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 권도형 재산 2,333억 동결, ‘시세 조작’ 횡행한 암호화폐 시장 정상화 가능할까
끝없는 암호화폐 범죄, 국회의원에까지 뻗친 암수 소 잃고 외양간까지 잃을 순 없어, 이제라도 생태계 정상화해야 투기 없는 암호화폐 존립 가능할까, 세간의 의구심 여전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재산이 동결됐다. 규모는 2,3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의 행위가 ‘사기 행각’임을 법원 차원에서 인정한 셈이다. 권 대표는 폭락 사태 직후 해외로 출국해 잠적했으나 올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法, 권 대표 추징보전 청구 받아들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 윤찬영 부장판사는 권 대표 재산에 대한 검찰의 기소 전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였다. 추징보전이란 피의자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수익이나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번에 법원이 받아들인 권 대표의 추징보전액은 총 2,333억원이다.
법원이 추징보전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권 대표가 보유한 서울 성동구 소재의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논현동 소재의 신축 오피스텔 분양권 및 수입 승용차 등의 처분이 금지됐다. 미래에셋증권에 예탁된 유가증권과 우리은행에 예치된 예금, 가상화폐거래소에 예치된 암호화폐도 처분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그 외 금융자산에 대한 추징보전 청구는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 범죄, 그 끝없는 도돌이표
암호화폐와 관련한 범죄는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당장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비롯해 시세 조작 사건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2021년 초엔 암호화폐 조작 및 폭락 사태에 따른 금전적 갈등으로 인한 납치 살인 사건도 발생했다. 특히 이때 문제가 된 코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전 직원이 뒷돈을 받고 상장시켜 준 코인이었단 사실이 드러나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암호화폐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져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외에도 여러 범죄 행각에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형국이다. 다크넷엔 자신이 지닌 디지털 코인이 얼마나 깨끗한지 확인해 주는 서비스가 개시돼 있기도 하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범죄자들은 3달러(한화 약 3,480원)만 내면 자신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수사기관이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자금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범죄자들의 자금 세탁은 더욱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분석 및 사법당국의 수사가 점차 어려워지는 이유다.
프라이버시 코인(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해 암호화폐 거래 내역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코인)의 사용 증가도 암호화폐 생태계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비트코인 등 주류 코인보다 익명성이 강해 법망을 피해 가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실제 암호화폐 강탈 사건 등에서 해커들은 피해자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대신 프라이버시 코인 지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범죄의 손길은 국회의원에게까지 뻗쳐나갔다. 최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0억원 코인 의혹’에 휩싸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1, 2월 최대 60억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을 보유하다가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 시행 직전인 같은 해 2월 말에서 3월 초 이를 전량 처분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김 의원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이 암호화폐 범죄의 중심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김 의원이 범죄와 무관하다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이상거래 통보를 했겠냐는 지적이다. 앞서 FIU는 자체 판단 준거에 따라 김 의원의 암호화폐 거래를 이상거래로 판단, 수사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변동성 큰 암호화폐, ‘한탕’ 심리 자극해 사기 피해 ↑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크다. 때문에 잠깐의 투자를 통해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 2017년 암호화폐 광풍 이후 2021년 2차 광풍이 불어닥치던 당시 비트코인은 그해에만 1,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2,0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제 와서 암호화폐의 가치가 다시금 치솟으리라 기대하는 건 ‘허황된 꿈’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난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형사사건 판결문 중 사기, 사기방조, 사기미수 등 사기 관련 사건은 42.5%에 달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기 관련 사건은 특정 코인에 투자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인 뒤 돈을 가로챈 범죄였다.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대중들이 다른 이의 말만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가 성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 생태계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까지 잃을 순 없다.
다만 ‘투기꾼’ 없는 암호화폐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의문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애초 암호화폐 생태계 자체가 투자를 빙자한 ‘투기’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사용자 경제 주축의 코인을 거의 상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생태계 안정화에 걸림돌이 된다. 이미 중앙화가 이루어진 거래소 입장에선 사용자 경제 주축의 코인은 돈이 되지 않으니 투자 성격의 코인만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 시즌2’라며 “이젠 투기가 아니라 투자다”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세간의 시선과 객관적 평가는 이와 동떨어져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