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상제도 변화 바람, 스톡옵션 지고 RSU 뜬다

2020년 2월 한화솔루션이 첫 도입한 RSU 무상 제공, 행사 기간 제한 없는 간편한 절차로 인기 신주발행 불가, 수령 즉시 세금 발생할 수 있는 단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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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처음 인기를 얻은 스톡옵션은 1997년 증권거래법 개정 이후 한국에서도 미래산업, 두신전자, 웹 인터내셔널과 같은 벤처 기업들 사이에서 점점 유명세를 떨쳤다. 이에 1999년까지 대기업을 포함한 193개 상장기업이 스톡옵션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최근 주식 시장 침체로 스톡옵션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한화, 두산그룹과 같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등에서도 스톡옵션 대신 양도제한조건부주식권(RSU)을 선호하고 있다.

스톡옵션: 사라져가는 기회의 상징

스톡옵션은 IMF 당시 많은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유능한 직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동반 성장과 성과 창출의 문화를 조성한 바 있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도 스톡옵션은 인재를 유지하고 성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6년 비과세 금액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는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스톡옵션의 인기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2월 네이버가 임직원 239명이 2,19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포기했다고 공시한 것은 이러한 스톡옵션의 단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주가가 행사가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직원들은 스톡옵션이 “사실상 쓸모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판교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실망감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RSU: 실리콘밸리의 인재 유치 비급

이처럼 스톡옵션이 매력을 잃어가는 가운데, 매력적인 대안으로 RSU가 떠오르고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RSU는 현재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스톡옵션과 달리 RSU는 회사의 비즈니스에 기여한 직원, 계열사, 제3자 등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부여할 수 있다. 또한 RSU 부여 수량이나 행사 가격에 대한 제한이 없고, 무상으로 부여할 수도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RSU 부여는 특정 주식 수에 대해 이사회에서 단 한 번의 포괄적 결의만 하면 되는 데다, 개별 부여는 CEO에게 위임할 수 있는 만큼 스톡옵션보다 훨씬 간단하다. RSU 행사 기간 역시 재직 2년 미만인 경우에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스톡옵션의 최소 2년 근속 요건에 비해 유연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RSU는 근속 기간과 성과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료로 지급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도 직원들의 업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RSU는 유능한 직원을 유치하고 경영진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RSU: 수령 시 과세

앞서 언급했듯 RSU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자리 잡은 개념이다. 구글, 아마존, 테슬라, 페이팔과 같은 대형 기술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직원들에게 428억원 상당의 자사 주식 160,972주를 RSU 형태로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벤처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RSU에도 단점은 있다. 수령 즉시 소득으로 과세되며, 스톡옵션과 달리 이연이 불가능하다. 또한 상법상 이익 배당이 가능한 회사에 대해서만 허용되는 회사 주식의 증여로 간주되기 때문에 기업공개 기간에는 RSU를 발행할 수 없는 만큼, 수익성이 없는 회사에는 RSU를 부여하기가 어렵다.

직원 보상의 미래

스톡옵션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구직자와 ‘현금이 곧 산소’라는 신종 증후군에 시달리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RSU는 유망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현금을 요구하는 구직자들로 인해 자금 조달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업무 능력이 없는데도 과도한 현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메쉬코리아, 왓챠 등의 사례로 인해 투자 유치를 꺼리는 데다 인력난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비즈니스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스톡옵션보다 RSU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직원에 대한 보상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주식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고 스톡옵션의 혜택이 점점 더 불확실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보상 수단으로 RSU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RSU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닌 특정 수의 주식을 부여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이 받는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와 고용 시장이 빠른 속도로 진화함에 따라 더욱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형태의 직원 보상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조직은 최고의 인재를 유지하는 데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맞춤형 보상 패키지나 새로운 형태의 주식 모색 등 금전적 혜택은 물론 유연 근무제, 자기 계발 지원과 같은 비금전적 혜택의 도입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