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 빗장 푼 정부, 문제는 비용

‘노원 재건축 사업 1호’ 단지 태릉 우성 안전진단 E등급 ‘통과’ 서울시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 기준’ 마련, 재건축 지원한다 규제는 해치웠다, 남은 관건은 ‘비용 절감’

160X600_GIAI_AIDSNote

전 정부의 엄격한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로 인해 고배를 마셨던 재건축 단지들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2차 안전진단은 전 정부 재건축 규제의 중심이었지만 현 정부가 건설 부문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다만 안전검사 부담은 줄었으나, 원자재 비용 및 금리 상승 환경 속에서 결국 비용이라는 변수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6월에는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올림픽 패밀리 아파트,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등 속칭 ‘올림픽 3대장’이 나란히 안전진단을 통과하며 재건축을 위한 첫 고비를 넘겼다. 재건축 사업 속도가 빨라지면서 송파 일대에는 1만 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업성 확보나 고도 제한 등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규제 완화에 따른 재건축 활기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노원 재건축 사업 1호’ 단지 태릉우성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25일 단지가 안전진단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E등급(42.59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1985년 건설된 태릉우성은 완화된 재건축 규정에 따라 광장 극동에 이어 두 번째로 안전진단 절차를 완료했다. 이로써 태릉우성아파트는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모두 무사히 통과해 본격적인 재건축을 눈앞에 두게 됐다.

앞서 이 단지는 2020년 10월 정밀안전진단(1차)에서 48.98점으로 D등급(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지만, 이어진 적정성 검토(2차)에서 60.07점으로 C등급(재건축 불가)을 받으며 최종 탈락했다. 1차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단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당시 2차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셨던 이유는 지난 정부에서 내놨던 6·17대책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기준을 기존 20%에서 50%로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올 초 다시 안전진단에서 구조 안전성 기준을 30%로 완화하면서, 2년 만에 재건축 재추진의 동력을 얻은 것이다. 한 지역 공인중개사는 “지구단위계획을 적용받는 노원구 내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장과 달리 태릉우성은 이런 규제에서 제외돼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임 정부 시절에는 서울에서만 태릉우성 등 7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성 검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현 정부가 안전 검사 규정을 완화하면서 이들 단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동부그린(구로구 오류동) △목동아파트 9-11단지(양천구 신정동) △고덕주공9단지(강동구 명일동) △광장 극동(광진구 광장동) △불광 미성(은평구 불광동)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하나둘씩 안전진단 준비하는 단지들

안전진단을 앞둔 단지들도 줄줄이 절차를 밟을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목동 9-11단지, 동부그린, 고덕주공9단지 등 여러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이 가운데 고덕주공9단지는 강동구청에 정밀안전진단 신청을 마무리한 상태다. 목동9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지난 5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사업 보조 신탁사로 선정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동9단지 관계자는 “안전진단이 다른 목동 재건축 단지보다 오래 걸렸지만, 적정성 검토가 면제된 만큼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재건축을 원하는 노후 단지에 대해 안전진단 비용을 최대 100%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재건축 사업 추진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는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지원 기준’을 마련하고 지난 5일 각 자치구에 배포했다. 이 기준에 따라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각 자치구별 예산과 여건에 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

마지막 ‘변수’ 증가하는 건설 비용

많은 규제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비용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목동9단지 재준위 관계자는 “안전진단 이슈는 앞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게 더 이상 이슈가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효율적인 사업 방식과 함께 진행 비용을 어떻게 줄이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추가 사업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과 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재건축 단지에 실거주하는 1주택 소유자를 중심으로 비용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이달 현재 시멘트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33%, 콘크리트 블록은 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신규 수주액은 4조5,227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03억원) 대비 32.51% 감소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77.3%, 61.9% 감소하며 수주액이 큰 폭으로 줄었다. GS건설도 65.3%의 수주 감소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공권을 우선시해 낮은 공사비로 입찰할 경우, 준공 후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주거용 건축물 공사비 지수는 20% 이상 상승했으며, 올해 5월까지 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만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