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원 프리 A 투자 유치한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로 지구 환경 지킨다
어글리어스, ‘못난이 농산물’ 비즈니스로 돈도 챙기고 환경도 챙기고 13억t가량 버려지는 농산물들, 지구 환경 다 망친다 유통 구조 한계 등 발목 잡는 요소 많아, 정책적 지원 필요할 듯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 어글리어스가 19억원가량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엔 기존 투자사인 스프링캠프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신용보증기금, 캡스톤파트너스, 땡스벤처스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고물가 상황에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어글리어스의 성장세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어글리어스, ‘맞춤형 서비스’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았다
지난 2020년 7월 설립된 어글리어스는 기존 유통시장에서 정한 규격과 달라 백안시되던 ‘못난이 농산물’ 상품을 전국 산지에서 공급받아 소포장 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2C(직거래) 커머스다. 다품종 소량의 랜덤 채소로 구성된 채소박스를 정기배송 서비스하는데, 가구 수와 취향에 따라 채소박스의 크기, 배송 주기, 원하지 않는 채소를 미리 선택해 맞춤형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못난이 농산물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좋은 품질의 농산물보다 30%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가격 대비 성능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먹을 만큼만’ 받아볼 수 있는 어글리어스의 비즈니스 서비스 덕분에 2040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싸고 약간 못생겼지만 좋은 품질의 야채를 내 마음대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어글리어스의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폐기 농산물은 지구 오염의 주원인
어글리어스란 이름엔 두 가지 뜻이 있다. ‘못생긴’이란 뜻과 ‘Ugly Earth’, 즉 농산물이 예뻐야 한다는 통상적인 기준이 지구를 오염시킨다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다. 상품성이란 본래 상거래를 목적으로 가치를 갖는 성질을 뜻한다. 농산물에 있어 상품성은 곧 농산물 등급인데, 그 기준은 대체적으로 ‘외형’이다. 똑같은 맛을 갖고 있어도 외형 하나 때문에 ‘못난이’라는 라벨이 붙어 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농산물의 약 1/3(13억 톤가량)이 외적인 기준 미달로 인해 버려지고 있다. 모양과 크기, 중량 등이 판매하기에 용이하지 않단 이유로 헐값에 처분되거나 폐기되고 있는 것이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못난이 농산물을 폐기할 때 발생하는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버려지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매년 약 15조L의 물과 90만 톤 이상의 비료가 낭비된다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어글리어스는 이 같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레시피를 만들거나 농가 이야기 등 콘텐츠를 구성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한다. 또 자체 농산물센터를 구축해 상품의 품질과 조달·포장 등 유통 과정을 관리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출’하고 있는 셈이다. 어글리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농가와 접촉해 얻어낸 못난이 농산물은 약 555톤에 달한다.
고물가 이어지자, 못난이 농산물 ‘상한가’
최근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마트 업계 관계자는 “3,000원대에 판매되던 시금치와 오이가 할인 행사로 2,000원대로 내려오게 되면 판매양이 2배 이상 늘어난다”며 “고물가 상황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당연히 상생 과일과 채소를 찾는 수요도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어글리어스 외 기업들도 못난이 농산물 공급에 나섰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11번가의 가성비 브랜드 ‘어글리러블리’다. 어글리러블리는 고물가 상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2020년 론칭 후 어글리러블리의 매출은 최근 7배까지 증가했다.
SSG닷컴도 농가와 함께하는 못난이 농산물 기획전을 진행한 바 있다. B급 농산물을 반값 수준으로 할인해 판매하는 식이다. SSG닷컴은 이번 행사를 위해 전국 각지 농가에서 판매가 어려운 과일 및 채소류를 직접 사들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를 통해 수도권에서의 판매 촉진에 나섰다. 사과, 배, 샤인머스캣 물량을 확보했으며 태풍과 폭우로 피해를 본 농가 지원을 위해 무와 고추, 가지 등도 할인 판매했다.
최근 국내 규격 외 농산물 시장의 규모는 5조원까지 대폭 확장됐다. 그런데도 농가 유통 구조의 한계 등 이유로 잉여 농산물을 제대로 수익화하지 못해 폐기되는 농산물이 적지 않은 형국이다. 폐기 농산물은 환경문제와 관련이 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유통 관리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못난이 농산물이 등급 외 상품으로 일괄 분류된다는 점도 다소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모든 농산물에 대한 신선도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못난이 농산물 소비 촉진을 통한 환경문제 인식 제고를 위해선 하루빨리 정책적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