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ARM 상장으로 AI 투자대열 재합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3년 공백 깨고 AI 투자 큰 손으로 다시 나선다 주총 중 발언 내용에 담긴 AI 이해도는 기대 이하, 단순한 ‘AI 마니악’ 수준 AI 거품 일으킬까 두렵다는 VC들도 있어
지난 2020년 비전펀드2 투자 실패로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SBG) 회장이 다시 AI 투자 대열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다.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2023년도 소프트뱅크그룹 주주총회에 참석해 비전펀드를 ‘공격 모드’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실적 발표 이후 7개월 만에 첫 공식행사 참석이다.
실패했던 투자자, 실패에서 배운다
손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3년 전에는 보유한 현금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몇 년간의 방어 모드로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의 유동성은 5조1,000억 엔(약 46조4,406억원)에 달한다”며 이제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부터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는 기록적인 손실을 이어갔다. 2021년에는 200억 달러, 2022년에는 320억 달러(약 41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AI와 전혀 관련이 없던 위워크를 AI 기업으로 포장했던 것을 비롯,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자산 가치 폭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승부수로 띄웠던 ARM 매각이 좌초되면서 결국 나스닥 상장으로 우회한 것도 주요 실패 사례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AI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도 최근 AI 열풍을 촉발한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와 거의 매일 대화하고,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눈다며 AI에 대한 막대한 관심을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AI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2020년에도 “AI, AI, AI”라고 세 번 크게 외치는 퍼포먼스 외에 달리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를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여전히 샘 알트먼의 이름을 팔고 있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AI 혁명에 올라타겠다는 손 회장, 실패에서 배운 것 맞나?
손 회장은 “AI 혁명은 이제 본격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대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는 매일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챗GPT와 상의하며 ‘지혜의 벽타기’를 하고 있다. AI는 무궁무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AI 혁명과 함께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손 회장은 또 “‘AI가 인간을 이길 것인가, 질 것인가’라는 논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미래에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등 AI는 확실히 진화하면서 자기증식하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될 것”이라며 “AI의 진화를 가속하는 것이 사람들의 불행을 줄이고 더 자유롭고 즐거운 사회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서도 AI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적 무지가 잘 반영된 표현이라며 “어떤 기술을 가진 회사에 어떻게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 것이 낫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시스템에 몇 번 접속해 봤다 수준”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발언을 내놨다.
공개된 영상을 확인한 AI 업계에서는 지난 2020년의 대실패 이후 손정의 회장이 AI에 대해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AI 마니악’ 수준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지만, 단지 유명 기업의 대표라는 이유로 AI 트렌드에 얹혀 가려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냉혹한 비판을 언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ARM 상장으로 자금 숨통 트인 덕분
비전펀드는 현재 영국계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상장이 가시화될 경우 약 100억 달러(약 13조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IB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16년 ARM을 234억 파운드(약 38조7천억원)에 매입했다가 엔비디아에 재매각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각국 경쟁 당국의 반대로 결국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융 업계에서는 ARM 매각이 연이어 불발되고 나스닥 상장이 지연되면서 소프트뱅크가 자금력 부족으로 투자를 더 이어 나갈 수 없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이 AI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면서도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것도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내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이전에도 손 회장이 맹목적으로 AI라는 이름만 붙으면 무조건 투자한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기업 가치에 0이 하나 더 붙었었다”며 “기술력을 볼 능력이 없는 할아버지 같은 발언을 주주총회에서 당당하게 하는 분이 또다시 AI기업 투자 시장을 왜곡시킬까 봐 우려된다”는 반응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