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서울보증, 실적 악화 등 변수 딛고 13년 만의 공기업 IPO 이뤄낼까
이달 중 상장예비심사 신청 예정, 상장 시기는 미정 미회수 공적자금 약 6조원 회수 목적, 관건은 기업가치와 공모가 ‘한국전력 자회사’ 등 과거 사례 볼 때 상장 추진 무산 가능성 없지 않아
SGI서울보증(이하 서울보증)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13년 만의 공기업 IPO로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추진된다. 다만 최근 수익성 지표 악화와 정치권의 영향 등으로 인한 공공기업 상장 연기 사례들로 볼 때 상장 추진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IPO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는 10월 유가증권시장 입성 전망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보증은 이달 중 코스피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상장예비심사는 상장 전 한국거래소가 요구하는 기업의 규모와 매출액과 순이익, 상장 예정 주식 수 등의 일부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향후 서울보증이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거치게 된다.
서울보증의 IPO는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지난 2010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이후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공공성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르며 예상 공모 규모 또한 작지 않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GI서울보증의 자기자본은 올해 1분기말 기준 4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채권 평가손실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할 경우 예상 기업가치가 5조에 달하는데, 여기서 약 10%를 공모한다고 가정해도 4,000억원 이상이 공모규모로 잡힌다”고 분석했다.
서울보증의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이다.서울보증은 상장예비심사 승인 이후 6개월 안에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서울보증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구체적인 상장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가 주목적
서울보증은 1998년 외환위기로 파산 위기에 몰린 대한보증보험과 한국보증보험이 합병해 출범한 기업이다. 당시 예보는 10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으며, 현재 서울보증의 지분 93.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부는 그간 배당을 통해 자금 회수를 해 왔다. 현재 회수되지 않은 정부 자금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배당 등을 통해 서울보증에 투입한 공적자금 가운데 4조3,483억원을 회수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기준으로 현재 회수해야 하는 금액은 5조9,017억원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선 서울보증이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보유 중인 지분 10%를 IPO를 통해 구주 매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주 매출은 기존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파는 것으로, 이번 IPO는 서울보증에 투입된 정부 공적자금 회수하려는 성격이 크다.
아울러 IPO 이후 단계적으로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배당을 통한 자금 회수가 오래 걸리자, 높은 매각을 인정받아 지분 매각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다만 업계에선 이 같은 전략은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 그래도 변수 많은 공공기관 IPO, 최근엔 수익성마저 악화
일각에서는 서울보증의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공기관 특성상 정치권의 영향으로 상장 추진이 무산되거나 무기한 연장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한국동서발전과 한국남동발전 등 한국전력 자회사는 그간 여러 차례 IPO를 추진해 왔으나 수년째 진척이 없다. 두 기업 모두 국내 대표 증권사들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본격화를 추진했지만, 모회사인 한국전력 주주들과 이해관계 갈등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상장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한국거래소 역시 상장을 추진했지만 당시 이사장이 교체되며 상장 계획이 무산됐다. 무엇보다 상장 차익에 대한 정치권 여야의 의견 대립이 심화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공모를 앞둔 서울보증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보증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주요 수익성 지표가 전년보다 나빠졌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0%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8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3.70%나 하락했다. HUG를 적자로 몰아넣은 전세사기 및 역전세난 관련 부담에 따른 보험급 지급 규모가 높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 지표는 기업가치 평가와 공모가 산정은 물론, 상장 이후 주가에도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기 때문이다. 나아가 올 하반기에도 고금리 여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서울보증의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전반의 평가도 향후 주가 흐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