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에 정책 자금 ‘쏟아붓기’ 나선 정부, 정작 ‘실질적’ 해결책은 어디에?
중기부, 정책자금 ‘4,000억원’ 쏟아 붓는다 매출액 낮을수록 경영 상황 나쁜데, 정작 지원은 ‘깜깜이’ 정부, ‘경제의 허리’ 지키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정책자금 4,000억원 이상을 추가 투입한다. 그러나 사실상 ‘액수 늘리기’에 불과한 정책 추진에 소공인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허리가 꺾이기 전에 좀 더 명확한 문제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소공인 금융비용 부담 경감하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2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금융지원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추가 금융지원 방안을 밝혔다. 중기부는 우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정책자금 4,000억원을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300억원 규모의 소공인 전용 보증도 신설한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제공하는 소공인 보증은 보증료율 0.6%로, 특히 스마트 공방 등 특화 영역의 경우 보증한도 산정에 우대를 제공한다. 중기부는 또 휴업 후 영업 재개 소상공인을 재창업 특례보증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금융비용 부담 경감을 위해 중진공 기준금리 및 보증기관 보증료율도 인하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출금리를 0.3%p 인하(3.2%→2.9%)하고 지역신보·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의 보증료율 0.2%p 인하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 저신용·저소득 자영업자 전용보증도 1,000억원 규모로 특별 편성토록 한다.
오는 9월부터 도래하는 금융권 대출은 최대 2025년까지 만기를 연장해 주기로 했다. 상환유예의 경우 9월까지 연장 후 60개월 분할 상환으로 2028년까지 이용 가능하다. 정책금융기관 만기는 거치 기간을 1년 단위로 추가해 2025년까지 연장한다. 상환유예 역시 거치기간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고 운전자금은 최대 3년, 시설자금은 최대 6년까지 분할상환을 부여한다. 당초 9월에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되면 소공인의 자금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중기부의 정책으로 소공인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액수만 늘려서 해결될 일 아냐”
다만 일각에선 액수만 늘려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볼 수 있는 중소기업 수 자체가 적은데, 이 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7%가 대출금리 일부 인하, 고정금리 전환,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권 상생 대책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자금 현황과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의 58.9%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밝혔지만 매출액 200억 이상 기업은 11.1%만 곤란하다 답했다. 매출액이 낮을수록 기업의 자금 사정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정책 금융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단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어차피 도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상생 대책을 신청하지 않은 기업이 48.6%에 달한다는 건 정부가 내놓은 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거의 없음을 방증한다. ‘애초 대상에 해당되지도 않는다’고 답한 기업도 33.3%에 달했다.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 매출액이 적은 기업들엔 재정 지원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악화 일로’ 걷는 경기 상황, 정부 차원 지원 더 필요해
최근 국내 경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액도 역대 최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기부와 중기회로부터 받은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 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폐업 공제금 지급 건수는 총 4만8,000건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51.3% 늘었다. 지급액도 5,549억원으로 66.4% 증가했다.
노란우산공제 폐업 공제금은 퇴직금이 없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퇴직금이나 다름없다. 최후의 보루인 노란우산공제를 해약했다는 건 그만큼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 A씨는 “빚을 내 빚을 갚아야 할 판”이라며 “코로나19는 끝났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전기요금까지 인상되며 부담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중기부의 지원책에도 소공인의 한숨은 여전하다. 업계에선 만기연장에 준해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정상적으로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연합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해 응답자의 75.7%가 ‘나쁨’이라고 답했고,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은 85.1%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3.4%가 1년 전 대비 부채액이 ‘늘었다’, 89.7%가 ‘현재 대출 이자 부담으로 힘들다’고 답했다. 경기 악화로 부채가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인상되는 것과 맞물려 이자 비용까지 대폭 증가한 것에 따른 것이다. 심지어 영업에 필수적인 에너지는 올 1·4분기 전기료 30%, 가스비 37.1%가 인상된 데 이어 2·분기에도 전기료 kWh당 8원, 가스요금 MJ당 1.04원 인상이 확정돼 부담은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도가 소공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시련이 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경기 악화, 기준금리 인상에 소비자들의 지갑 단속까지 겹치면서 소공인의 발버둥마저 의미가 사라지는 형국이다. 금융지원 조치 연장 및 채무조정 등 위험 관리대책이 시급하다.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곤경에 처하면 나라가 흔들릴 수 있다.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절실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