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미생물이 ‘약’이 되는 시대, ‘미생물 조합’ 스타트업 20억 규모 시드 투자 유치

바이옴에이츠 시드 투자 유치, 체내 미생물 조합해 마이크로바이옴 ‘복합균주’ 개발 차세대 치료제로 시장 주목 끌어모은 마이크로바이옴, 미래 전망 밝아 자체 미생물 은행으로 기반 갖춘 바이옴에이츠, 초기 시장 선점할 수 있을까

160X600_GIAI_AIDSNote
사진=pexels

마이크로바이옴 복합균주 솔루션 개발사인 ‘바이옴에이츠’가 지난 26일 총 2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경남벤처투자가 재무적 투자자로, 한국콜마홀딩스와 대웅제약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바이옴에이츠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특허 기술을 출자받아 2022년 4월 설립된 기업이다. 자연계 미생물 간 작용하는 협력과 경쟁 관계를 활용, 함께 활용했을 때 치료 효능이 높은 미생물 협력 그룹을 설계하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옴에이츠는 이번 투자유치를 계기로 복합균주 설계 플랫폼 고도화에 필요한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고, 복합균주 설계 기술의 POC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회사들과의 기술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전 세계 의료계가 만성 질환 치료의 열쇠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주목하는 가운데, 바이옴에이츠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날개를 펼칠 수 있을까.

자체 균주은행 활용해 ‘미생물 조합’ 연구

체내 미생물을 활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은 최근 전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microbiota)’와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체내에 있는 모든 미생물군을 의미하며, 인체 내 미생물을 활용해 효능과 안전성이 모두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인간 장내 미생물의 개수는 약 1,000종인 데다 이들이 상호 작용하는 경우의 수까지 계산하면 무려 8조 개에 달한다.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하면 도전하기조차 어려운 분야인 셈이다.

바이옴에이츠의 ‘BASyMCo(Bespoke Assembly of a Synthetic Microbial Consortium)’는 상호작용 시 치료 효능이 높은 미생물의 조합을 찾아내는 플랫폼으로 △뱅크 △랩 △솔버로 구성된다. 장내 미생물 균주은행인 뱅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균주와 대사체를 보유하고 있다. 랩에서는 자체 개발한 실험 시스템을 통해 협력 또는 경쟁 관계를 갖는 복합 균주를 분리하고, 그 상호작용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솔버는 랩에서 도출한 결론을 토대로 목표 균주와 함께 독립적으로 생장 가능한 최적의 기능성 균주 조합을 제시한다. 이렇게 설계된 복합 균주는 목표한 장내 미생물이 실제 인체 장내 환경에 원활히 정착·서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

투자자들은 바이옴에이츠의 마이크로바이옴 복합균주 개발 솔루션의 시장 수요에 따른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대웅제약과 한국콜마홀딩스는 바이옴에이츠 창업 초기부터 ‘이노베어 창업스쿨’, ‘홍릉강소특구 GRaND-K’ 등을 통해 바이옴에이츠의 초기 자금 지원과 성장을 지원해왔다.

사진=pexels

마이크로바이옴의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지난 2018년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세계를 바꿀 3가지’로 면역항암제와 치매 치료제,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을 꼽은 바 있다. 실제 체내 미생물은 면역 작용 및 약물 반응에 관여하며, 신진대사에 큰 영향을 준다. 의료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장기(forgotten organ)’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의 건강 상태는 체내 미생물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일례로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똑같은 식습관을 가져도 비만으로 발전할 확률이 상이하며, 똑같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그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면역 질환, 알레르기, 아토피, 심장병, 우울증, 치매 등 각종 질병 간 연관성을 밝히려는 연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수많은 체내 미생물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체내 미생물의 개체 수는 게놈에 비해 100배가량 많으며, 대부분이 공기에 노출되면 죽는 절대혐기성 세균이다. 까다로운 분리·배양을 위한 기술은 물론 △미생물 유전 정보를 분석할 ICT 장비 △전문 인력 등 시장 발전을 위한 ‘기초 다지기’가 급선무인 셈이다.

‘자체 미생물 은행’의 경쟁력

이에 미생물을 보존 및 연구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미생물 은행 구축사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생물 은행의 목적은 채취한 장내 미생물 자원과 그와 관련된 임상정보를 한데 모으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각종 질병 연구와 신약 개발, 건강기능식품 개발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물 미생물 자원과 정보의 연계 △연구과정에서의 원활한 실물 자원을 확보 등이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내 미생물 은행은 선진국에서 이미 주요 산업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2013년 분변은행 ‘오픈 바이옴’을 설립해 중환자를 대상으로 대변 시료, 캡슐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2016년 ‘배설물기증은행’을 설립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생물자원센터'(KCTC)와 국립농업과학원의 미생물 은행(KACC)이 대표적인 ‘미생물 중앙은행’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생산 능력’과 ‘인프라’에 달려 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도전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기업만이 차후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부는 관련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6개 부처와 협력, 2025년부터 2032년까지 총 4,000억원 규모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예타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이옴에이츠는 자체 균주 은행 및 연구 시설 등 성장 기반을 갖춘 기업이다. 차후 바이옴에이츠가 충분한 연구 및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