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인수한 JP모건, ‘VC 지원사업’ 확대 여부에 업계 예상 엇갈려

미국 스타트업과 VC 고객에게 서비스 제공했던 FRC 현지 VC 업계, JP모건 FRC 기존 서비스 지속할지 여부에 의견 분분 “대규모 VC 고객 이탈 막아야 한다” vs. “굳이 리스크 더 짊어질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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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홈페이지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C)을 인수한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이 향후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분야 사업 확장에 나설지 여부에 현지 VC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JP모건이 여러 스타트업과 VC에 자금을 제공해 온 FRC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규모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비교적 조심스럽게 움직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JP모건, FRC 자산 및 예금 전액 인수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FRC는 지난 3월 24일 실적 발표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예금 인출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주가 폭락과 함께 파산했다. 이후 경매를 통해 매물로 나온 FRC는 예금 전부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JP모건에 매각됐다.

JP모건은 FRC의 모든 예금과 실질적으로 모든 자산을 인수하기 위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구매 및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FRC지점이 JP모건의 지점으로 재개장되며, 향후 FRC 고객의 모든 예금 인출도 다른 JP모건 지점에서 계좌 처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 변경이 완료됨에 따라 정상화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JP모건의 인수 소식에 시장이 크게 안도했다. 지난 며칠 동안 월가에선 SVB와 시그니처 은행 파산 사태가 일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이번 사태를 두고 대규모 파산 위기가 확산될 거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인수전에 관심 많았던 JP모건, 저가매입 노렸나

이번 인수로 시가총액 약 6,500억 달러에 이른 JP모건은 자산 규모 면에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 됐다. 현지 금융투자 업계에선 “JP모건이 저가매입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FDIC과 체결한 손실 분담 계약에 따라 FRC의 특정 부문 손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에 따라 JP모건은 FRC로부터 매입한 단독주택 대출을 비롯해 주거용·상업용 대출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민간 부문 자산도 유지하게 되면서 자산 회수를 극대화하게 됐으며, 특히 FDIC에 지불한 26억 달러와 구조조정 비용 20억 달러를 제외하면 5억 달러의 순자산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발표 직후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언론을 통해 “FRC와 관련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JP모건이 이번 인수전에 관심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미국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를 주당 2달러에 인수하는 등 부실 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몸집을 키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JPMorgan Chase&Co. 회사 전경/사진=JPM 홈페이지

VC 업계, FRC인수에 대한 엇갈린 시선

현재 JP모건의 행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단연 VC 업계다. SVB와 마찬가지로 FRC가 미국의 많은 스타트업과 VC에 고급 서비스를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FRC가 스타트업에 대출을 제공한다는 공식적인 자료는 밝혀진 바 없지만, FRC의 예금액 중 약 12%는 스타트업 관련 사모 펀드로 구성돼 있다.

다만 JP모건이 스타트업과 VC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를 두고 현지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먼저 벤처 투자 정보기업 피치북(Pitchbook)은 JP모건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북의 고위 분석가 제임스 울란(James Ulan)은 “JP 모건은 금융위기 이후 많은 회사를 인수해 왔다”며 “대규모 고객 이탈을 일으키지 않는 방식으로 VC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기존 전략을 접목시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FRC의 기존 VC 고객의 여론도 JP모건이 기존의 서비스를 완전히 포기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VC 시그널 파이어(SignalFire)의 CEO인 크리스 파머는 “JP 모건의 지점이 되는 대신 기존의 FRC에서 치렀던 관행 등이 지속 운영되길 희망한다”며 “(JP모건이) 기술 기업과 벤처캐피털들의 요구를 이해하는 능력이 있다면 여전히 고객으로 남을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VC 심사관은 “미국 전역 지역은행의 예금들은 SVB 사태 시작 전부터 뱅크런 위기를 인지하고 JP모건과 같은 대형은행으로 흘러 들어갔다”며 “FRC의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아야 하는 임무가 있지만, 지역은행 파산 사태의 최대 수혜자인 JP모건이 위기가 종식되지 않은 이 시점에 굳이 리스크를 더 짊어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3월 SVB 파산 이후부터 대형은행으로 예금을 옮기는 예금주들이 폭증했다.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경우, SVB 파산 사태 당시 수일 만에 예금 150억 달러(약 20조원)가 증가했는가 하면, 지난 3월 말부터 4월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약 110억 달러 이상의 예금이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