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상황 악화로 TV 사업부 매각 타진하는 디즈니, OTT 입지도 ‘위기’

악재 겪는 디즈니, TV사업부 매각으로 단기 손실 해결하나 디즈니 만큼 어려운 국내 방송사들, 본질적인 문제는? ‘완전 포기’는 않겠다지만, 실질적 해결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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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컬처레저

디즈니가 유선 TV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OTT 공룡 넷플릭스에 밀린 탓이다. 타 기업에 밀리기 시작한 인도 시장도 포기를 타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 보니 일각에선 디즈니가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손을 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에서 ‘디즈니’라는 기업이 갖는 위상(점유율)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디즈니, TV 사업부 매각 검토

13일(현지 시각) 밥 아이거 디즈니 CEO(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임기를 2026년까지 2년 더 연장하면서 TV 사업부의 경우 임기 내 매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거는 “그룹의 TV사업을 재평가해야 한다”며 “몇몇 사업은 자해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현재 ABC 방송국이나 스포츠채널인 ESPN, OTT인 디즈니+(디즈니 플러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CNBC는 디즈니가 ABC 방송을 팔거나 ESPN 채널에 대한 재무적, 전략적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즈니는 자사가 지닌 TV 사업을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이거는 “우리의 핵심은 네트워크에서 나온 창의성”이라고 강조했다. OTT 등 TV 사업의 일각만 붙잡을 이유가 없다는 건데, 이는 곧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TV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디즈니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디즈니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기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디즈니는 7,000명의 정리 해고를 진행 중이다. 또 스포츠를 제외한 콘텐츠에서 30억 달러(약 3조7,974억원), 비 콘텐츠 비용에서 나머지 금액으로 구성된 55억 달러(약 6조9,619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적자 이어지는 디즈니, 인도 시장서도 발 뺀다

적자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에서 점차 발을 빼는 모습도 관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즈니는 인도 사업부 중 하나인 ‘스타 인디아’ 채널을 두고 매각이나 합자투자 등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스타 인디아는 디즈니가 지난 2019년 스트리밍 사업 확장을 위해 713억 달러(약92조5,000억원)를 지불하고 21세기폭스를 인수할 때 함께 넘겨받은 자산 중 가장 가치가 높다고 평가받은 부문 중 하나다.

당시 거래를 통해 디즈니는 인도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 크리켓 리그인 ‘인디언 프리미어리그'(IPL) 방송권 및 스트리밍 권한을 획득하는가 하면, 여러 언어로 된 수십 개 TV 채널과 발리우드 영화 제작사 지분까지 얻게 됐다. 특히 당시 무료로 서비스되던 스타 인디아의 ‘핫스타’ 모바일 스트리밍은 월 1억5,000만 명에 달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를 거느릴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 글로벌과 인도 현지 업체의 합작법인인 ‘비아콤18’이 등장하며 상황은 달라졌다. 점차 인도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던 디즈니가 결국 크리켓 경기 중계권마저 빼앗기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핫스타는 지난해 3분기에만 800만~1,0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 시장 내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디즈니는 인도 시장 내 점유율을 완전히 잃기 전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자체를 포기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시장도 디즈니의 손을 벗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OTT도 수익성 악화 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韓 방송·스트리밍계 상황도 어려워

재정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디즈니만이 아니다. 국내 방송사들의 최근 성적표는 ‘F’에 가깝다. 특히 MBC는 2017년부터 –565억원(2017)→-1237억원(2018)→-966억원(2019)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KBS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2억원(2017)→-585억원(2018)→-759억원(2019)으로 손실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SBS는 +140억원(2017)→+7억원(2018)→+60억원(2019)으로 영업이익을 보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토종 OTT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는 1,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6% 확대된 수준이다. 웨이브도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로 불어났다. OTT 업계의 ‘공룡’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토종 OTT들의 경쟁력도 점차 시들고 있는 모양새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종이신문’ 시장이 여전히 살아남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방송의 수요는 오히려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다소 수요가 줄어든 건 사실이나, 문화 콘텐츠 시대에 있어 ‘방송’은 사람들에게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도 방송사의 적자가 지속되는 건 콘텐츠 제작 비용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수요가 아무리 적다고 한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적다. 애초부터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반면 방송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몇억에서 많게는 몇십억까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디즈니가 TV, 스트리밍 사업을 완전히 접는 건 아니다. 지난 2016년 디즈니는 넷플릭스, 아마존 같은 회사들과 독점 거래를 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콘텐츠마다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나을지 조사해 본 결과, 스트리밍 사업이 빠르게 커지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디즈니가 자체 서비스를 만드는 게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이거 CEO는 “디즈니+로 몇 년 동안은 돈을 잃을 수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수십 년 먹거리를 마련했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디즈니가 TV, OTT 등 방송 미디어 사업부에 갖는 기대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디즈니가 넷플릭스라는 거대 공룡에 맞서는 동안 약 400만 명의 구독자를 잃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손해와 자금 압박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당장은 TV 사업부 매각으로 손해를 메꿀 수 있을지 몰라도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디즈니가 보다 실질적인 출구전략을 구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