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 북미에선 흥행 참패, 한국에선 입소문 덕에 박스오피스 1위 [빅데이터 LAB]
북미 흥행 실패 ‘엘리멘탈’, 국내선 개봉 2주차에 박스 오피스 1위로 올라서 홍보 관계자들 “입소문 마케팅이 주효, 가족 관객들 극장으로 끌어들여” 가족 관객 대상의 SNS, 커뮤니티, 유튜브 홍보가 들어 맞은 것
북미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최악의 오프닝 성적을 거뒀던 <엘리멘탈>이 개봉 열흘째를 지나며 국내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6일(현지 시각) 공개한 <엘리멘탈>은 개봉 첫날 2,960만 달러(한화 약 379억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 졸작으로 평가받던 <버즈 라이트이어>가 개봉 첫날 5,100만 달러(한화 약 653억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더 낮은 수치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난 14일 개봉해 개봉 1주차에 2위에 올랐다가 2주차 주말인 24일부터 박스 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미국에선 손익분기점 어려울 듯, 한국에서는 박스 오피스 1위
미국 영화계에서는 최근 흥행에 성공했던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나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 기존의 유명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와 달리 <엘리멘탈>의 경우 낯선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점이 관객들을 머뭇거리게 했다고 평가한다. 이어 OTT가 활성화 되면서 가족 영화를 영화관까지 찾아가 보지 않는 점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하는 모습이다.
평론가들은 불 원소를 상징하는 주인공 앰버가 동양인 이민자 2세 여성을, 물 원소를 상징하는 웨이드가 백인 남성의 여러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만큼, 북미에서는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뻔한 이야기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하려는 관객이 적었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앰버 가족이 운영하는 상점과 주변 환경은 미국 사회 동양인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과 곧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픽사 최초의 한국계 감독 피터 손(손태윤)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지만, 지나치게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손 감독은 “뉴욕에서 자라면서 느꼈던 차별과 혐오와 더불어 여러 민족 공동체들이 잘 섞이면서 살지 못한다는 점”을 극복하는 데 이야기의 초점을 맞췄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로튼 토마토를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대체로 ‘진부한 이야기’에 관객들이 흥미를 잃었다는 반응이다.
한국 흥행 원인은 입소문?
북미에서의 기록적인 실패에 이어 한국에서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차부터 흥행몰이에 들어간 것은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평론가들은 캐릭터의 귀여움, 영상미, 행복감 등이 최근 흥행에 성공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범죄도시3> 등과 대비되는 강점이라고 평한다.
반면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한 <엘리멘탈> 관객들의 반응은 평론가들의 관점과는 일부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뉴스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최초 흥행몰이가 시작되는 영화 홍보와 달리, <엘리멘탈>은 개봉 시점부터 약 2주간 언론 언급은 거의 없는 상태에서 SNS, 커뮤니티를 통해 흥행몰이가 시작된 것을 빅데이터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블로그, 커뮤니티 및 기타 SNS를 통한 홍보가 관객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가족 관객들이 많은 한국 특성?
반면 개봉 4, 5일차인 1주차 주말 동안 일일 관객 수 2위로 올라선 것을 두고 경쟁작인 <극장판 포켓몬스터 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 <인어공주> 대비 가족 관객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족 관객들에게 <범죄도시3>, <귀공자> 등의 성인 대상 영화보다 훨씬 더 친근감을 줬다는 것이다.
북미의 OTT와 한국의 OTT 소비 문화가 다른 점도 흥행 배경으로 지목된다. 북미에서는 OTT로 가족 영화를 보는 경우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주말 가족 관객들의 영화관 방문이 잦은 데다, OTT 콘텐츠 소비가 가족보다는 개인에 더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BC카드 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OTT 소비는 중장년층에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MZ세대들이 ‘숏폼’, ‘요약본’ 등을 소비할 수 있는 유튜브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는 입소문으로 가족 관객몰이 성공, 북미에서는 뻔한 이민자 이야기로 실패
충무로에서는 ‘잘 되면 영화의 힘, 잘못되면 홍보 마케팅 탓’이라는 속어가 있다. 영화가 흥행하면 영화를 잘 만든 덕분이고, 흥행에 실패하면 홍보 마케팅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영화 홍보 담당자들은 포스터 한 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여야 하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블로그, SNS에 이어 유튜브로도 이른바 ‘입소문’ 마케팅이 가능해진 만큼, 홍보 마케팅의 영역이 더 확대됐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엘리멘탈>의 성공도 영화의 특성에 따라 가족 관객들의 니즈에 맞춘 홍보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미 흥행 참패만큼이나 한국에서 개봉 초기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배우 및 감독 인터뷰 부재, 영화 프리뷰 공개 지연 등 전문 매체를 통한 초기 홍보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반면 주연 배우의 인지도가 부족한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의존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SNS, 블로그, 유튜브 등에 전략적으로 콘텐츠를 배포한 것이 국내의 가족 관객들에게 주효하게 먹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