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구독자 이탈 가속’ OTT 성장 적신호

OTT 시장, 성장 적신호 3월 MAU 대부분 하락, 넷플-쿠플 상승곡선 적자만 1000억 이상, 해외 진출로 수익 개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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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TT 업계가 성장 적신호를 마주했다.

엔데믹과 함께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대면 문화를 선호하면서 비대면 사업인 OTT는 성장 정체기를 맞이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확장 여력보다 하락세의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생존을 위해 글로벌 OTT는 비즈니스 전략을 수정하고, 토종 OTT는 해외 시장 진출을 꾀한다.

지난 3월 주요 OTT 애플리케이션 MAU(월간 활성이용자수, 모바일인덱스)는 ▲넷플릭스(1,244만명) ▲티빙(459만명) ▲쿠팡플레이(409만명) ▲웨이브(369만명) ▲디즈니+(206만명) ▲왓챠(69만명) 순이다.

넷플릭스가 유일하게 MAU 1,000만명을 넘기며 업계 1위를 지켰다. 지난 2월 전월대비 약 107만명의 구독자 이탈로 주춤했지만, 3월에는 1,200만명 대를 회복했다. 이용자 수 증가는 송혜교 주연작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효과로 분석된다. 파트2 공개 당일이었던 3월 10일 DAU(일일 이용자수)가 474만 8,605명으로 전날(305만 1,798명)보다 55% 상승했다. 주말인 11일에는 488만 4,776명이 집계되며 넷플릭스 사상 역대 최대 DAU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서비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액은 7,733억원, 영업이익 143억원, 당기순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OTT 플랫폼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2년 전 대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16억과 26억씩 늘고, 영업이익은 28억 줄었다. 콘텐츠 구독 멤버십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매출액은 스트리밍 수익을 뜻한다. 이번 4월에는 전도연 주연작 <길복순>(3월 31일 공개), 김희애-문소리 주연작 <퀸메이커>가 글로벌 TOP10 1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MAU 낙폭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올 상반기에 예정했던 ‘계정 공유 유료화’ 계획을 2분기로 미뤘다. 이용자 반발에 따른 연기는 아니라고. 앞서 캐나다 등에서 실험한 결과 ‘계정 공유 유료화’로 인해 단기적으로 가입자 수가 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입자가 늘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국내 구독자 73%가 계정 공유 단속에 부정적 입장(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을 드러낸 만큼 사용자 이탈 열풍 가능성도 높다.

토종 OTT 중 1위인 티빙은 지난해 12월 KT시즌(seezn) 인수 후 올해 1월 처음 MAU 500만명을 넘겼지만, 이후 줄곧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고, <방과 후 전쟁활동>도 내부 성적과 별개로 기대 이상의 인기와 화제성 몰이에는 실패했다.

티빙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1,191억원이다. 2년 전보다 적자 규모가 56% 증가했다. 원인은 콘텐츠 제작비다. 해외 OTT를 통한 K-콘텐츠의 글로벌화에 따라 국내 콘텐츠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가운데 OTT 기업은 구독자 유치를 위해 오리지널 작품 제작을 포기할 수 없다. 티빙이 계획한 3년치(2021년~23년) 콘텐츠 제작 비용은 4,000억원이다.

OTT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국내 수익 증대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마어마한 콘텐츠 제작 비용을 구독자 모집만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것. 티빙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로 생존길을 모색하고, 파라마운트와 손을 잡았다. 협업을 통한 콘텐츠 수출을 꾀하는 것이다. 티빙 오리지널 <몸값>이 최근 개최된 제6회 칸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OTT 콘텐츠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드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을 등에 업고 글로벌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후발주자 쿠팡플레이가 토종 OTT 2위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다른 국내 OTT 플랫폼이 하락세를 겪는 동안 8만명이 증가하며 OTT 시장 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Coupang)의 부가 서비스로 치부되던 쿠팡플레이는 인기 예능 <SNL 코리아> 판권을 확보하고, 수지 주연의 <안나>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이후 손흥민 선수가 등장하는 축구 등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하며 충성 시청자층을 사로잡았다.

