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 업체 ‘로카모빌리티’ 맥쿼리PE에 매각, MBK ‘롯데카드 매각’ 속도 붙을까

롯데카드-로카모빌리티 분리매각, 결국 4,000억원에 맥쿼리자산운용 품으로 홈플러스 실적 부진·롯데카드 매각 실패로 전전긍긍하던 MBK, 한숨 돌렸다 대형 투자 성사에 LG CNS ‘대박까지, 로카모빌리티-맥쿼리 시너지에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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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카모빌리티

국내 2위 교통카드 업체 로카모빌리티가 호주계 사모펀드(PEF) 맥쿼리자산운용의 품에 안겼다. 17일 맥쿼리자산운용은 롯데카드가 보유 중인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인수하는 대금 납입을 마치고 거래를 종결했다. 인수 금액은 구주와 신주를 포함해 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롯데카드의 최대 주주는 국내 대형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로, 현재 59.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올해 초 맥쿼리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4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 매각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던 MBK파트너스가 이번 매각을 통해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비카드’에서 ‘로카모빌리티’로 변신, 최근 적자 벗어나

로카모빌리티는 국내 최초로 교통 카드 사업을 시작한 선불 교통카드 및 단말기 제조사로, 시장에는 직전 사명인 ‘이비카드’로 잘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주)이비의 교통카드 사업 부문이 (주)이비카드로 분사된 후 2010년 7월에 롯데그룹에 인수됐으며, 현재 통합 교통카드 브랜드 ‘캐시비’를 운영 중이다.

로카모빌리티는 경기, 강원, 충청 중심 교통카드 정산 및 선불 교통카드 발행 사업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AFC(Automatic Fare Collection, 자동요금징수 시스템)로 매출원이 한정되어 있다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고, 높은 운영 비용(OPEX)과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에 로카모빌리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교통카드 정산 및 발행 사업을 넘어선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했고, 2021년 4월 이비카드에서 로카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로카모빌리티는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주요 사업인 AFC의 범위를 기존 버스, 지하철, 택시 등을 넘어 해운, 전세버스 등으로 확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재 로카모빌리티는 시외버스 예매 사이트 중 하나인 버스연합회 홈페이지(버스타고)를 운영하고 있으며, 버스타고망을 이용하는 버스 터미널의 무인 발권기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로카모빌리티는 AFC뿐만 아니라 경기도 권역 버스를 대상으로 한 비콘(Beacon) 방식의 ‘비접촉 요금 결제 서비스(태그리스, tagless)’ 적용, 교통복지 플랫폼 등 인프라 분야의 신사업을 선보이며 사업 범위를 확장했다. 다양한 시도 끝에 로카모빌리티는 지난 2021년 178억원의 영업이익과 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지난해에는 522억원의 상각전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카모빌리티

고배 마시던 MBK파트너스, 이번 매각이 ‘전환점’?

최근 MBK파트너스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2015년 영국 테스코(Tesco)로부터 7조원대에 인수한 홈플러스의 영업 실적이 꾸준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 회계연도(2021년 3월~2022년 2월) 기준 홈플러스는 1,3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당당치킨’ 등을 앞세운 오프라인 먹거리 사업 ‘메가푸드마켓’을 통해 재도약을 꾀했지만, 역성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분 매각 역시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하며 매각을 본격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고,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롯데카드 매도 희망가(3조원)가 지나치게 높다는 평이 나오며 좀처럼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로카모빌리티의 분리 매각도 롯데카드의 몸집을 줄여 원매자의 부담을 덜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로카모빌리티를 4,000억원에 매각한 것이 ‘십년감수’라는 평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비카드를 인수하기 전부터 교통카드 업체인 마이비와 그 자회사인 하나로카드를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충전 선수금 수익과 유통 및 외식 분야와의 연계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이비카드 인수 이후 롯데카드는 사업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힘썼으나, 상기했듯 이비카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로카모빌리티가 최근 들어서야 겨우 적자 늪에서 벗어나 활로를 찾아 나선 시작한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000억원에 달하는 매각가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는 평이다.

LG CNS ‘대박’의 주인공 맥쿼리, 로카모빌리티는 어떨까

맥쿼리자산운용은 에너지·환경·민자사업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자금을 융자해 주고, 수익이 나면 배당금을 투자자에게 주는 상장 펀드사다. 이번 로카모빌리티 인수로 맥쿼리는 7,200억원 규모 5호 블라인드펀드 자금을 대부분 소진하게 됐다. 지금껏 5호 펀드 자금은 △LG CNS 지분 35% 인수(1,000억원) △LG그룹 계열사 S&I코퍼레이션의 FM 사업부 지분 60% 인수(4,000억원) △어프로티움 경영권 인수(8,600억원) 등 대형 투자에 사용됐다.

특히 LG CNS의 경우 2년 만에 원금 회수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맥쿼리는 2020년 5월 LG CNS 지분 35%를 (주)LG로부터 9,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맥쿼리는 △자체 조성한 프로젝트펀드 자금 3,500억원 △5호 펀드 자금 1,000억원 △인수금융 5,000억원 등으로 자금을 마련했으며, 이에 더해 인수 비용 및 이자 지급 등을 위해 1,0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이후 LG CNS의 몸값은 2년 만에 급등했다. 맥쿼리가 투자를 집행하기 전인 2019년 말 3조2,8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2021년 4조1,400억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특히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2,128억원에서 3,285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기업가치가 껑충 뛰었다. 맥쿼리는 단기간 내 원금 회수에 성공하고, 600억원 가량의 배당 수익까지 챙기며 ‘대박’을 터뜨렸다.

맥쿼리는 현재 6호 펀드를 새롭게 조성 중이다. 이달 초 국민연금공단이 진행하는 출자 사업에 참여했으며, 금융기관과 공제회 등을 대상으로 1조원 규모 자금 조달도 추진 중이다. 대형 투자를 연이어 성사시키고, LG CNS ‘대박’ 신화의 주인공이 된 맥쿼리가 롯데카드의 ‘애물단지’로 꼽히던 로카모빌리티로 어떤 시너지를 창출해 낼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