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 ‘알고케어’ 기술탈취 논란에 결국 사업 전면 철수

리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액 3배→5배까지 늘어난다 기분 좋은 선례로 남은 롯데헬스케어 사례, 스타트업에도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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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의 디스펜서 제품/사진=알고케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단 의혹을 받아온 롯데헬스케어가 결국 관련 사업을 전면 철수한다. 아이디어 도용 피해를 주장해 온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스타트업과 대기업 사이의 기술탈취 갈등이 여론전 끝에 그 막을 내린 모양새다.

도용 아니라던 롯데헬스케어, 결국 무릎 꿇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기술 탈취 피해근절 민당정 협의회’에서 “롯데헬스케어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합의된 내용은 △롯데헬스케어의 관련 사업 철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기금 공동명의 기탁 △사업 협력을 위한 양사 간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는 올해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3에서 유사한 방식의 제품을 전시해 기술탈취 분쟁을 이어왔다. 문제가 된 제품은 카트리지 형태의 영양제를 디스펜서에 넣으면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영양제가 토출되는 개념의 제품이다. 이는 알고케어가 지난 2021년부터 CES에 출품해 온 제품이지만, 롯데헬스케어는 “디스펜서는 정수기나 캡슐커피처럼 일반적인 개념이니만큼 도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1월 본격 시작된 기술탈취 분쟁은 5개월째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3월엔 롯데헬스케어 측에서 합의를 제안했으나 불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단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롯데헬스케어 측은 자체적으로 사업 철회를 결정내렸다.

다만 합의와는 별개로 양측은 정부의 기술 탈취 분쟁 관련 조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으로부터 기술분쟁 관련 조사를 받아왔다. 이중 중기부 기술분쟁조정 건은 알고케어 측의 취하로 취소됐지만, 공정위와 특허청의 분쟁조사는 지속될 예정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이번 합의에서 공정위나 특허청의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순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기술탈취 방지 위해 범부처 공조체계 구축할 것”

이런 가운데 정부여당은 스타트업 기술탈취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한도를 상향하고 기술탈취 전 단계에 걸친 범부처 공조체계 구축에 나섰다. 당정은 범정부 기구를 구성해 기술탈취 전 예방부터 조사와 수사, 분쟁 조정 후 사후 규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 전문가 컨설팅, 모니터링 침해 경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허청은 기술유출 관련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경찰청은 산업기술보호 수사팀을 수사대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특히 정부여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액 상한액을 현행 3배에서 5배까지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우리 윤석열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삼을 만큼 기술탈취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당정은 기술탈취 불법행위를 엄단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2017~2021년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 규모는 무려 2,800억원에 달한다.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가 매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중기부의 2020년도 중소기업기술보호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술유출 피해 발생 후에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42.9%에 이른다. 나머지 중 50%의 경우에도 입증 여력 부족 등 사유로 사후 조치를 포기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사실상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이길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하도급업체는 기술탈취로 인한 손해가 발생해도 그 손해액을 입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술탈취를 당하고도 입증의 어려움과 비용, 보수적인 법원 판결 등으로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경제의 발전과 중소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인 기술탈취를 방지해야 대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트업, 앞으로도 ‘여론전’ 통해 대기업에 대항 가능할 듯

이런 논조 아래 이번 롯데헬스케어 사례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여론’을 통해 대응해 볼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선례를 남긴 셈이 됐다. 과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이 있었듯, 지금은 ‘법보다 인터넷이 가깝다’는 말이 현실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 법령이 만들어진다 한들 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는 몇 년이란 시간이 허비된다. 1심에서 마무리되면 차라리 다행인 편이고 상대가 항소에 상고까지 하게 되면 시간은 더욱 몇 년이나 더 갈려 나갈 수 있다. 시간이 곧 금이라 할 수 있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머리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 피해를 입은 것을 넘어 대기업의 압도적인 자금력 앞에 사실상 무릎을 꿇어야 할 상황에 놓이는 꼴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번 롯데헬스케어 사례로 스타트업들에도 희망의 빛이 들기 시작했다. 여론전을 통해 스타트업 도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기업의 기술탈취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기부는 인피니트헬스케어의 기술을 침해한 A사에 최초로 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단 강력한 의지 표명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대항 수단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이 기술탈취 걱정 없이 대기업과 마음껏 연계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