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넷플릭스, 구독자 수 정체 기조 탈피 위해 ‘계정 공유 금지’
가족 제외 계정 공유 금지로 신규 구독자 손실 문제 해결한다? 시범적으로 진행한 남미에선 ‘#차오(굿바이) 넷플릭스’ 등장 “수익성 약화에 대한 책임을 구독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도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의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구독자들이 계정을 공유해 사용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계정 공유를 단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남미에서 시범적으로 계정 공유를 금지한 결과 구독자 수가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정책이 실제 수익성 개선과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넷플릭스, 계정 공유 금지 “지인 추가는 1만원 더 내라”
넷플릭스는 지난 23일(현지 시각) 자사 블로그를 통해 “오늘부터 미국에서 가족이 아닌 이와 계정을 공유하는 회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낼 것”이라며 “넷플릭스 계정이 한 가구 내에서만 이용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살펴보면 “계정에 등록된 기기를 확인해 접근 권한이 없는 기기를 삭제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하라”며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계정을 공유하고 싶다면 그들이 직접 요금을 지불하도록 새 멤버십으로 프로필을 이전하거나, 추가 회원 요금을 지불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제 기존 계정에 가족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새로 추가하려면 7.99달러(약 1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단, 이용자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월 15.49달러(약 2만원)의 ‘스탠더드’와 월 19.99달러(약 2만6,000원)의 ‘프리미엄’ 구독자들에게만 한정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이후에 공개한 주주 서한에서 “(회계연도 기준) 2023년 1분기 말에 계정 공유 유료화 조치를 광범위하게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료 회원의 계정을 무료로 시청하는 가구가 무려 1억 가구에 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내세워 잠재적 신규 구독자 손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도입된 남미에선 대체로 ‘부정적’ 반응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계정 공유 금지 정책을 펼치기에 앞서 지난해부터 칠레·코스타리카·페루 등 남미 3개국을 대상으로 계정 공유 시 3달러(약 3,765원)가량의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우선 도입했으나, 정상 이용자까지 차단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무선인터넷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던 크리스티안 카스트로(48)씨는 넷플릭스의 안내대로 위치 인증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무선인터넷을 인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접속이 차단됐다. 이에 결국 넷플릭스를 탈퇴한 카스트로씨는 “모든 것을 적법하게 한 사람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모욕적”이라며 “아마존 프라임과 HBO를 구독하고 있어 넷플릭스 탈퇴 결정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기업 대상 민원을 제기하는 한 사이트에서는 지난해 넷플릭스 관련 불만이 139건 접수됐다. 이는 2021년 41건, 2012∼2021년 연평균 53건 대비 급증한 수치다. 트위터에서는 ‘#차오(굿바이) 넷플릭스’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칠레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편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관련 조치를 남미를 시작으로 미국, 브라질, 프랑스, 독일, 대만,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로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지난 2월 국내 넷플릭스 홈페이지에 ‘넷플릭스 계정 공유’ 페이지가 개설된 만큼 곧 적용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넷플릭스 구독자 수 감소, 원인은 계정 공유?
계정 공유 정책에 대한 남미 이용자들의 부정적 의견에도 구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시행 초기 단기적으로는 남미 국가의 구독자 수가 감소했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다시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이에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는 “이런 조치가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 기반을 보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피터스 공동 CEO는 지난해 4분기 주주 서한을 통해 계정 공유는 비즈니스 구축뿐만 아니라 투자를 통해 회사를 개선하는 장기적인 능력을 약화 시킨다고 역설한 바 있다. 최근 구독자 수 정체 및 감소의 원인이 계정 공유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춰볼 때 이번 계정 공유 금지는 ‘구독자 수 증가’와 ‘수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을 왜 구독자에게 전가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넷플릭스가 구독자를 잃는 것은 당연하다”며 “넷플릭스에는 수백 개의 케이블 방송처럼 자체 콘텐츠가 많긴 하지만, 막상 볼만한 콘텐츠는 없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원인이 콘텐츠 퀄리티의 약화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독일의 통계 전문사이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3·4분기 동안 약 300개에 달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방영했다. 이는 2019년 2분기부터 약 100개 정도의 신규 콘텐츠를 제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러한 ‘공장식 콘텐츠 찍기’에 대해 미국 금융투자 전문 매체 더 스트릿은 넷플릭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식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청자들에 대한 분석이나 취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량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