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생존경쟁] 디즈니+ 고집 꺾고 ‘전체공개’, 넷플릭스 성공 전략 따른다

디즈니+ 고집 꺾고 ‘전체 공개’ 사용자 수 감소에 넷플릭스 성공 전략 따른다 디즈니+ 변화에 업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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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즈니+

디즈니+가 달라졌다. “순간 화제성보다 꾸준한 인기에 만족한다”며 고집을 피우더니 결국 구독자의 입맛에 맞추기 시작했다.

글로벌 OTT 디즈니+에 변화가 포착됐다. 최근 공개한 <천재소녀 두기2> <크로스오버> <머펫 메이헴> 그리고 공개 예정 드라마 <아메리칸 본 차이니즈>까지 모두 전체공개를 선택한 것.

지금까지 디즈니+는 시즌을 나누고, 주 1회 1편씩 회차별 공개 규칙을 지켜왔다. “몰아보기가 안 돼 불편하다” “답답하다” “기다리기 지루하다”는 구독자들의 불만을 뒤로하고 ‘찔끔 공개 전략’을 고수했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최민식 주연작 <카지노>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시즌1, 2월부터 3월까지 시즌2를 공개했다. 16부작 드라마를 약 3개월 동안 질질 끌며 방영한 것이다. 몰입도가 중요한 범죄 스릴러 장르를 고려하지 않고, 본사가 정한 규칙에 따르다 보니 재미는 반감되고, 구독자는 떨어져 나갔다.

날마다 쏟아지는 콘텐츠 홍수 속에서 3개월 동안 하나의 작품을 기다리며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완결 후 몰아보겠다’는 다짐도 새 콘텐츠의 등장으로 우선순위가 밀리게 된다.

<카지노>는 배우 최민식이 24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복귀작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여기에 손석구, 이동휘 등 쟁쟁한 스타들까지 합류하며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그 높은 화제성을 경쟁작에 뺏긴 건 순전히 전략의 실패다. 시즌제별 공개도 아니고, 시즌을 나눈 것도 모자라 매주 1회차씩 공개하니 구독자는 기다릴 재간이 없다.

경쟁작 넷플릭스 <더 글로리>도 쟁쟁했지만, 공개일이 앞선 만큼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음에도 기회를 놓쳤다. <카지노> 강윤성 감독은 <더 글로리>와의 성과 비교에 대해 “경쟁작은 순간 화제성이 높았지만 지속력은 짧았다. 우리 작품은 높은 관심도는 아니더라도 긴 시간 지속적인 화제성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OTT 플랫폼은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폐쇄적 콘텐츠 서비스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은 만큼 밀집된 화제성은 유료 가입을 유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월트디즈니가 발표한 올해 회계연도 2분기(1~3월) 매출은 218억 2,000만 달러(28조 7,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디즈니+가 포함된 DTC(Direct to Consumer) 부문의 영업 손실은 6억 5,900만 달러를 기록, 월가 전망치인 8억 4,100만 달러보다 양호했다. 디즈니+와 ESPN+의 실적이 호전으로 전체 부문의 영업 손실이 줄었지만, 훌루에서는 수입이 일부 감소했다. DTC 매출은 구독료 인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55억 1,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스트리밍 사업 적자는 개선됐지만, 디즈니+ 구독자 수는 1억 5,780만명으로 전 분기 대비 400만명가량 감소했다. 주로 동남아시아 전용 서비스 디즈니+ 핫스타에서 이탈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12월 가격인상을 단행한 미국과 캐나다에서 30만명의 가입자가 줄었다. 가입자 수 증가를 예측했던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사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즈니+는 고집을 꺾고 넷플릭스의 성공 전략을 선택했다. 팬데믹 시기 급성장한 OTT 넷플릭스는 시리즈 전 콘텐츠를 한번에 공개하는 정책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전 세계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한 만큼 콘텐츠를 몰아보며 앱 사용 시간이 길어졌고,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및 신작 추천으로 지속적 사용을 유도했다.

K-콘텐츠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지금 우리 학교는>, <더 글로리> 등은 이러한 전략으로 빛을 발했다. 많은 구독자는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공개 직후 정주행을 시작했고, 순간 유입 증가로 입소문 규모도 커지며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몰아보기는 최신작에 대한 시청자 관심 유도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디즈니+의 변화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시에 위기론 또한 부상하고 있다. 디즈니+는 전체 직원의 3%에 달하는 7,000명을 해고하며 인력 감축으로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생존을 위해 변화를 선택한 디즈니+는 훌루 콘텐츠를 추가하고, 올해 안에 광고 없는 구독료 인상도 단행할 계획이다. 더불어 향후 출시하는 콘텐츠 수를 줄여 수익성 개선에 힘을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