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공영방송의 갈 길은?

OTT 영향력 확대, 공영방송의 역할은?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정치적 독립성’ KBS 특별 세미나 尹 ‘수신료 분리징수’가 촉발한 갈등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 OTT 편입 아닌 독립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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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플랫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 공영방송의 갈 길은?

3일 한국언론정보학회(회장 김은규)와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소장 엄경철)는 ‘공영방송 재원구조의 정치적 독립성’ 관련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수신료 징수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이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상황이 KBS 공적 기능 약화 및 공영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가운데 OTT가 공영방송에 미친 영향도 나타났다. 디지털기술 발전과 더불어 방송프로그램과 디지털영상콘텐츠는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청자(이용자)와 쌍방향으로 연결된다. 그 중심에는 규제 밖 영역에 있는 OTT 플랫폼이 존재한다. 최근 OTT에는 지상파 PD가 연출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넷플릭스), <국가수사본부>(웨이브)와 같은 시사 콘텐츠가 등장했다. 글로벌 인기를 누린 예능 <피지컬 100>(넷플릭스) 또한 지상파發 콘텐츠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의 <오징어 게임> 육성을 위해 해외수출 콘텐츠에 대한 제작비 지원 강화, OTT 콘텐츠 세제지원 등 OTT 중심의 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국빈 방미성과로 넷플릭스의 4년간 K-콘텐츠 3조 3억원(약 25억 달러) 투자 계획을 내세웠다.

공영방송은 공익적 서비스뿐만 아니라 공공의 선을 위한 의무와 사회적 책임이 주어진다. 이미 공영방송은 전 세계적으로 상업방송에 밀려 독점적 지위를 상실해 가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상업적 콘텐츠 경쟁이 심화된 OTT 시대에도 공영방송을 통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시장이 공급하지 않는 콘텐츠를 적정 수준으로 공급하여 정보의 기본공급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OTT 우위시대를 대비한 미디어 이용환경 변화 및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고려한 재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대부터 70대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4대 매체 및 인터넷(TV, 인터넷 포털, 메신저 서비스, OTT, SNS)에서의 뉴스 이용률 추이’를 살펴보면 연령층이 낮을수록 인터넷 포털, 메신저 서비스, OTT, SNS 등의 미디어 이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30대부터 OTT, SNS보다 TV 시청 비율이 높아졌고, 50대 이상에서는 94%를 넘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미디어 뉴스 이용률에서는 20,30,40대까지 인터넷 포털 정보 취득률이 높았지만, 50대부터는 TV 활용이 86%를 넘어섰다. 70대 이상의 90.8%는 TV 뉴스로 정보를 얻는다. 즉, 뉴스의 경우 여전히 공영방송에 의존하는 환경이며 OTT, 메신저, SNS 등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임이 드러났다.

OTT와 메타버스 환경에서 여전히 공영방송은 필요할까. 공영방송도 OTT 영역에 진출하고,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확충이 필요할까. 또 OTT는 공영방송의 기본공급 영역에 있다고 볼 수 있는가.

현재 1만여 개의 매체가 존립 중이며 포털의 SNS, OTT 등 새로운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공영방송 수신료는 2,500원으로 동결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수준을 고려했을 때 터무니 없이 저렴한 수준이다. 해외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점심값이 1만원인데,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냐”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OTT 시대에 보편적 서비스의 축소, 유료 서비스의 확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KBS 미래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상파 직접 수신율은 5% 미만이다. 이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보다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플랫폼을 통한 접근의 보편성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공영방송이 강력한 영국과 독일의 경우 OTT서비스 이용률이 유튜브와 유사한 수준이다. 영국의 경우 BBC iplayer와 기타 지상파 공공서비스 방송이 제공하는 OTT 플랫폼 이용률이 1,4,5위에 올랐다. 독일도 ARD/ZDF Mediathek 통합 이용률이 38.5%에 달한다. 유튜브 이용률 39.5%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이다.

사진=KBS

대통령실은 “유료 플랫폼을 통해 TV를 보는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이중부담이다.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현실화할 경우 KBS의 수신료 재원은 크게 줄어든다. 수신료를 한전을 통해 통합징수하기 직전인 1993년 수상기 등록률은 80%, 수납률은 53%, 징수비용률은 35%였다. 2022년 수신료 재원 6,934억원에 당시 비율을 단순 반영할 경우 2천억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엄경철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로 훼손되고 약화될 공익은 명확하다. 수신료 재원이 2천억원대로 줄게 되면 먼저 국가 안보나 공공 외교에서 중요하지만 수신료 납부 의무자 영역이 아닌 대외 방송, 국제 방송 그리고 장애인 방송, 클래식 음악 방송인 1FM처럼 특정 장르의 방송 등 일반적으로 체감하기 어렵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익사업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공영미디어 EBS에 대한 KBS 지원금 194억원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방송의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치주의와 형평성의 가치 훼손을 언급하며 “수신료 납부 선택권이 국민에게 주어질 경우 법적으로 규정된 특별부담금(수신료)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식이 형성돼 법치주의 가치가 무력해지고 수신료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아울러 90가지에 이르는 여타 다른 부담금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주장했다.

OTT 시대에도 공적 매체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 공영방송 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TV가 없는 가구의 증가 추세에 따라 수신료 징수 대상이 감소하고,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한 공영방송 콘텐츠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부합하게 디지털서비스세·기금제도를 도입했다. 공익적 방송서비스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저널리즘 원칙은 ‘정치적 독립’, ‘재정 안정성’, ‘제작자율권’으로 구분된다.

공영방송이 엔터테인먼트 영역인 OTT에 편입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의 의사도 중요하다. 조작이 가능한 ‘국민참여 토론’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국민이 원하는 바를 청취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공영방송과 국민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진실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TV가 사라지는 시대, ‘수신료 분리징수’의 문제는 단편적 시선이 아니라 공영방송 혹은 국내 공공서비스미디어, 나아가 국내 미디어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속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