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위해 막대한 돈 먹는 OTT, 콘텐츠 아닌 다른 수익 창출도 고려해야
포화상태인 전 세계 OTT 시장, 누적되는 손실액에 대세론 저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넷플릭스’만 생존, 티빙·왓챠·디즈니플러스 등 적자 호소 10조원 손실에도 버틴 디즈니플러스, 다각화된 수익구조로 생존한 것
전 세계 OTT 시장의 성장세가 꺾인 탓에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심지어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으며 업계는 ‘생존’이라는 키워드까지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금을 투입한 양질의 콘텐츠 제작 말고는 돌파구가 없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OTT 산업의 실상, 넷플릭스 빼고 전부 고전 중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미디어 업계의 중심축은 TV, 극장 등 전통 미디어에서 OTT로 이동했다. 닐슨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내 TV 시청자 중 36.4%가 OTT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동 기간 케이블TV 이용자는 31.1%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통적인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2020년 초 이후 OTT 사업에서 약 200억 달러(한화 약 26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OTT 서비스 자체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증가해 사업자 간 경쟁이 격화된 탓이다.
매월 다른 OTT 플랫폼으로 갈아타며 콘텐츠를 정주행하는 ‘메뚜기족’의 증가도 수익 안정성 저하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뿐만 아니라 콘텐츠 이용 시간도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야외활동 증가로 감소 중이며, 거시 경제 둔화로 광고 시장까지 위축돼 마땅한 수익 창출 방법마저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투자회의론이 제기됐다. OTT 사업구조 자체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런 막대한 자금 투입이 콘텐츠의 성공을 보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2020년 말 이후 파라마운트글로벌, 컴캐스트,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의 시가총액 총합은 약 2,800억 달러(약 364조원)나 줄었다. 이마저도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에 성공한 넷플릭스의 호재로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토종 OTT도 적자, 경영 위기에 합병까지
한국 OTT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모바일인덱스의 발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6월 MAU(월간 활성화 지수)가 1,142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티빙이 그 절반 수준인 519만 명, 쿠팡플레이가 487만 명, 웨이브는 395만 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토종 OTT 업체 3사가 합쳐야 넷플릭스 하나를 겨우 상대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OTT 플랫폼의 2022년 영업손실액은 ▲티빙 1,191억원 ▲웨이브 1,213억원 ▲왓챠 5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넷플릭스가 올해 1분기에만 17억1,400만 달러(약 2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심지어 왓챠는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지며 경영 지속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티빙과 웨이브 양사는 적자구조를 개선하지 못해 지난 4일부터 본격적인 합병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플레이의 운영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거대 유통 기업인 쿠팡을 기반으로, 화제성 높은 대형 이벤트를 기획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구독자 수를 늘렸다. 또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쿠팡플레이 이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OTT 업계에서 일종의 ‘편법’을 사용해 구독자 수를 늘린 셈이다.
콘텐츠로는 한계 분명, 사업구조 개편해 수익성 확보해야
지난 2019년 OTT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된 디즈니플러스 역시 시장이 디즈니 콘텐츠에 갖는 기대감, 타 업체에 비해 낮은 구독료로 구독자 수를 늘려왔다. 이로 인해 출범 초반 약 2억 명의 구독자를 모았지만, 막대한 양의 콘텐츠 제작비, 마케팅 비용 등으로 지난 3년간 약 10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해 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유료 가입자 수가 240만 명 감소해 위기를 가시화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즈니가 아닌 다른 기업이었다면 이같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넷플릭스에는 없는 애니메이션 등 흥행보증수표가 없었다면 디즈니플러스는 진작 망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분기 영업실적 발표를 통해 “디즈니의 OTT 사업이 ‘최우선 순위’(No. 1 Priority)”라며 “2024년까지 반드시 흑자를 기록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올해 들어 미국 나스닥 시장은 30% 이상 상승했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OTT 시장의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회복을 위해 디즈니플러스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신데렐라>나 <미키마우스> 같은 디즈니의 기존 메가 히트 캐릭터들의 재가공을 비롯해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OTT 시장은 이전과 같은 수익을 확보하기에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서는 핵심 전력을 재정비하고 쿠팡플레이처럼 플랫폼 전략을 아예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