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자생력’ 강조하는데, 정작 낚싯대 쥐는 법도 모르는 지역 도시들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지역균형발전 위한 초석 상호보완 방식 강조한 과기부, 실질적 의미 있을까 사실상 ‘실패’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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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된 5대 프로젝트/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역별로 과학기술 현안을 해결하는 사업인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가 첫 삽을 떴다. 충남은 해양바이오, 경북은 배터리 등에 각자 특화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과기부, 지역별 ‘메가프로젝트 사업단’ 발대식 개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26일 충남을 시작으로 지역별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우선 충남은 ‘해양바이오 전략소재 프로젝트’ 사업단을 꾸리고 화력발전소 유래 폐에너지인 연소가스와 온배수를 활용한 해양바이오 전략소재 생산과 유통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사업단은 이를 위해 지역의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협력할 방침이다.

이외 △경북·대구(포항공대 주관)는 ‘폐배터리 자원 재목적화를 통한 무변형·초장수명 차세대 이차전지 핵심소재 원천기술 개발’, △전북(안전성평가연 주관)은 ‘동물용의약품 및 기능성 사료용 농생명 소재 개발’ △경남·울산(경상국립대 주관)은 ‘수소연료전지 기반 하이브리드 분산 전기추진 시스템을 활용한 커뮤터기 기술 개발’ △광주·전남(광주과기원 주관)은 ‘슈퍼비전 AI를 위한 겹눈 모방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을 지자체 및 지역 대학·연구소·기업과 함께 추진한다.

이창윤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지역이 과학기술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장기 R&D 기획·추진과 함께 지역 고유의 역량과 특성에 기반한 특화 분야 육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충남 ‘해양바이오 전략 소재 프로젝트’ 사업단을 비롯한 5개 사업단이 지역의 미래 신성장 동력을 이끌어가길 기대하고 과기부 또한 여기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과기부, 지방 ‘자생력’ 강조했지만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사업은 ‘지방 과학기술 주권 확보로 지역 주도 혁신성장을 실현’하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특히 과기부는 이번 사업에서 지역주도(Bottom-up) 또는 정부중심(Top-down) 기획 방식의 한계를 보완한 상호보완(Middle-out) 방식을 활용할 방침이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중장기 지역과학기술 현안을 발굴‧기획하고 정부가 전문가단을 통해 컨설팅을 지원하는 형식이다.

과기부는 또 지역이 스스로 중장기적 목표 아래 지역 전략산업 등과 연관된 기초‧원천기술개발부터 실증‧실용화 개발까지 기획하고 시범사업 성과 등을 토대로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과학 ‘자생력’에 특히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선 ‘결국 지방에서 알아서 다 하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지방 소멸, 인재 유출 등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지역 입장에선 자생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걷게 만들기 위해선 우선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물고기 잡으라고 낚싯대 던져주기 전에 물고기 낚는 방법부터 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시선에서 이번 과기부의 사업은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가프로젝트 사업’, 공공기관 지방 이전 꼴 날라

대규모 사업을 시행하기 전 정부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통한 합리적 설득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타당성 분석은 겉으로 보기에 객관적이나, 막상 실체를 들여다보면 정치적 성격을 다수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사업 타당성 분석 용역이 지역개발 사업의 이익과 관련 있는 당사자의 요청에 의해 진행되면 부정적인 의견을 내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과기부 사업도 마찬가지다. 지방 5대 권역에 과학기술을 고루 분배하겠단 전략에 눈에 띄는데, 이에 대한 부정확한 성공 전략을 꼬집어 줄 만한 외부평가가 전무하다. 이 상태 그대로 사업이 시행된다면 성과에 대한 기대치는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무조건적인 ‘분배’만을 고집한다면 학교나 기관의 실적과 실력은 뒤로 밀려 전반적인 성과가 뒤떨어지게 된다.

이번 과기부 사업은 일종의 지방대학교 지원 및 지역으로의 공공기관 이전과 느낌이 비슷하다. 실질적인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이유다. 지역 발전을 이루겠단 취지로 진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금까지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이 부산으로 옮겨진 뒤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반기마다 도시의 금융경쟁력을 조사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 결과 2015년 각각 7위, 24위였던 서울과 부산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2023년 각각 10위, 37위로 내려앉았다. 과기부의 메가프로젝트 사업도 흐지부지되는 것을 넘어 이공계 기피 현상 심화 등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사업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