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계정 공유 난맥상, 유료 요금제로 정리될까
한국콘텐츠진흥원 “OTT 사용자의 87.2%가 가족이나 친구와 계정 공유” 범람하는 계정공유 ‘먹튀’ 사기, 소액이라 구제 어려워 우후죽순 등장한 계정공유 중개 업체들, 계정공유 공식 유료화 ‘환영’
“넷플릭스 4인팟 1명 자리 충원합니다”
여느 대학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시글이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대부분의 OTT 스트리밍 플랫폼은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사용자에게 무제한적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 보통 4인까지 계정 공유가 가능하다.
하나의 계정을 4명에서 공유하면 혼자 사용할 때보다 구독료가 훨씬 저렴해진다는 장점이 있어 계정 공유는 거의 상식처럼 통한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OTT 사용자의 87.2%가 가족이나 친구와 계정을 공유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부분 OTT 플랫폼의 사용자 약관을 살펴보면 명시적으로 계정 공유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일종의 회색지대로 묵인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익명성에 기인한 소액 사기나 OTT 수익성 악화에서 비롯된 계정 공유 금지 등 OTT 구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미국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가족 외 계정 공유 시 추가 요금제를 발표하며 논란이 정리되는 모습이다.
계정 공유의 그림자
앞서 언급했듯이 그간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업체들은 서비스 약관에 계정 공유를 명시적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해당 조항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는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묵인으로 간주된다. 이렇다 보니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계정 공유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OTT 계정 공유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다. 대부분의 커뮤니티에서는 전용 게시판을 개설해 ‘계정 공유’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데다 개인 간 거래라는 특성상 관련 사기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2020년 11월 OTT 계정 공유 사기로 1,5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보고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기범은 400명 이상의 피해자에게 계정 공유를 이유로 1년치 구독료를 선불로 받겠다고 제안한 뒤 돈을 받자마자 서비스를 해지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 규모는 작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개인별 피해 금액이 소액이다 보니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피해 금액이 10만원 정도의 소액이라 신고를 해도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토로가 잇따르고 있다. 형사 소송을 피해 민사 소송을 제기하려 해도 송달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데다 복잡한 법적 절차도 거쳐야 한다. 소규모 사기 피해자에 있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처럼 개인 입장에서는 안전하게 계정을 공유할 인원을 구하기도, 소위 ‘먹튀’를 방지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계정 공유의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피클플러스, 그레이태그, 링크드와 같은 구독 공유 중개 플랫폼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공유할 인원을 대신 찾아서 ‘안전하게’ 연결해 주고 약간의 중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계정 공유 중개 플랫폼, OTT 계정 공유의 ‘양지화’ 환영
이같은 중개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은 다양하다. 대부분 편리함과 보안성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일부 사용자는 개인정보 유출과 OTT 회사의 서비스 약관 위반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사실상 OTT 업체의 암묵적 허가하에 진행되는 만큼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처지인 것도 사실이다. 넷플릭스의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넷플릭스 계정은 한 가구 내에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즉 한 가구 내에 살지 않는 사람과의 계정 공유는 명백한 약관 위반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추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실적 악화 및 가입자 감소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5월 ‘계정 공유’ 단속을 공식화했다. 부정적 반응 일색인 소비자들과는 다르게 국내 OTT 계정 공유 중개 업체들은 이를 반기는 눈치다. OTT 계정 공유의 ‘양지화’를 통해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계정 공유가 공식화된 ‘선물 경제’로 전환됨에 따라 계정 공유 중개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2~3개월 내로 한국에도 도입될 추가 요금이 일반 가입자 입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시장을 얼어붙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유료 계정 공유 옵션 공식화한 넷플릭스
그간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수익성 악화를 전 세계 공짜 시청자들 탓으로 돌린 것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2분기부터 계정 공유 금지를 시작하겠다고 못 박았다. 이미 지난 3월부터 계정 공유 추가 요금제를 실시 중인 칠레, 코스타리카, 페루 등에서는 매월 2~3달러의 추가 요금을 통해 계정 당 최대 2명까지 공유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도 기존 계정에 같은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을 추가하려면 매월 7.99달러(약 1만원)를 내야 한다고 공지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 일부 남미 국가에서 시범적으로 계정 공유를 금지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가입자 수가 줄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입자 수가 다시 반등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지난 5월 23일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당일 넷플릭스의 주가는 1.93% 하락했다. 시장은 넷플릭스의 낙관론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이용자를 추가할 수 있는 옵션은 기본적으로 월 15.49달러(약 2만원)를 내는 스탠다드와 월 19.99달러(약 2만6천원)의 프리미엄 버전 구독자에 한정된다. 이에 국가간 요금차를 활용한 전문 판매자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터키나 아르헨티나 넷플릭스 서비스로 계정을 개설한 후(VPN 활용), 환차익 등을 이용해 4등분 해 판매하는 식이다. 넷플릭스 서비스는 계정이 어느 국가에서 개설되더라도 접속 시 국가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므로, 해외 계정이라도 국내 이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전문 판매자는 차액으로 유료 VPN 요금을 지불하고 남는 돈을 가져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