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칩 중국 수출 ‘추가 규제안’ 검토, 엔비디아 등 반도체주 타격 클 듯

미국 상무부, 이르면 7월 초 중국 칩 수출 추가 제재안 발표 새로 개발된 엔비디아 ‘A800’ 등, 재차 수출 제한 막히면 실적 악영향 우려 기존 수출규제 효과 없다는 분석에 美 정부가 나섰다, 추가 제재 방향은?

160X600_GIAI_AIDSNote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AI(인공지능) 칩 수출을 추가로 억제하는 신규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반도체 기업들 실적에 또 한차례 재정적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제재는 지난해 새로운 AI 칩을 개발한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 대중국 AI 칩 신규 제재 검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간) 미국 상무부가 이르면 7월 초 자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대중국 AI 칩 수출을 막는 새로운 추가 규제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AMD 등의 주요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의 제품이 이번 규제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가 발표한 중국, 러시아 등 우려 국가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의 최종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내달 중국에 방문하는 만큼 구체적인 도입 시기 및 규제 내용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또한 이와 관련해 미국 상무부는 아직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엔비디아와 AMD 역시 WSJ의 입장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WSJ 보도가 나간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3% 넘게 하락 중이다. AMD도 2.7% 오르며 정규장을 마감했으나, 시간외거래에서는 -2.4% 떨어지고 있다. TSMC(-1.15%), 마이크론 테크놀로지(-0.60%),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1.43%), 브로드컴(-1.12%) 등의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하락 중이다.

수출 규제 뚫기 위해 새 AI 칩 개발한 엔비디아’ 겨냥?

신규 제재안으로 인해 미국 반도체 업체 가운데 특히 엔비디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무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신규 제재가 엔비디아에서 지난해 대중국 수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AI 칩 ‘A800’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인 A100과 AMD의 최첨단 AI 칩 등을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 대중국 수출 요건을 충족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A800을 개발해 출시했다.

A800은 A100의 대안 제품이다. 주요 사양은 대부분 동일하지만 A800의 경우 데이터 전송속도가 대폭 하향됐다. A800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400GB로 초당 600GB 미만의 제품만 수출하도록 규정된 기존 대중국 수출 요건을 충족한다.

업계 전문가들도 엔비디아가 상당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CCS의 분석가인 웨인 램은 “엔비디아에게 중국은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의 수출 제한을 피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몰두해 왔다”며 “그러나 신규 규제가 추가된다면 그간의 신규 칩 개발에 들어갔던 노력이 고스란히 비용으로 추가되는 것과 더불어, 중국으로부터 (분기 당) 약 4억 달러 상당의 칩 판매를 올렸던 매출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차세대 슈퍼칩, ‘GH200 그레이스 호퍼’/사진=엔비디아

기존 대중국 반도체 수출 요건, 중국 기업에 피해 크지 않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핵무기와 AI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국에서 개발 및 상용되는 반도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수출하도록 함으로써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능력 등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은 억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A800이나 H800과 같은 중국 수출용 제품의 수출길만 열어 뒀다. 이들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사양이 하향됐음에도 제조 기업이 누리는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중국 소매점에서 매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를 완전히 포기하고 자체 개발 노력에 들어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전략이 중국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생성형 AI 플랫폼 ‘모자이크ML(MosaicML)의 창업주 나빈 라오는 “현재 중국 AI 기업들은 데이터 처리 속도보다 데이터의 양이 더 중요한 대규모 언어모델과 같은 AI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엔비디아가 현재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들의 데이터처리 속도면 충분하다. 심지어 이러한 문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CNN 등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 봐도 현재 중국 대기업들이 AI 학습에 미국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이것이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 AI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AI 모델의 대형화가 대세가 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 중국 AI 연구 업계에선 학습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대규모 시스템을 축소하는 분위기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의 신규 수출 규제안에 기존 규제의 빈틈을 메꾸기 위한 새로운 방안이 도입될지 등 추가될 내용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