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추경호 부총리 만나 규제 개선 논의, ‘가업승계’ 세제지원 확대 여부에 관심
중소기업중앙회, 추경호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 개최 신용등급 유지제도, 벤처 창업 생태계 활성화 등 다양한 건의 사항 논의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 위한 증여세 개편 여부, 초미의 관심사
19이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회)가 ‘추경호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개최된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김기문 중기회 회장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속도감 있는 규제 해결을 촉구한 이후 이뤄진 경제부처 장관의 중소기업계 첫 방문으로 가업승계 제도, 투자 활성화 방안 등 중소기업 관련 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부, 중소기업계 관계자 만나 가업승계 애로 등 논의
정부에서는 추 부총리를 비롯해 이형일 기획재정부 차관보, 변태섭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등이, 중소기업계에서는 김기문 중기회장과 심승일·김신길 부회장, 이정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임병훈 이노비즈협회장 등 중소기업 단체 및 업종별 대표 2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신용등급 유지제도 신설 △벤처 창업 생태계 활성화 △뿌리산업 지원정책 강화 △매출채권 팩토링 지원 확대 등 22건의 중소기업 현안이 논의됐다.
이날 김기문 회장은 “계획적 사전 승계를 위해 연부연납 기간 확대와 업종 변경 제한 폐지 등 추가 보완책도 꼭 필요하다”며 가업승계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을 상속공제와 동일하게 20년으로 연장해 달라고 건의했다. 현행 증여세법은 상속세법이 상속세의 연부연납을 20년까지 허용하는 데 비해 가업승계 시 발생하는 증여세에 대해서는 5년의 연납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추 부총리는 “현장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 말을 들어가며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가업승계 세제지원,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 경영지원 필요 사항 등 집중 논의
업계에서는 가업승계 시 증여세의 연부연납(할부 납부) 기간을 상속공제와 동일하게 20년으로 연장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세율을 최대 20%인 현행 누진구조에서 10% 단일세율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가업상속공제 및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현재 6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까지 상향할 것을 건의했다. 또 가업승계 지원 관련 업종 변경 제한 완화도 주문했다. 현재는 가업승계 시 세제 지원을 받으려면 중분류 내에서만 업종 변경이 가능하다. 업계는 이를 대분류로 완화하거나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와 벤처 활성화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업계는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실시한 경우 3년~5년 동안은 투자 시점의 신용등급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의 성공적 투자유치를 위해 개인 투자조합의 투자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벤처 창업 활성화에 대해서는 정부의 모태펀드 역할 확대, 여성기업 특화 VC 등 여성벤처 특화 프로그램 마련을 요구했다.
중소기업 경영지원과 관련된 각종 필요 사항도 논의됐다. 업계는 먼저 최근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 제조 △센서 등 8개 업종이 뿌리산업 업종에 추가된 만큼 관련 예산 증액과 세제 혜택을 강화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한 제조혁신기업을 위한 매출채권 팩토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 참여 조건을 완화하고 차년도 사업예산을 확대해 중소기업이 자금경색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도 했다. 더불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대한 중재대해처벌법 유예기간 2년 이상 연장, 클린 사업장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연장근로 단위 기간을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까지 확대, 전기료 등 납품 대금 연동 대상 포함 등을 요청했다.
이 밖에도 업계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제정 반대, ICT 여성 기업인을 위한 해외 판로개척 지원,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제도 규제 완화, 성과공유형 공통 기술 R&D 지원 예산 확대, 중기 협동조합 공동사업 활성화 지원, 외국인 근로자 사업자 변경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의 안정적 운영 위해 가업승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 필요
이날 업계 건의 사항 중 특히 ‘가업승계 증여 세제 개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지난해 말 상속세법 개정을 통해 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매출 4,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상속공제 한도를 최대 5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늘린 바 있다. 그러나 상속세와 달리 증여세는 여전히 기존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현행 증여 세제 하에서는 가업주가 살아있는 동안 계획적으로 기업을 물려주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가업승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중요시하는 일본과 독일에서는 가업승계 세제지원을 받은 기업이 각각 2,918개사, 2만8,482개사에 달하지만 한국은 경우 고작 110개사에 불과하다. 이런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차이는 기업의 수명과도 연결된다. 한국은 업력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7곳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3만3,076곳, 독일은 4,947곳이나 된다.
문제는 가업승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앞으로 문을 닫게 될 중소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비해 비교적 가업승계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는 일본조차도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많다. 일본 M&A 리서치 인스티튜트 홀딩스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수익성 높은 기업 62만 개가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여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이런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25년까지 소유주가 70세 이상인 중소기업은 대략 250만 곳로 추정되며 이중 후계자가 없는 기업은 절반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폐업할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2조 엔(약 216조원) 가량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율은 이미 30.7%에 달한다. 중소기업에 뿌리를 둔 튼튼한 경제 기반을 위해 정부가 가업승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