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CVC 규제 완화로 민간경제 활성화 마중물 붓는다

CVC 규제 완화됐지만, ‘해외 투자 규제’는 여전 해외 사금고화, 국내 경기 활성화 유인책 등으로 해석돼 VC 업계 관계자 “해외 투자 제한은 역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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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출저=기획재정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일반지주회사에 대한 벤처투자 규제 완화 방안이 포함됐다.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의 AC 보유를 허용하고, 일반지주회사 계열 CVC의 외부 투자 기준 완화가 골자다. 하지만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구해 온 ‘해외 투자 규제 완화’는 제외돼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업계 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해외 투자가 아닌 ‘국내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CVC’라는 관점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벤처·스타트업 신규 투자액은 총 8,81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214억원) 대비 60.3%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벤처 투자 금액도 2021년 대비 11.9% 감소한 6조7,640억원에 그쳤다. 이에 지난 6월 전경련은 벤처 시장의 투자 경색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판단,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CVC 자금조달 규제 완화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업공개(IPO)보다 인수합병(M&A)이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CVC가 중요한 시점에 등장했다는 평도 있다. 벤처 투자 자금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여력이 있는 CVC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정부도 민간 주도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CVC에 대한 규제 완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AC 허용 및 외부투자 규제 완화한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CVC 설립 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 인가만 취득할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신사업 연계를 용이하게 하는 AC 라이선스가 없어 CVC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전략적 투자(SI)에 중점을 둔 CVC가 재무적 투자(FI)를 지향하는 벤처캐피탈이나 스타트업보다 AC의 역할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CVC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마케팅 지원, 계열사와의 협업 등 다양한 비재무적 지원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242’ 규제로 인해 기존 벤처캐피탈 설립 전제조건보다 높은 재무안정성 수준도 문제다. 외부 차입금은 자기자본의 200%로 제한되는 데다, 투자조합별로 자금을 모집할 때 외부 자금은 40%만 투자할 수 있으며 CVC 총자산의 20%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 일반지주회사 CVC가 국내 스타트업 투자 확대에 일조하도록 하려는 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수치로, 특히 ‘해외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해외 투자는 엄격히 제한돼 왔다.

CVC에 대한 외부 투자 규제 완화도 업계의 숙원 중 하나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지주회사가 설립한 CVC의 외부 출자를 각 펀드 지분의 최대 40%로 제한하고 있다. 자본금의 60% 이상을 지주회사나 계열사로부터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한 CVC 관계자는 현행법상 부담이 크다고 설명한다. 그는 “예를 들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려고 하면 60%인 6,000억원을 지주사 내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며 “운용자산(AUM)을 확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한도를 최소 50%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일반지주회사 CVC 펀드의 외부출자 한도 규제 개선과 관련해 개별 펀드의 외부출자 한도를 40%로 설정하는 대신 벤처투자법의 의무투자 비율 산정 방식 또는 ‘지주회사 관련 규정에 관한 해석지침 개정안’에서의 일반지주회사 CVC의 해외투자 한도 사례를 준용해 일반지주회사 CVC의 총자산 기준으로 외부 출자 한도를 40%가 되도록 하는 개별 펀드 출자자 구성의 자율성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다른 CVC 관계자도 “오랜 벤처투자 경력을 가진 벤처캐피탈이나 신규 투자자에 비해 CVC의 딜 메이킹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며 “외부 출자 요건이 완화되면 신규 투자자나 벤처캐피탈과 공동 운용 펀드를 조성해 규모를 키우고 좋은 딜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해외 투자 제한 완화는 좌절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CVC의 해외 투자 요건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설립한 CVC는 자본금의 20%까지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별도의 해외투자 제한이 없는 신기사 라이선스를 보유한 일반지주회사 CVC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최근 CVC를 보유하고 있거나 설립을 검토 중인 일반지주회사들이 해외 투자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VC가 역량 있는 해외 딥테크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계열사의 기술력을 강화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즉 정부가 글로벌 유니콘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해외 자회사를 둔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에도 CVC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달리 유니콘은 투자 제한이 없다”며 “비지주사 CVC의 경우 신기사 라이선스를 통해 해외 투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VC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일반지주회사 CVC에만 해외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CVC가 과욕을 부린다는 비난도 있다. 정책적 고려를 차치하고서라도 전문가들은 실상 20%만 투자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VC는 20% 범위 내에서 투자한다. 리스크가 많은 초기투자 특성상 한 스타트업에 지나치게 집중했다 실패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한 당초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CVC를 허용한 취지는 지주회사 내 유보금을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해외 투자 완화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외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