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에 빠진 대한민국, ‘심리상담사’ 맞춤 솔루션으로 활로 찾는 스타트업

심리상담사 맞춤 솔루션 ‘마음주의’, 20억원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 디지털 전환 더딘 심리상담 시장, 상담사 편의성 높이는 SaaS 플랫폼 제공 ‘정신건강’ 관련 정부·기업 지원 증가, 상담사 증가 수요 흡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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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음주의

심리상담사를 위한 맞춤형 솔루션 스타트업 마음주의가 2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캡스톤파트너스의 주도하에 메디케어 ESG 임팩트 투자조합,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존스앤로켓이 참여했다. 투자금은 올해 공개 예정인 ‘마음주의’ 글로벌 서비스 개발, 고객 경험 개선 활동에 활용될 예정이다.

마음주의는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한 임상심리사와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와 함께 상담사가 사용하기 용이한 콘텐츠를 연구 및 개발하는 기업이다. 심리상담사에 특화된 비대면 상담 기능, 고객관계관리(CRM) SaaS, 고객 전용 앱 등 상담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고, 정부·기업 차원의 심리상담 지원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심리상담 수요 증가에 발맞춰 심리상담사 공급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마음주의가 ‘블루오션’인 심리상담 디지털 전환 시장에서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직 ‘심리상담사를 위한’ 서비스

마음주의는 심리상담사가 별도 프로그램이나 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SaaS 플랫폼 내에서 △대면 상담 예약 및 관리 △비대면 상담 △고객 상담 일지 작성 △고객 정보 관리 △정산 기능 등 심리 상담 시 필요한 기능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와 더불어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상담 과정에 도움이 되는 치료 도구들도 제공할 예정이다.

마음주의에서는 임상심리전문가와 보건복지부 인증 임상심리사 등 현장 상황에 해박한 인력이 기획 단계부터 개발에 참여한다. 이에 따라 시장 수요에 발맞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며, 설령 시장 현실과 괴리된 서비스가 출시되더라도 신속하게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원 마음주의 대표는 “마음주의는 기술을 통해 상담 과정에서 정서적 교감을 더 심층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돕고, 궁극적인 목표는 상담사를 위한 모든 것을 제공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일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오는 6월 중순 서비스를 정식 출시하고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국내보다 규모가 큰 일본, 유럽, 북미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마음주의

심리상담, 청년층 중심으로 대중화

우리나라에서 ‘정신건강’은 이미 중대한 사회 문제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평균치와 비교했을 때도 2.2배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문제는 한층 심각해졌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등도 이상인 우울 위험군이 16.9%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의 3.2%에 비해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센터 등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도 점차 대중화하는 양상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정신건강 관련 문제를 터부시하고, 외부에 밝히기 꺼리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서비스 문턱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가 운영하는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21년 약 235만7,500여 건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8년 대비 약 3.2배 늘었다.

관련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담사 공급도 자연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의 적격 심리상담 자격증 소지자 수는 약 3만 명으로 추산되며, 여기에 청소년 상담사, 국내 주요 상담 및 심리 관련 학회 소속 수련생 수까지 더하면 그 수는 약 12만 명에 달한다. 산업인력공단 임상심리사 자격증 합격자의 수 또한 지난 20년간 연평균 22% 이상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마음주의’ 서비스의 잠재 고객 풀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기업 지원 증가, 시장 진입 ‘찬스’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정신건강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3개월간 전문심리상담 서비스 이용권(바우처)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본인부담금 10%를 납부하면 다양한 심리 검사 및 1:1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고위험군의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의료기관으로 연계된다.

기업들도 EAP(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EAP는 근로자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들을 완화할 수 있도록 기업 단위로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으로 게임빌-컴투스는 ‘상담포유 서비스’를 도입했다. 양사는 전문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 심리·정서 부문, 불면증, 가정 부문과 ‘코로나 블루’에 대한 케어 등 광범위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게임빌

LG화학도 전 세계 17개국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8개 언어가 지원되는 글로벌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The 좋은 마음 그린’을 운영 중이다. 또한 에듀윌은 상담심리 전문가가 상주하는 사내 심리상담실 ‘마음, 쉼’을 통해 임직원 1:1 맞춤 상담과 심리검사 등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정부·기업 차원의 지원이 늘면서 차후 심리상담 수요 역시 자연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심리상담 시장에서 ‘공급자’의 불편함은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심리상담 업계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더딘 편이다. 고객 상담 시 필요한 정보는 수기로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현존하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에는 상담 예약 등 단순한 기능만이 탑재되어 있다.

이처럼 아직 심리상담 디지털 전환 시장에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마음주의가 수요만큼 빠르게 증가하는 ‘공급’을 캐치하고, 심리상담사 편의성 확보에 성공할 경우 관련 시장 디지털 전환을 이끌 수도 있는 셈이다. 서비스 성장의 관건은 마음주의의 플랫폼 및 치료 도구가 실제 상담 현장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