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몰아보기, 구독 해지의 원인?
‘OTT 서비스의 이용자는 왜 구독을 해지하는가?’ 연구 ‘몰아보기’ 서비스, 콘텐츠 고갈→구독 해지 유발 구독료 상승-유사 콘텐츠-그외 서비스도 중요 요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의 강점으로 꼽히는 ‘몰아보기’ 형태의 시청이 오히려 구독 해지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조사됐다.
7일 한국언론정보학보에서 발표한 ‘OTT 서비스의 이용자는 왜 구독을 해지하는가?'(고려대 미디어학과 이보미·김혜수) 연구에 따르면 이용자의 몰아보기(Binge-watching, 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영화 등을 한꺼번에 몰아 보는 것)행위가 시청할 만한 콘텐츠를 고갈시켜 구독을 계속할 필요성을 낮추고 있다. 드라마 여러 편을 한꺼번에 몰아 볼 경우 콘텐츠가 빨리 소진되고, 원하는 콘텐츠를 모두 시청한 이용자는 구독료를 지불할 유인을 느끼지 못하고 구독 해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용자가 습관적으로 OTT를 이용한다는 것을 깨닫고 부정적 감정을 가진 경우도 구독 해지로 이어졌다. 계속해서 콘텐츠를 시청하는 자기 모습이 ‘중독’이라고 느껴지거나, 지인 추천에 따라 생각 없이 구독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구독료 상승에 의한 피로 현상도 구독 해지의 요인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 콘텐츠 시스템도 구독자 이탈에 한몫했다. 유사한 장르가 계속해서 추천되다 보니 싫증을 느껴 맞춤화 서비스에 부정적 감정을 느낀 일부 사용자가 존재한 것. OTT 회사별 독점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그 수가 적어 전반적인 콘텐츠가 서로 유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밖에도 구독 해지 배경으로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는지, 해외 드라마 콘텐츠가 공급되는지, 구독에 관한 정보를 제시하는지 등이 구독 지속 및 해지 여부에 영향을 미쳤다.
OTT 구독 취소 경험이 최소 1번 이상 있는 서울 및 수도권 20~50대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초점 집단면접으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연구진은 “OTT 서비스의 특성에서 나아가 이용자의 패턴인 몰아보기 행위와 구독 해지의 연관성을 탐색한 것과 OTT 서비스의 해지 동기로 습관적 이용과 중독의 연관성을 발견한 것이 유의미한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몰아보기’라고 불리는 시청형태는 2013년 넷플릭스(Netflix)가 드라마 시리즈 전체를 한 번에 공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하나의 사회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 미디어 소비방식과 다르다는 점에서 OTT 플랫폼만의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작용했다. 시청자는 방송사에서 정한 시간에 편성된 프로그램을 매주 한 회씩 수동적으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디어 이용 속도와 시간을 능동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며 자율성을 얻었다.
‘2019 온라인 비디오 사용 현황'(라임라이트네트웍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비디오 시청은 주당 6시간 48분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온라인 비디오 시청시 몰아보기 비율이 82%인 것으로 나타났다.
몰아보기 시청 행태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한 번에 평균 2시간 40분을 콘텐츠 시청에 할애하는데, 이는 2018년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미국 시청자는 이보다 많은 평균 3시간 이상 몰아보며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 시청자들은 몰아보기 선호도는 높지만, 주당 2시간 13분 시청(2018년보다 17% 증가)하는 다른 나라 시청자보다 몰아보기 평균 시간은 두 번째로 낮았다.
최근 OTT 플랫폼은 몰아보기 대신 시즌·파트제, 순차적 공개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몰아보기 문화를 정착시킨 넷플릭스도 최근 <더 글로리>를 파트1, 파트2로 나눠 공개했다. 대부분의 국내 OTT 플랫폼 티빙(TVING), 웨이브(Wavve), 쿠팡플레이(Coupang Play) 등은 국내 시청자 시청 습관에 맞춰 주 1회, 주 2회 공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시즌, 파트제를 더해 오히려 공개 기간을 늘리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카지노> 시즌1을 공개한 디즈니+(Disney Plus)는 올해 3월 22일 시즌2 최종회로 16부작의 막을 내렸다. 하나의 작품을 약 3개월 동안 전개한 것. 시즌 사이에 한 달가량의 공백이 있었다. 이는 구독자 이탈 방지 및 구독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카지노> 공개 기간인 3개월간 사용자가 구독을 끊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다.
강윤성 감독은 <카지노>와 <더 글로리>의 공개 방식을 비교하며 “두 파트로 나눠 공개한 <더 글로리>의 화제성은 순간적으로 높았지만, 시즌제에 한 회차씩 공개한 <카지노>는 장기간 꾸준하게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체 에피소드를 한 번에 공개할 경우,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시청자가 공개일 2~3일 안에 콘텐츠를 완주한다. 순간 화력은 강력하지만 관심 지속도는 낮아진다. 순차적 공개의 경우 장기간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만, 기다림에 지치거나 새 작품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할 위험도 존재한다.
조사에 따르면 몰아보기는 1인 가구, 연령층이 낮은 이용자 비율이 높다. ‘몰아보기’가 구독 해지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즉, ‘능동적인 콘텐츠 소비’를 원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OTT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다양한 요금제 선택권 등 소비자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