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열풍이 약국까지? ‘메딜리티’ 56억원 프리 A 투자 유치
56억원 투자 유치 메딜리티 “의약품 관리 자동 솔루션 개발에 박차” ‘약국에 부는 디지털 전환 바람’ 바이오 업계 프리 A 투자 활성 방대한 데이터-적극적 투자 유치, 약국 DT 전환에서 우위 선점할까
인공지능(AI) 기반 약국 디지털 전환 스타트업 메딜리티가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3일 밝혔다. 56억원 규모의 이번 투자는 KB인베스트먼트의 주도로 한국산업은행, 카카오벤처스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기존 시드 투자사인 비에이파트너스는 후속 투자를 검토 중이다.
바이오 업계 투자 열풍 배경에 의료계 디지털 전환이?
메딜리티는 AI를 활용해 약국 내 비효율성 개선을 목적으로 2020년 설립됐다. 3년 차에 불과한 스타트업이 최초 투자에 해당하는 시리즈 A보다도 한발 앞선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는 사례는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흔히 포착되는 일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과감히 발을 담그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며 빚어진 현상으로, 그 배경에는 업계 전반에 불어 닥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 열풍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딜리티는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시장 확대를 위해 의약품 재고 관리 자동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과제로 선정된 의약품 자동 검수 솔루션 역시 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메딜리티가 운영 중인 알약 카운팅 앱 ‘필아이(Pilleye)’는 스마트폰 카메라 촬영으로 최대 1,000정의 알약을 셀 수 있다. 정확도는 99.99%에 달하며 직접 눈과 손을 이용해 알약의 수량을 계산하던 의료 서비스 제공자들의 시간을 약 130만 시간 이상 절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약사들이 알약을 세는 데 할애한 시간을 더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 것은 물론 모든 데이터가 기록되고 정리된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필아이는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가 과거 10년 넘게 약국을 운영하며 축적된 경험에서 탄생했다. 박 대표는 미국의 사례에 주목했다. 미국은 올해부터 약의 생산과 유통, 처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약 재고관리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 경험한 환자들 “번거로움 크게 줄어”
전 세계에 불어닥친 DT(디지털 전환) 열풍 역시 메딜리티의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하는 움직임을 의미하는 DT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의료계로 영역을 넓혔다. 실제로 미국 내 원격진료는 2019년 7%에 불과했지만, 팬데믹 당시에는 50%에 근접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 약국 체인 월그린과 CVS 등은 디지털 기술 도입을 서둘렀다. 이들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환자의 백신 접종 여부 등을 관리하는 것을 비롯해 약 배송, 드라이브스루를 통한 픽업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한국 역시 팬데믹 기간 한시적 허용으로 371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경험한 비대면 진료는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병원과 약국에도 DT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직접 병원을 찾지 않아도 진료와 처방이 가능한 DT의 편의를 경험한 소비자들은 “가벼운 진료를 위해 병원과 약국을 방문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재진 환자 중심-약 배송 불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한계로 지적
다만 지난 6월 실시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만족도는 극명히 갈리는 상황이다.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법적 근거는 엔데믹의 전환과 함께 사라졌지만,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된 비대면 진료에 다수의 허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소비자는 비대면 진료가 재진 환자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불만을 내비쳤다.
약사들도 비대면 진료의 허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재진 환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진료에서 비급여 의약품의 경우 초진과 재진 여부를 모니터링 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혼선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진료는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약은 직접 약국을 찾아 수령해야 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을 직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서울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처방전을 발행할 때 ‘처방 코드’를 기재해 초진 및 재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한 가능성 포진’ 약국 DT 전환
이처럼 의료계 전반에 불어닥친 DT 열풍에서 투자자들은 의약품 관리 자동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메딜리티의 미래를 밝게 내다본 것으로 풀이된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약사 출신 대표가 직접 겪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만큼 약사의 업무 전반을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박상언 메딜리티 대표는 “지금까지의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알약 데이터를 독점 확보할 수 있었다”며 “약국의 DT를 통해 세계 보건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에서 볼 수 있듯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전무하다는 점은, 곧 약국의 디지털 전환에 무궁무진한 기회가 숨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대면 진료의 편의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따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약국 DT의 흐름에서 방대한 데이터 확보와 적극적인 투자를 등에 업은 메딜리티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