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기술지주회사로 눈길 쏠린 ‘IP펀드’ ① 대세의 중심 ‘IP’, 기술 발전 기대감 ↑

대학기술지주회사, IP펀드 ’64개’ 결성 IP 금융 규모 늘었지만, IP펀드 비중은 12.7%에 불과해 빠른 과제 해결 필요한 시점, 해외 진출까지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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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중심 기술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IP 기반 창업기업 투자조합’이 결성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충남대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지식재산권(IP)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에 대한 사업화라는 고유 목적에서 특허 확보를 통한 수익 창출까지, 그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제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 역시 IP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다.

대학기술지주회사, ‘IP 활성화’ 이끈다

20일 창업기획자 공시에 따르면 대학기술지주가 결성한 펀드는 64개에 달한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과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로, 현재 107개 대학이 참여해 81개 기술지주회사를 운영 중이다.

앞서 교육부는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 있어도 자금이 모자라 창업이 어려운 데다, 우수한 대학창업기업이 있어도 민간 투자를 끌어내기 어렵다는 현장 의견을 수렴, 지난 2017년 대학창업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써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창업펀드를 통해 자회사와 기술 유망 기업 등에 투자해 창업 전주기 지원은 물론 향후 지분 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대학기술지주회사에서 창출한 수익은 대학 R&D로 재투자된다. 선순환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이다.

대학기술지주회사의 최근 관심사는 단연 IP 투자 펀드다. 서울대기술지주는 2020년 ‘서울대 STH IP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서울대 STH IP창업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연세대기술지주도 이달 초 300억원 규모 ‘연세대학교기술지주 IP펀드’를 결성했다. 고려대기술지주의 경우 정부로부터 R&D 성공 판정을 받은 기업 또는 공공기술 이전 기업에 투자하는 ‘고려대 공공기술사업화 촉진 개인투자조합 제1호’를 지난 2019년 결성한 바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의 IP 투자 확대는 IP를 미래 산업을 주도할 무기로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또한 이같은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IP에 기반한 보증제도를 신설하고 IP펀드를 조성하는 등 IP를 투자·거래 대상으로 인식하고 특허에 기반한 자본 조달 통로를 마련했다. 그 결과 2013년 738억원에 불과했던 IP 금융 규모는 2020년에는 전년 대비 52.8% 증가한 2조640억원을 달성했다.

아직은 부족한 IP펀드

다만 이 중엔 IP 담보 대출은 1조930억원으로 53%에 달하며, IP 보증은 34.3%를 차지하는 등 간접투자 중심의 IP 금융만으로 이뤄져 있다. IP펀드 비중은 12.7%에 불과했다. 투자 대상이 되는 IP의 가치 정보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우리나라는 아직 IP 보유 기업과 사용기업 간 가치평가 차이로 인한 정보 비대칭 문제가 만연해 있다. 이것이 IP펀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해외는 IP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은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설립한 다수의 IP펀드를 통해 이들이 주도하는 IP 소송·인수합병(M&A) 등 투자금융 모델을 고도화했다. 영국은 민간 영역에서 IP금융을 주도하고 IP가치 평가 전문인력을 통한 IP투자를 활성화했다. 유럽은 정부주도형 벤처캐피털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특허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대학기술지주가 보유한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IP 확보를 통해 선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가 지난 2016년 애플, 브로드컴 등을 대상으로 와이파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1조원이 넘는 손해배상금 지급 명령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해외 대학은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IP를 소유함과 동시에 직접 투자함으로써 지분 가치를 높이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IP펀드 투자 활성화의 의의는?

물론 우리나라의 IP펀드 투자 활성화 시도가 아주 의미 없는 건 아니다. 대학이 보유한 IP는 물론 대학, 공공연구기관, 중소기업이 보유한 특허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을 보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현 연세대기술지주회사 대표는 “연구 성과만으로는 대학 재정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5년 넘게 펀드를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가 가진 지식재산을 정당하게 가치 평가를 받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IP펀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필수전략기술을 바탕으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특허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우리 연세대기술지주가 주요 투자 분야로 삼은 바이오 분야의 경우 인천 송도에 위치한 국제캠퍼스와 인근 바이오 대기업과 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연세대기술지주는 창업기업 육성과 IP 펀드 수익화라는 두 가지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기술창업 생태계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소 뒤처진 韓 IP펀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한편 대학기술지주회사뿐만 아니라 기술사업화전문회사 역시 투자 기능을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IP를 통한 수익화에 강점을 가진 기술사업화전문회사가 액셀러레이터 라이선스를 취득해 투자를 확대하는가 하면 벤처펀드에 공동운용사로 이름을 올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액셀러레이터 등록을 마친 한 사업화전문회사 대표는 “딥테크 분야가 주목받으면서 어떤 IP가 사업화를 거쳐 현실화될 것인지 내다보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지원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투자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 투자 확대는 지속될 전망이다. IP 탐색 및 서비스화가 마지막 남은 과제다. 우리나라의 IP펀드는 다소 뒤처진 감이 있다. 하루빨리 과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 해외기관과의 공동 펀드 조성, 연구기관과의 협업 추진 등을 통해 IP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 또한 기대해봄직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