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체국 산하 유초은행, 스타트업에 1조엔 투자해 유니콘 만든다

日 우편저축은행, 24,000개 우체국망 활용해 성장 투자 이끌 것 전문가들, 일본은행 양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분석 대체투자 나선 한국 우정본부도 수익률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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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초은행(우편저축은행)이 일본 내 스타트업에 1조 엔(약 9조1천억원)을 투자해 유니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9일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케다 노리토 유초은행 사장이 “일본에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너무 적다”며 “유초은행이 위험을 감수하고 성장 투자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일본 전역의 24,000개 우체국 망을 활용해 각 지역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초은행은 내년까지 각 지역의 우체국장들이 해당 지역의 기업 정보를 취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진=일본 유초은행

일본 우체국은행, 자국 스타트업 키우기에 박차

이에 앞서 지난 5월 유초은행은 200억 엔(약 1,820억원)을 관광산업 펀드에 투자한 바 있다. 향후 산업, 테마 등에 따라 펀드를 추가 조성할 계획도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유망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투자뿐만 아니라 영업이나 글로벌 진출 등 사업 측면에서도 지원해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은행 등 지역 금융기관과의 협업 계획도 나왔다. 유초은행이 투자를 담당하고, 지방은행이 대출로 스타트업의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이케다 사장은 “(지방은행과) 양호한 협력관계를 쌓아 성장의욕이 있는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지난해 100개 유니콘 육성을 골자로 하는 스타트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연간 벤처투자액을 현재 약 8,000억 엔(약 7조2,900억원)에서 2027년 10조 엔(약 91조원)으로 10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일본 양적완화 중 위험자산 투자도 확대

일본의 ‘공룡’ 금융그룹인 일본우정그룹은 저금리 환경에 맞서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위험자산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금리가 급락하던 2016년부터 사모투자펀드, SOC, 해외부동산투자신탁(리츠)에 투자해 왔고 실제로 2015년에는 호주 최대 물류회사인 톨홀딩스를 51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도 있다.

일본 은행권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트업 투자 결정도 양적완화가 계속되고 있는 일본 내부 사정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산업 활동은 활발해지고 있지만 반대로 금융자산의 수익성은 떨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부터 은행권에서 위험자산으로 분류하는 사모펀드, 리츠 등에 투자한 실적을 바탕으로 더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표현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이즈미 전 일본 총리의 우정 민영화 이후에도 여전히 우정이 정부 정책 집행기관으로 작동해 왔던 점도 지적된다. 지난 2015년에도 일본 공적연금이 일본 증시를 지탱하던 짐을 유초은행에 일부 나눠 지도록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유초은행은 당시 보유하고 있던 101조6천억 엔의 국채 중 일부를 매각해 사모투자펀드, SOC, 리츠 등에 투자하는 데 활용했다. 외부적으로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의지 표현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양적완화를 지속하기 위한 일본은행의 시장 유동성 공급 전략을 일본우정그룹에서 일부 떠안았다는 것이다.

한국 우체국도 위험자산 투자 이어져

국내 우정본부도 지난 2021년에 카카오뱅크 블록딜로 역대 최고의 수익율을 기록한 바 있다. 2017년 3.82%였던 우체국예금의 수익률은 2021년에는 4.89%까치 치솟았다. 가장 큰 이유는 대체투자로 분류된 스타트업 투자다. 우정본부는 2021년 9월 1일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 전량을 블록딜로 매각해 약 920억원의 투자로 1조1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해외 대체투자로 초점을 확대하는 중이다. 국내에서 지지부진한 운용수익률로 한계에 직면한 만큼, 해외에서 안정적인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겠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법무법인 광장을 해외인프라 신규투자를 위한 법률자문기관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우체국예금이 해외 대체투자를 추진하는 데는 국내 자산에서의 낮은 수익률이 한몫을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우체국예금은 자산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 0.6%로 기록적인 투자수익률을 보였던 2021년의 4.89%보다 크게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주식 -25.09% △국내채권 -5.28% △해외주식 -12.35% △해외채권 -19.76%으로 모두 주식, 채권에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반면 대체투자 수익률을 7.42%였던 데다 운용자산 규모도 2021년 말 1조494억원에서 3분기 말까지 7조406억원까지 뛰어올랐다.

IB 업계에서는 국내 주식, 채권 등의 자산수익률이 큰 폭으로 감소함에 따라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도 양적완화로 인해 국채 보유가 어려워진 만큼 향후 1-2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스타트업을 비롯한 부동산, 인프라 등의 대체투자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