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MZ세대 ‘취업 N수생’, 대기업 취업 위해 몇 년이고 재도전

MZ세대 65% ‘취업 N수 의향 있다’ 응답, 회사와 맞지 않으면 과감히 퇴사하는 청년들 더 나은 ‘간판’ 노리는 취업 N수생들, 재취업부터 중소기업 입사 기회 버리기까지 대기업에 쏠린 입사 수요, 구직난과 구인난 동시에 발생하는 기형적인 구조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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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10명 중 6명이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취업을 미룰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종합교육기업 에듀윌이 MZ세대 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나와 맞는 직무나 회사를 찾을 때까지 취업 N수생’(한 가지 시험에 처음 응시하는 것이 아닌 두 번, 세 번 또는 그 이상의 횟수로 응시하는 사람)이 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64.6%에 달했다. 반면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재직 중인 회사에 다니겠다는 답변은 32.8%에 그쳤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직장에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해당 직무가 나와 맞지 않아서(28.5%)’, ‘급여나 복지가 생각한 것과 달라서(24.1%)’ 등이 꼽혔다.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취직을 미루는 청년층이 증가하며 구직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한 한국의 현 취업 시장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간판’만 보고 입사했다가 다시 취업 시장으로 

전문가들은 ‘취업 N수’ 증가의 원인으로 MZ세대의 자기 주도적인 성향 및 자아실현 욕구를 지목한다. MZ세대가 자아실현을 위해 일자리의 안정성보다 처우, 조직 문화, 근무 환경 등을 중시하며, 회사가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 자기 주도적으로 ‘재취업’을 결정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취업 N수의 근본적 원인은 따로 있다. 바로 개인의 흥미와 적성보다 ‘간판’을 중시하는 취업 시장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청년 구직자 대부분의 목표는 공기업이나 대기업, 금융기관 등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흥미와 적성 대신 ‘스펙’을 중시하며, 기업에서 실제로 하게 될 일보다는 기업의 명성을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한다. 내가 원하는 직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니 자신이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떤 책임을 지게 될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간판’만 보고 입사했다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회사를 그만두는 청년이 많은 이유다.

연봉을 중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과 직무보다 연봉을 중시하게 되면 해당 기업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입사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어떻게든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했다고 해도, 역량 부족으로 인해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괴리감을 느끼다가 회사에서 제 발로 나오게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이처럼 간판과 연봉만 보고 직장을 결정했다가, 퇴사 후 다시 취업 시장에 떠밀려 나오며 ‘N수생’ 딱지를 붙이게 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의 흥미와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간판’ 중시 풍조가 취업 N수를 부추기는 근본적 이유인 셈이다.

‘대기업만 노린다’ 취직 미루는 취업 N수생들

요즘 들어서는 재취업으로 인한 N수생 외에도 첫 취업을 몇 번이고 미루는 N수생 구직자까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구직자의 나이보다는 능력을 중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 즉 MZ세대의 부모 세대에는 ‘나이’가 취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재 취업의 기본이라고 꼽히는 토익, 학점, 자격증보다도 나이가 가장 훌륭한 스펙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공무원도 당시에는 나이 제한을 두고 선발했으며, 일부 구직자는 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뒤늦게 탈락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최근까지도 이 같은 풍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취업 시장에서는 신졸(新卒)과 기졸(既卒)로 구직자를 구분한다. 신졸은 아직 졸업하지 않은 대학교 3~4학년, 기졸은 대학을 이전에 졸업한 사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도 신입 사원 채용 시 지원자의 대졸 시기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일본 기업의 경우 ‘신졸지상주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직자의 나이에 민감한 편이다. 기졸 구직자의 경우 신졸 대비 취업 난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기업은 구직자의 나이를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기업 입장에서는 나이와는 무관하게 유능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은 이제 인재 채용 시 나이, 대학 간판 등 조건보다 어학 실력, 성실성, 실무 능력, 자격증 등 유능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긴 취업 준비 기간이 취직에 큰 페널티가 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일각에선 구직자가 몇 년간 열심히 노력해서 역량을 쌓고 취업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나 겪는 취업 준비 기간을 ‘N수’라고 불러도 되는 것인지 의문도 제기한다. 그러나 구직자의 ‘기업 간판’ 중시 풍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다. 몇 년 정도는 취업에 큰 페널티가 되지 않으니, 중소기업은 선택지에도 두지 않은 채 내 마음에 드는 간판의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취직을 미루는 ‘N수생’이 매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취준생 중 일부는 ‘자발적인 재수’를 선택한다. 중소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불구, 대기업이 아니란 이유로 입사를 포기하고 다시 취업 준비를 택하는 것이다. 아예 대기업이 아니면 지원조차 하지 않는 취준생도 많다. 이들은 매일 취업에 대한 걱정을 안고 살아가지만, 절대 중소기업엔 지원하지 않는다.

대학 입시 N수생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수능 중독’이다. 수능 중독은 지난 수능 결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수능을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더 좋은 대학교에 입학해 진로를 개척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N수를 시작한다. 하지만 몇 년간 실패와 좌절이 반복되면 어느새 진로 개척은 뒷전이 되고, 열등감과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수능 준비를 계속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저 끊임없이 아쉬운 부분에만 집착하고 입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독’상태가 되는 것이다.

수능 ‘N수’를 해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하는 사람이 있듯이, 취업 ‘N수’를 해서 목표로 하던 기업에 입사하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취업 중독자’가 된 대부분의 취업 N수생은 시간과 돈을 잃어버리고 좌절하면서도, 잃어버린 시간이 아깝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이들의 ‘일자리가 없다’는 호소에 중소기업은 포함되지 못한다.

수많은 청년이 누구나 부러워하는 ‘간판’을 단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청춘을 쏟아붓는 동안, 우리나라 취업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간판’ 없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으로 휘청이고 있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의 근원을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