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스타트업 라디우스, 암호화폐 시장 존폐 달린 ‘확장성’ 문제 해결한다?

블록체인 고질적 문제 ‘확장성’ 해결하는 ‘공유 시퀀싱 레이어’ 개발 아마추어 트레이더 수익 가로채는 ‘MEV 공격’, 영지식 증명으로 막는다 대중화 활로 못 찾고 멈춰선 블록체인 시장, 라디우스 솔루션으로 안정성 확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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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디우스

블록체인 공유 시퀀싱 레이어(Sequencing Layer) 개발사 라디우스가 170만 달러(약 22억원) 규모의 프리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23일 밝혔다. 투자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가 리드했으며 수퍼스크립트, 람다클래스, 크립토닷컴이 참여했다.

시퀀싱 레이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자에게 효용성이 높은 블록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라디우스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공유 시퀀싱 레이어 개발 고도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며, 롤업 및 RaaS(Rollup-as-a-Service) 제공사와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겠다는 방침이다.

블록체인 ‘확장성·MEV’ 문제 해결 위한 솔루션 개발

라디우스는 롤업을 위한 솔루션 제공 및 사용자 수익 보호를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블록체인 기술 회사다.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의 장애 요인 중 하나인 확장성을 넓히고, 수익을 탈취하는 MEV(Miner Extractable Value, 채굴자 추출 가능 가치) 공격을 막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의 ‘확장성’은 블록체인이 1초에 몇 개의 거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지로 평가된다. 한 블록에 수용할 수 있는 거래 정보가 무한하지 않은 만큼, 확장성이 부족해질 경우 블록체인 내 거래 처리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롤업’이다. 롤업은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외부에서 트랜잭션을 실행하고 그 결괏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솔루션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처리량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기존 롤업은 단일 시퀀서를 사용하고 있어 검열 저항성, 상호 운용성과 결합성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새로운 해결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 트랜잭션 배열(ordering)과 실행(execution)을 분리한 ‘공유 시퀀싱 레이어’다. 롤업 공간 혁신을 목표로 하는 라디우스의 공유 시퀀싱 레이어 알파 버전은 2024년 1분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라디우스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거래 도중 발생하는 거래 중간자의 MEV 공격(검열, 조작 등)을 막기 위해 영지식 증명 알고리즘인 PDVE(Practical Verifiable Delay Encryption)을 자체 개발했다. 영지식 증명 알고리즘은 자신의 비밀 값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 값이 어떠한 조건을 만족하는지 확인할 때 사용하는 암호 알고리즘이다.

사진=pexels

‘확장성’에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 걸렸다?

블록체인 시장에는 ‘블록체인 트릴레마’라는 보편적인 난제가 있다. 블록체인 트릴레마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보안성(Security), 확장성(Scalability)의 세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탈중앙화와 보안성에 중점을 둔 이더리움의 경우 사용자 수 증가로 인해 연산이 느려지고 비용이 치솟는 확장성 문제를 겪고 있다.

비트코인의 경우 초당 약 37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이더리움의 경우 초당 약 20건의 거래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당 약 2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페이팔이나 약 2,000건의 거래를 처리하는 비자와 비교하면 매우 느린 수준이다. 특히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증가할 경우 이 같은 문제는 한층 두드러진다. 실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으로 가상시장 시장 거래량이 급증하자, 트랜잭션을 처리하지 못한 이더리움의 네트워크가 마비된 바 있다.

확장성은 미래 암호화폐 시장의 ‘존폐’를 가로지을 핵심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는 암호화폐는 살아남아 대중성을 확보할 기회가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암호화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장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디우스는 블록체인 시장 전반의 ‘생존’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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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기회 탈취하는 ‘MEV’ 공격 막는다

블록체인 내에서 채굴자는 블록을 생성하며 어떠한 트랜잭션을 포함·제외·재배열할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MEV는 채굴자가 이러한 능력으로 창출할 수 있는 최대의 이익을 일컫는다. 관련 업계에서 MEV는 흔히 ‘보이지 않는 세금(invisible tax)’이라고 불린다. 수익을 올리기 위해 MEV 추출을 기다리는 ‘MEV 봇’이 시장의 허점을 노려 수익이 될 만한 기회를 가로채기 때문이다.

체인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악의적인 MEV 활동은 이용자 경험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MEV 봇이 존재하는 이상 일반적인 아마추어 트레이더들은 아비트라지(거래소 간의 현물, 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 기회를 정당하게 포착한다고 해도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 ‘영지식 증명’이다. 영지식 증명을 활용할 경우 거래 내역 자체는 누구에게나 공개된 블록체인에 게시되지만, 거래 상대자의 신원과 거래 금액은 암호화돼 기밀성을 유지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서로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도 디지털 자산을 교환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인 ‘거래의 익명화’가 가능해진 것이다. 현재 영지식 증명은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시하는 프라이버시 코인(privacy coin)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시장은 아직 확장성을 비롯한 다양한 한계에 부딪혀 있다. 아무리 이상적이고 잠재력 높은 기술이라고 해도, 대중을 납득시킬 수 없다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과연 라디우스는 솔루션 개발을 통해 블록체인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관련 시장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을 해소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