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완성품 내놓겠다는 테슬라, 업계서는 “시기상조” 비판
FDS V12 ‘베타 버전’ 아닌 완성품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여, 업계 우려 가중 자율주행 시장에 기대 거는 정부, 모빌리티 로드맵 등 ‘길 닦기’에 열심 경기 침체로 외면받는 ‘돈 먹는 하마’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 늦춰질 가능성 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내년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정식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암시했다. 2일 머스크 CEO는 내년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FSD(자율주행 소프트웨어) V12가 ‘베타’라는 명칭을 빼고 출시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한다. 명확한 수익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자율주행 기술이 사실상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는 가운데, 경기 침체로 인해 앞으로 각 기업의 관련 투자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급한 상용화 선언, 업계 우려 가중
지금껏 테슬라는 자사의 ‘완전 자율주행’ 기능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베타 버전’이며, 여전히 시험 주행 중이라고 밝혀왔다. 실제 미국에선 일부 테슬라 운전자만이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이상 FSD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FSD V12가 출시될 경우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베타 버전이 아닌 ‘완성품’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FSD를 정식 배포한다고 해도 차후 다양한 제약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전망한다. NHTSA에 따르면 테슬라의 2단계 자율주행 ADAS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는 736건의 충돌 사고에 연루됐으며, 2014년 운전자 보조 기능이 출시된 이후에는 총 17명이 사망했다. 그런 만큼 충분한 안정성 검증 없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인명 피해와 법적 분쟁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3분기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EV9을 출시할 예정인 기아자동차는 일부 고속도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제한을 둔 상태다.
시장에선 2030년에 가까워서야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한다. 전략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35년쯤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하면서 총 59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자율주행’ 기대 거는 우리 정부, 그 실상은?
현재 우리 정부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에 힘쓰고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이른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2027년 완전자율주행 단계인 레벨4 상용화를 목표로 부분 자율주행 단계인 레벨3를 우선적으로 상용화하고, 레벨4 관련 제도를 오는 2024년까지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자율주행차 임시 운행 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임시 운행 허가제는 현재 연구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실제 도로 운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레벨3 이상의 차량은 이 같은 신속 허가제를 활용해 일부 교통약자 보호 구간을 제외한 전국 도로에서 주행이 가능하다. 지난달 기준 자율주행차량 258대가 전국에서 시험 운행 중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각 지자체가 시범운영지구를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자율주행 여객 운송 제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5년 레벨4 버스·셔틀을 우선 출시하고 2027년엔 레벨4 승용차를 출시, 인프라 구축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레벨4 상용화가 그렇게 단기간 내 가능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레벨3 차량을 양산하는 국내 기업은 1~2개 완성차 업체에 그칠뿐더러, 내로라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수익성’의 한계에 부딪혀 레벨4 개발에 백기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수익성’
게다가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 확실한 수익 구조가 없다. 수시로 기술 연구·개발을 위한 기업의 ‘자금 수혈’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를 덮친 경기 침체로 인해 완성차 기업들의 자율주행 관련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투자가 끊기며 기술 개발을 멈추거나, 심지어는 파산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과 포드가 투자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아르고AI’는 지난해 10월 시장에서 발을 뺐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수익성까지 갖추려면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입하며 최소 5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이 같은 부담을 감당하기엔 너무 ‘먼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르고는 한때 시총 70억 달러(약 9조8,700억원)를 웃돌며 시장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수익성이라는 벽 앞에 허무하게 무너진 것이다.
50억 달러(약 6조5,475억원)가 투입된 GM의 ‘크루즈’도 유료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행한 지난해 2분기 하루 500만 달러(약 65억4,750만원)씩 적자를 기록했고, 현대차그룹과 미국 앱티브가 합작 설립한 자율주행 법인 모셔널 또한 지난해 7,5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모셔널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0년 2,315억원, 2021년 5,162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불어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심축인 포티투닷도 지난해 5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분기 포티투닷에 대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대다수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진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자금 공급 여부까지 불투명해지며 시장 전반의 발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경기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대다수의 기업은 불확실성이 강한 자율주행 투자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정식 출시를 선언하고 나선 테슬라 역시 현재 자율주행 부문 수익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테슬라의 레벨4 소프트웨어가 자율주행계의 선두 주자가 될지, 도로 위 시한폭탄이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