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투자 서밋(GIVS) 최초 개최, 얼어붙은 국내 벤처시장에 ‘해외 자금 유입’ 유도
2023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 국내외 LP·GP 참석해 세미나 및 토론 진행 경제 위기로 자금 조달 난항 겪는 국내 스타트업에 해외 자본 조달 기회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비전 2030펀드’ 등 벤처 업계 행정적·재정적 지원 약속
국내 벤처 시장의 해외 자금 유치를 촉진하기 위한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GVIS)’이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됐다. 올해 처음 열린 이번 행사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와 서울특별시가 주최했으며, 서울투자청이 주관했다.
GIVS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출자자(LP)와 운용사(GP) 간 네트워킹과 매칭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서울 유망 스타트업 투자유치로 연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번 GIVS에서는 △출자기관 기조연설 △벤처투자 세미나 △글로벌 투자자 패널 토론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다양한 행사를 통해 참석자들은 국내외 벤처투자 시장 현황을 점검하고, 글로벌 협업을 위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여한 오세훈 서울시장,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등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스타트업 지원을 약속했다.
국내 벤처 시장 ‘해외 자금 유치’ 필요성 부각
GIVS에는 국내외 대표 LP 30개 사, 국내외 GP 80개 사 등 벤처투자 관계자 250여 명이 참석했다. 국내 대표 LP인 한국투자공사(KIC), 국민연금공단(NPS), 한국벤처투자(KVIC), 한국성장금융뿐만 아니라 유럽투자기금(EIF), AZELEA(테마섹 손자회사) 등 해외 LP 7개 사가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여의도를 아시아 디지털 금융 허브로 조성해 해외 투자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추진하는 등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앞으로 4년간 5조원 규모의 서울비전2030펀드를 조성해 서울을 글로벌 탑5 경제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지난해 서울은 세계 10위의 글로벌 창업 도시로 선정됐다”며 “한국 정부는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로 진출하고 해외 자본이 한국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건수 VC협회 회장은 “해외 모험자본의 투자유치와 국내 모험자본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지는 대칭형 글로벌 벤처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의 벤처투자 생태계는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춘 해외 모험자본 투자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태균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GVIS SEOUL 2023’은 혁신적인 투자처를 찾는 글로벌 출자자들에게 서울 벤처캐피탈 생태계의 성과와 매력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올해 처음 개최하는 ‘GVIS SEOUL 2023’과 같은 투자자 전문 네트워킹 등을 통해 글로벌 자본 유치 기회를 확대하고 서울기업으로의 투자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축소 버텨낸 국내 시장, 장기적 전망 ‘낙관적’
기조연설자로는 이훈 한국투자공사(KIC) 부사장과 니탄 파탁(Nitan Pathak) 유럽투자기금(EIF) 본부장이 나섰다. 이 부사장은 “사우디 국부펀드(PIF), 테마섹 등을 제외하고 주요 국부펀드의 벤처투자 비중은 3%”라며 “닷컴버블과 금융 위기 속에서 구글, 테슬라 등 혁신기업이 탄생한 만큼, 지금이 벤처투자 비중을 증대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분석했다.
벤처투자 세미나에서는 정일부 IMM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매력과 VC 투자 트렌드에 대해 소개했다. 정 대표는 “한국 벤처투자 규모는 연간 19% 성장을 기록하며 약 7조원까지 성장했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유동성이 축소되며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전보다 약 60% 줄었지만, 미국(89.7%)과 유럽(95.8%)의 감소 폭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전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한국의 코스닥 시장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으며, 정부가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재정 지원 등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다”며 “(해외 시장 대비 국내) 회수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에서는 좌장을 맡은 케네스츄 빅커스벤처파트너스 디렉터가 “외국계 LP로서 한국(투자 시장)의 기회와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에 대해 조나단 고 아담스트리트파트너스 투자 담당은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은 시장이 작은데, 여기에서 유니콘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 있다”라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많이 납부한다는 점, 한 명이 여러 펀드를 운영한다는 점 등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비전 2030펀드’란?
이번 행사에서 오세훈 시장이 언급한 ‘서울비전 2030펀드’는 2026년까지 4년간 총 5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다. 서울시는 4년간 3,500억원의 자체 예산을 확보하고, 정부 모태펀드와 민간 투자 자금을 연계해 총 5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2030펀드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특화펀드는 총 6개이며, 지난 8일 스케일업 펀드, 창업지원 펀드의 출자 공고가 나왔다. 스케일업 펀드는 기존 산업을 융·복합하거나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산업 분야‘의 성장기 중소·벤처·창업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서울시 출자금은 100억원이며, 4년간 조성 목표는 1조4,000억원이다. ‘신산업 분야’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제25조 제4항의 중기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며, 인공지능, 빅데이터, 5G, 블록체인 등 총 23개 분야가 포함된다.
창업지원 펀드는 일시적인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진 스타트업과 기술력·경험을 갖춘 재창업기업을 지원하는 펀드다. 서울시 출자 규모는 40억원이며 조성 목표는 1조원이다. 투자 대상은 서울 소재 재도약 비상장 중소·벤처·창업기업으로 △투자 직전 연도 당시 매출액, 영업이익 중 하나 이상이 전년 대비 15% 이상 감소했거나 △폐업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주요주주가 재창업 기업의 대표이사 또는 주요주주, 등기임원 등으로 재직 중이어야 한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올 6월까지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대전환 분야 첨단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대전환펀드(1조원) △서울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참여한 기업 중 민간 투자 시장에서 소외된 초기 기업들을 위한 첫걸음동행펀드(2,500억원) △바이오․의료 분야 유망 스타트업 및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서울바이오펀드(7,500억원) △문화콘텐츠 유망 스타트업과 DMC(상암), 서울시 창업보육시설 내 문화콘텐츠 분야 입주기업에 투자하는 문화콘텐츠펀드(6,000억원) 등의 출자 공고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지자체가 글로벌 벤처투자 활성화 의지를 드러내고, 해외 투자자와 국내 벤처 생태계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해외 모험자본이 국내에 보다 원활하게 유입되고, 자금 부족으로 정체된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단비’가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