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직접 찾아간 벤처협회·VC협회, ‘복수의결권 법안’ 통과 촉구

벤처업계, 이달 내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 통과 촉구 윤 정부 국정과제로 정해진 복수의결권 통과, 벌써 올해만 두 차례 법사위 문턱 넘지 못해 ‘메쉬코리아 사태’ 재현 우려 상존하는 가운데, 제도 바라보는 전문가들 의견 가지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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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벤처기업협회

벤처업계가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이달 중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촉구했다.

2020년 12월 제도화가 본격화된 복수의결권은 이후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계류돼왔다. 윤석열 정부가 제도화를 공약하면서 올해 2월부터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일부 법사위원들의 반대에 재차 가로막혀 통과가 좌절된 상태다.

벤처업계 숙원인 복수의결권 도입, “4월 내 법안 통과 바란다”

복수의결권은 벤처기업계가 손꼽아 기다려온 법안 중 하나다. 복수의결권을 통해 ‘황금주’를 발행받은 창업자는 창업주에게 적대적 기업 인수 위협이나 단기적 수익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고, 지분 희석 리스크 없이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아 기업의 성장을 보다 활발하게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상장 벤처기업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기업특별조치법 개정안’이 올해 들어 벌써 두 차례나 국회 법사위에서 좌절됐다. 이에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12일 직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도읍 위원장실을 방문해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의견을 전달했다.

두 협회는 “복수의결권은 대한민국의 일자리창출과 경제성장의 주역인 벤처기업이 경영권 위협 없이 대규모 투자유치를 통해 혁신성장 할 수 있게 지원한다”며 “나아가 세계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여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안에도 없는 재벌 대기업의 세습수단으로 악용, 복수의결권의 존속기한(일몰조항)삭제 요구 등 만일에 대한 가정상황의 우려와 주장으로 계속 통과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며 “복수의결권 법안이 이번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국회 호응했지만, 매번 법사위에 발목 잡혀

복수의결권은 2020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제도화가 본격화됐다. 당초부터 재벌 세습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등 일부 반대가 제기돼 존속기한(일몰조항) 등을 보완했고, 이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복수의결권 통과가 국정과제로 정해지면서, 국회도 벤처업계의 목소리에 적극 호응했다. 특히 21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로 여야를 막론하고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기대되던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법사위에서 일부 의원이 상법 원칙과의 상충하는 점과 혹시 모를 투자자 피해 우려 등을 사유로 강하게 반발해 한 차례 불발됐고, 3월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VC 도덕적 해이 유발 및 벤처 버블 우려 △상장 후 일몰조항 폐지 유예 또는 폐지 가능성 △재벌 대기업 세습 악용 등을 우려하며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결국 계류 처분을 면치 못했다.

조 의원은 “VC 대부분이 정부 모태펀드로 벤처펀드를 조성하는데 의결권까지 없으면 모태펀드는 보조금 기관으로 전락할 뿐”이라며 “재벌세습 악용 가능성도 높다. 이를 막기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장 후 3년 뒤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벤처업계에선 활용할 사람이 2%밖에 안 된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벤처업계 복수의결권 제도, 단순히 창업자 보호하는 제도 아니야

복수의결권 제도는 단순히 창업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닌,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일각에선 재벌기업 경영 참호화를 심화하고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나, 이 같은 주장을 두고 벤처업계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VC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는 그간 복수의결권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한 보완장치가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며 “가령, 주주 평등 원칙 위배와 같은 문제에 대해선 실제 상법 제388조 이사의 보수 및 책임에 관한 부분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1주마다 1개의 의결권만 가지도록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있고, 감사의 선임 및 해임, 이익의 배당에 관한 사항도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며 보완장치를 마련해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복수의결권 제도가 제때 도입되지 않아 창업주가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메쉬코리아의 유정범 전 대표는 지분 문제에 따른 내홍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결국 지난 2월 hy에 매각되기까지 했다. 또 복수의결권 제도가 없는 국내 벤처 생태계를 벗어나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쿠팡이 있다.

벤처업계는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제도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가지각색이다. 경실련 등 일부 단체에선 복수의결권 관련 토론회까지 개최했으며, 대학에서도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의견이 어느 하나로 수렴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타협이 아닌 합일점이 나올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