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900억원 유치한 반려동물 스타트업, 수익 대신 ‘적자’ 불어났다?

280억원 유치하며 마무리한 핏펫의 시리즈 B 브릿지 투자 경쟁 치열한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 자체 서비스 연계로 충성 고객 유치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의 ‘부메랑’, 급격한 영업손실부터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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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핏펫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 기업 핏펫이 기존 투자자 및 신규 투자자로부터 총 2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브릿지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14일 밝혔다. 핏펫은 올해 3월 동화약품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최근 기존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및 신규 투자자인 KDB산업은행 등에서 2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로써 핏펫은 브릿지 라운드를 통해 총 28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으며 누적 투자 유치금은 900억원에 달한다. 핏펫은 이번 투자 유치를 기회로 올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동물병원 관련 사업 및 펫 보험 사업 론칭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연계 전략

2017년 설립된 핏펫은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연속 선정되며 이름을 알린 반려동물 토탈 헬스케어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반려동물 간편 검사 서비스 ‘어헤드’, 건강 맞춤 커머스 ‘핏펫몰’, 프리미엄 펫테리어 브랜드 ‘헤이테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핏펫의 대표 상품은 집에서 간편하게 반려동물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어헤드 검사 키트’다. 키트 상품은 반려동물 소변으로 10가지 의심 질병을 확인하는 ‘어헤드 베이직’과 반려동물 구강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어헤드 덴탈’로 나뉜다. 핏펫의 키트 상품을 활용하면 반려동물의 당뇨병, 신부전, 구강 질환 등을 집에서 간단하게 사전 진단할 수 있다.

핏펫은 이용자가 소변 검사 키트 ‘어헤드 베이직’을 통해 확인 가능한 10여 개 비뇨기계 질환을 치료할 경우 병원비를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플랫폼 내 병원 예약 서비스를 이용했다면 자사 온라인 쇼핑몰 핏펫몰에서 건강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합한 펫 용품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반려동물 전 생애 주기를 관리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브랜드 충성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핏펫

제약사까지 뛰어드는 ‘유망 시장’

바야흐로 우리나라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 인구 1,500만’ 시대다. 반려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을 겨냥한 시장도 함께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5년 1조9,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2023년에는 4조6,000억원,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핏펫이 몸담은 반려동물 헬스케어의 경우 제약 업계의 시장 진출로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미 동국제약, JW생활건강, 유한양행 등 다수의 국내 제약사가 반려동물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특히 소나 돼지 등 대형동물 위주의 약을 만들던 기업이 반려동물 시장 진출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제약사는 유산균, 체력 보강제, 관절 영양제 등 다양한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광동제약은 숙지황, 홍삼 농축액, 아카시아 벌꿀 등이 함유된 프리미엄 반려견 영양제 ‘견옥고’를 양갱 형태와 스틱포(츄르형)로 출시했다. 일동제약은 반려동물 장 건강용 프로바이오틱스 ‘일동 비오비타 시리즈’와 ‘더 정직한 보스웰리아’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성장과 생존의 딜레마, 이젠 ‘수익성’ 신경 써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실제 핏펫은 이를 위해 꾸준히 신규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의 놀이와 산책, 건강 관리, 동물병원으로의 치료 연계 등을 고려한 ‘플레이’와 ‘케어’ 서비스를 출시해 새로운 매출 창구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핏펫은 동물병원 생태계 구축, 반려동물 건강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한 펫 보험사 설립 등 신규 사업 출범을 통한 ‘덩치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기반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있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재무 상황을 악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실제 핏펫은 2021년 매출액 223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손실 증가폭이 매출 성장세를 앞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핏펫의 매출은 300억원, 영업이익은 280억원 수준으로, 1년 만에 영업손실이 두 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핏펫은 손실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부터 경영 혁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판매가 저조한 품목을 줄이고, 고품질 PB 상품을 개발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식이다. 올 1월부터는 커머스 수익성 확보, 비효율적인 서비스 조정, 불필요한 경비 절감 등을 위한 ‘경영효율화 TF’를 출범했으며, 구조조정을 단행해 인건비를 절감하기도 했다.

성장과 생존 사이의 줄다리기는 어느 스타트업에나 찾아오는 ‘딜레마’다. 사업 확장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선택이지만, 불어나는 적자를 떠안고 무작정 몸집을 불리는 것만이 ‘능사’라고 할 수는 없다. 차후 핏펫이 미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충분히 고려한 성장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