국내 업계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재난망 형태의 사업을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높이에서 위성통신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산불, 지진 등 재난 상황이나 통신 접근성이 낮은 도서·산간지역 등에 활용된다. 지상통신이 붕괴되는 재난 상황 등에 대비한 대안으로도 시장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국내에선 KT SAT이 운영하는 무궁화위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재난망 사업을 벌이기 쉽지 않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전국 단위로 통신망이 촘촘히 설치된 국내 네트워크 인프라 환경 안에서 가격경쟁력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지상망이 붕괴하는 대규모 재난이 빈번한 국가가 아니다”라며 “스타링크의 이번 제안은 단순히 국내 서비스 진출을 위한 전략적인 첫걸음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저궤도 위성 등의 위성통신은 도심항공모빌리티(UMA), 자율주행 등을 위한 6G 시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에 향후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한국 위성통신 서비스 시작을 안내하는 화면/사진=스타링크 홈페이지

다가올 6G 시대, 위성통신 후진국 벗어나 자체 기술 확보하겠다는 정부

한편 우리 정부도 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통신의 시범망 구축과 핵심기술 자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 중심으로 추진해 온 6G 연구개발을 상용화하고, 소재·부품·장비의 영역에서 기술개발과 병행해 6G 표준특허 점유율을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 2021년 고배를 마셨던 6,253억원 규모의 국가R&D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아울러 2027년 저궤도 통신위성 시험 발사해 안테나와 모뎀 등 핵심 기술을 실증하고, 2030년까지 국방 분야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이번 전략은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구상’과 더불어 지난해 9월 발표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마련한 차세대 네트워크 발전 전략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실제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민관 협력에 기반한 6G‧오픈랜‧위성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임하겠다”며 “네트워크 장비 수출과 세계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스페이스X

스타링크, 국내 통신시장의 게임체인저될까

6G 통신은 5세대 이동통신(5G)의 다음 단계 기술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성통신이다. 6G의 핵심은 위성을 이용해 어디서든 통신이 가능한 ‘3차원 통신’을 구현하는 것에 있다. 정부와 업계는 6G 이동통신이 보편화하면 위성통신망을 통해 선박 와이파이, 해상물류 사물인터넷(IoT),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서비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스타링크가 국내 서비스 출시를 추진함에 따라 6G 시대 주도권을 해외 대형 기업에 뺏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해당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타링크가 6G 통신에 필요한 위성 서비스를 독점할 경우 국내에선 후발 주자조차 나오기 어려울 거란 우려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이러한 업계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승인한 스타링크의 위성 수(배치 예정)는 약 1만2,000여 개로 해외에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올 초 일론 머스크는 연말까지 지구 저궤도에 총 4,400개의 위성을 배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실상 위성통신 관련 독점 기업인 셈이다.

반면 국내에선 통신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저궤도 위성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KT SAT가 무궁화위성 등의 일부 위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관측 위주의 정지궤도 위성에 불과하다. 국내 통신 업계 관계자는 “2025년 정부 계획대로 국내에서 UAM이 상용화하면 기존 통신사보다 위성으로 전파를 쏘는 스타링크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지금 당장은 많은 제약점이 따르지만 향후 스타링크 같은 해외 기업이 독점적인 사업권을 요구할 경우 후발 주자인 국내 위성통신 기업들은 사업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