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활성화’ 나선 정부, “단순 범위 확대로 ‘지는 해’ 끄집어낼 순 없어”

내달 4일부터 ‘벤처기업법 시행령’ 시행, 골자는 ‘대상 범위 확대’ “시행령 실효성 있을까, 좀 더 확실한 규제 철폐 필요할 듯” 스톡옵션은 ‘지는 해’, 무작정 붙잡기만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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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가 주식 매수 선택권(스톡옵션) 부여가 가능한 외부 전문가의 범위를 확대한다. 적극적인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이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시행령은 내달 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중기부,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서 의결

중기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이하 벤처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종전 벤처기업법 시행령은 스톡옵션 부여가 가능한 외부 전문가를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13가지의 전문 자격에 한정했다. 그간 업계에선 “외부 전문가 영입을 위한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전문 자격으로 제한하면 실제 창업이나 엑시트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이 제외될 수 있다”며 대상 확대에 대한 의견 제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이에 중기부는 스톡옵션을 부여받을 수 있는 외부 전문가 범위를 종전 전문 자격에 더해 △10년 이상의 경력자 △박사학위자 △석사학위 취득 후 5년의 실무 경력을 갖춘 자까지 대폭 확대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시행령을 통해 스톡옵션 활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벤처기업의 혁신과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실효성 의문↑, “단순 대상 확대가 도움 될까”

그간 정부는 스톡옵션의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엔 스톡옵션 법령 개정에 대한 웨비나(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스톡옵션 부여를 고민하는 스타트업들에 배경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스톡옵션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겠단 취지였다. 지난해에는 스톡옵션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이번 벤처기업법 시행령까지 더해지면 스톡옵션 활용도 및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벤처기업법 시행령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스톡옵션에 대한 규제 철폐 및 지원 강화는 하지 않고, 단순히 대상을 확대한다 해서 스톡옵션의 활용성이 제고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당초 국내대학 박사학위자는 해외대학 박사학위자에 비해 다소 실력이 떨어진다는 통설이 있다. 심지어는 ‘학위 장사’를 일삼는 곳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박사학위자에 대한 스톡옵션 제한을 해제하는 것보다 차라리 사기업이 개별 판단에 따라 스톡옵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활용성 제고에 더 도움 될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스톡옵션 원하는 이들도 소수에 불과

실제로 스톡옵션을 받고 싶어 하는 직원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네이버는 임직원 239명이 스톡옵션을 포기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합계 125,000주로 당시 기준 합계액 2,219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중 235명이 보유한 81,000주는 2월 23일부터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직원들은 스톡옵션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이들이 스톡옵션을 포기한 건 사실상 스톡옵션이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들 임직원에게 배정됐던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36만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 났던 작년 12월 말 기준 네이버의 주가는 177,500원이었다. 주가가 약 2배 이상 올라야 실제 이득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크다. 지난 2020년 팬데믹 당시 IT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임직원들의 보상 요구가 크게 증가하자 기업들은 우수 인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스톡옵션을 적극적으로 뿌려댔다. 당시엔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으리라 여겨져 인력들도 스톡옵션에 만족했으나, 최근 주가가 급격히 폭락하며 스톡옵션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이제 스톡옵션, 지분엔 관심 없다. 현금 많이 주는 기업이 낫다”며 스톡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전무함을 밝히기도 했다.

스톡옵션의 인기가 떨어지다 보니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등에서도 스톡옵션 대신 양도제한조건부주식권(RSU)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의 비즈니스에 기여한 직원, 계열사, 제3자 등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부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RSU 부여 수량이나 행사 가격에 대한 제한이 없고, 무상으로 부여할 수도 있다. 특히 RSU 부여는 특정 주식 수에 대해 이사회에서 단 한 번의 포괄적 결의만 하면 되는 데다 개별 부여는 CEO에게 위임할 수 있는 만큼 스톡옵션보다 훨씬 간단하다. RSU 행사 기간 역시 재직 2년 미만인 경우에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 스톡옵션의 최소 2년 근속 요건에 비해 유연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RSU는 근속 기간과 성과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무료로 지급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이 침체된 시기에도 직원들의 업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은 IMF 외환위기 당시 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유능한 직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동반 성장과 성과 창출의 문화를 조성한 바 있다.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도 스톡옵션은 인재를 유지하고 성장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이제 완전히 ‘지는 해’가 됐다. 원하는 이가 없으니 사실상 존재 의의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지는 해를 붙잡기 위해선 보다 확실한 지원책, 규제 철폐안이 필요하다. 단순 범위 확대는 스톡옵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보다 명확한 문제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