쿠팡플레이는 다음 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무료로 제공하는 ‘쿠플시네마'(가칭)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영화 <비상선언>, <한산>을 독점 계약하며 극장 동시 SVOD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토대로 대담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했다. 쿠팡플레이를 시청할 수 있는 와우 회원권은 월 4,990원으로 OTT, TV, 영화 콘텐츠는 물론 상영작까지 볼 수 있다면 단연 플랫폼으로서는 강력한 무기다. 티빙의 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아 위기를 맞이한 영화계가 벼랑 끝으로 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배달 앱 쿠팡이츠 할인 서비스까지 더하면서 OTT와 여러 유통 채널과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 OTT 다크호스로 떠오른 쿠팡플레이가 티빙과 1위 경쟁을 펼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티빙과 쿠팡플레이에 추월당한 웨이브가 하락곡선만 그리고 있다. 지난 1월 MAU 401만명에서 약 32만명이 증발하며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위기 상황. 웨이브 또한 티빙과 마찬가지로 올해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국가수사본부>, <피의 게임2> 등으로 반등을 꾀하지만, 적자 폭을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콘텐츠 제작비 상승 속도가 빠르고, 드라마, 예능, 다큐 등 장르와 관계없이 제작 규모도 커지기 때문. HBO 맥스와 대규모 콘텐츠 월정액 독점 계약을 맺은 웨이브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주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Korean Content Wave, KOCOWA)을 인수했다. 이와 함께 아마존 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 구글TV(Google TV),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등 현지 OTT 및 케이블 TV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시장이 그렇듯 현지 OTT 회사가 점령한 시장에 단독으로 진입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략적 협업을 통한 해외 시장 공략으로 콘텐츠 수출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외연 확장으로 새 수익 구조까지 확보해야 한다. 웨이브 관계자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콘텐츠 공동 투자 및 가입자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디즈니+는 꾸준하게 MAU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막대한 자본을 자랑하는 해외 대기업도 깨진 독에 물 붓기는 무리였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24일까지 엔터테인먼트 부문(TV, 영화, 테마파크 및 기업 팀 포함)에서 약 7,000명의 대량 해고를 예고했다. 전체 인력의 15% 수준이다.

디즈니+는 올해 11편의 오리지널 K-콘텐츠를 공개한다. 인기작 시즌2부터 신작, 방탄소년단 등 세계적 K팝 스타 다큐, 콘서트 영상 등 장르도 다양하다. 배우 최민식의 25년만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까지 시즌제와 순차적 공개를 이어왔다. 강윤성 감독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순간 화제성을 가져간 반면 <카지노>는 꾸준하게 오랜 기간 화제성을 모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대중 체감은 압도적으로 <더 글로리>다.

2개월 만에 10만명이 이탈한 디즈니+는 한국 시청자들의 니즈가 아닌 본사 규정에 따라 지지부진한 공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아크미디어와의 콘텐츠 독점 계약 등으로 OTT 업계의 수상한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킬링 콘텐츠 없이 홍보를 통한 주입식 히트작 자랑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왓챠는 60만명대로 MAU가 주저앉았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왓챠의 지난해 영업손실액은 약 454억원에 달한다. 적자로 회사를 굴려온 만큼 ‘존속 능력에 의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콘텐츠와 파티(함께보기) 기능 등으로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새 구독자 유입률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보인다.

경영에는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왓챠는 멈추지 않는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OTT 업체 중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한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행보가 해외 콘텐츠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국내 OTT 플랫폼은 2년 넘게 콘텐츠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추정 피해액만 5조원. OTT 및 방송, 영화 업계의 강력한 항의와 경찰의 수사, 정부의 움직임 등으로 누누티비는 결국 백기를 들고 폐쇄했다. 그러나 합법 OTT 플랫폼을 위협하는 대체 사이트가 우후숙준 등장했다. 누누티비 한 달간의 MAU가 1,000만명인 걸 감안할 때, 불법 사이트 근절 및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