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밀려나는 인간 사이서 떠오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지속적인 경쟁력은 ‘글쎄’

생성형 AI 시대 도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마켓’ 열풍 AI 도입 기업 수 많아질수록 ‘프롬프트 엔지니어’ 몸값 ↑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결국 인간, 무한한 경쟁력은 지니기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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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 거래 마켓 ‘프롬프트 베이스’/사진=프롬프트 베이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전 세계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마켓’ 열풍이 불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마켓에선 AI에 내릴 명령어와 명령을 내리는 노하우를 사고판다. 프롬프트는 적게는 3달러, 많게는 30달러 이상에 거래된다.

대표적인 프롬프트 거래 사이트 ‘프롬프트 베이스’에 따르면 상위 개발자의 경우 프롬프트를 통해 달 수백만원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이를 방증하기라도 하듯 우리나라에도 내달 ‘프롬프트 타운’이란 거래 사이트가 문을 연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란 AI가 보다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AI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직업도 새로이 등장했다. 이처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공급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건 그만큼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자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겠다 나선 것이다.

최근 들어 다양한 영역에서 생성형 AI가 도입되고 있는 만큼 AI가 좋은 답변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 AI 기반 콘텐츠 생성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는 국내 IT 업체 중 최초로 프롬프트 엔지니어 직군을 ‘최대 연봉 1억원’이란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세우며 공개 채용하고 나섰다.

해외 기업은 우리보다 앞서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다. 구글이 투자한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은 지난달 연봉 3~4억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 및 데이터 라이브러리 관리자를 공개 채용했다. 영국 법무법인 ‘미시콘 데 레야’ 또한 법률 지식을 갖춘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 중이다. 어떤 질문을 해야 AI가 좋은 답변을 도출해 낼 수 있는가에 100%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노하우를 습득한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역량이 필요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이 억대 연봉을 내걸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구하는 이유다.

주어진 역할에 따라 적절한 답을 내놓는 AI의 모습/사진=챗GPT 캡처

‘특정 역할’ 부여해 AI 활용성 ↑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생성형 AI를 120% 활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는 AI에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예컨대 경복궁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act as a historian(역사학자로서)’이란 내용을 명령어 중간에 넣고, 관광 목적일 경우에는 ‘act as a tour guide(관광가이드로서)’라고 입력하는 식이다. AI가 적절한 답을 내놓을 수 있도록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문가 역할이 부여된 생성형 AI는 특정 데이터 셋에서 학습된 내용과 관련한 답변만 내놓게 된다. IBM이 지난날 수익화 사업에 실패하며 손을 놓았던 왓슨X도 이와 비슷한 원리를 탑재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IBM의 왓슨X는 비즈니스용 AI로서 기업의 요구에 맞춰 프롬프트가 구축됐다. 이를 통해 왓슨X 이용자들은 단순히 AI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비즈니스적 이점을 확실히 누릴 수 있게 됐다.

왓슨X는 특히 언어와 코딩, 지구공간 정보 등 7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훈련된 모델을 제공한다. 왓슨X의 지구공간 정보 모델은 미 항공우주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돼 자연재해 패턴이나 생물의 다양성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코딩 모델은 깃허브 코파일럿처럼 사용자가 자연어로 명령하면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인간이 ‘할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설 자리 잃어가는 인간,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결국 인간이다

특정 역할군 집중형 AI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AI 로봇이 공장과 가정에서 사람을 대체할 날이 머잖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어진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AI가 대신할 수 있는 직종의 채용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왓슨X를 내놓은 IBM 또한 고객과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는 직원 2만6,000명 중 최소 30%를 향후 5년에 걸쳐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특히 단순 반복 작업 계열의 일자리는 소멸까지 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 쏟아진다. 국내 법률 분야 AI 업체 ‘인텔리콘연구소’는 오는 7월께 챗GPT를 활용한 법률 상담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무슨 죄가 성립되냐’고 물었을 때 관련 법률 조항을 바로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미래엔 의뢰인이 인간 변호사를 찾아가 법률 상담을 받는 일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체 법률 업무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앞으로 AI를 통해 자동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AI가 기초 자료 조사, 문서 초안 작성 등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면 대형 로펌의 법률 시장 독과점이 가속화할 수 있다. 로펌들이 소속 변호사 수를 늘리지 않고도 사건을 더 수임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실상 저연차 변호사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각에선 아직 AI가 인간을 이길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AI는 어떤 증거가 가장 결정적인지, 어느 증인이 가장 신빙성 높은지 등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단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붐에 맞춰 프롬프트 엔지니어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인터넷 초창기 떠올랐던 ‘정보검색사’ 꼴이 날 수 있단 목소리가 결코 적지 않다. 흐름에 탑승할 거라면 최대한 빠르게, 그러지 않을 거라면 딱 잘라서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 나아가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등장은 기술사회에 있어 큰 충격을 안겨다 주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같이 시대에 맞춰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인간은 자연 도태될 것이다. 다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시대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초거대 AI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역량을 합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결국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 AI의 시대에 인간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점차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