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 이어지는 흥행 참패에 증시마저 흔들려, ‘디즈니+’도 존립 위기

창립 100주년 디즈니, 전례 없는 ‘위기’ 맞았다 올해 흥행 성공 못 한 디즈니, 내년까지도 여건 안 좋을 듯 이미 깨진 ‘디즈니 vs 넷플릭스’ 구도, 앞서가는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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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월트디즈니의 행보가 불안하다. 디즈니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콘텐츠 부문에서 이렇다 할 만한 히트작이 나오지 않는 것은 물론, 테마파크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까지 줄어들면서 사실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패 못 면한 디즈니,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

1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증시(S&P500 기준)가 15% 가까이 오르는 동안 월트디즈니(NYS:DIS)의 주가는 1%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밥 아이거(Bob Iger)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화려하게 복귀한 뒤 성장 촉진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디즈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의 심각한 적자와 경영진 승계 이슈,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정치적·법적 공방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디즈니 펀더멘털에 대한 불확실성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콘텐츠 부문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히트작이 전무한 상황에서 올겨울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마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디즈니는 본격적인 하락세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마블과 스타워즈 등 프랜차이즈 시리즈에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이들 시리즈가 새로 유입되는 팬들에게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디즈니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영화와 OTT 분야에서 흥행 참패를 겪은 디즈니는 현재 상당한 수익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디즈니는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성장을 위해 지난 몇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진행,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디즈니+)’를 성장시켰다. 출범 초기 실제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하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늘어나는 만큼 영업적자도 함께 늘어났다. 지난해 디즈니의 영업적자는 4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계속되는 적자 탓에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중단했고, 한국에서도 OTT 콘텐츠팀을 전원 해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디즈니+ 사업 자체를 철수한단 소문까지 돌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디즈니랜드/사진=디즈니

믿었던 디즈니랜드마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그나마 굳건히 버터오던 테마파크 사업마저 흔들리면서 디즈니의 저변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독립기념일 연휴는 디즈니월드의 블록버스터급 이벤트 데이였다. 그러나 여행 데이터 업체 투어링 플랜즈에 따르면 지난 4일 디즈니 테마파크 교통량은 10년 이래 가장 저조했다. 또 디즈니월드 매직킹덤의 고객 평균 대기시간도 27분에 그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47분)은 물론 지난해(31분)와 비교해도 짧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위축된 가운데 디즈니의 가격 인상과 무료 편의시설 폐쇄 등 테마파크 운영 변경, 기록적인 플로리다의 폭염 등이 맞물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유아동 대상 동성애 교육 금지법과 관련해 디즈니가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무의미한 정치적 싸움을 이어가면서 보수적 부모를 중심으로 디즈니 테마파크와 영화에 대한 조용한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이란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에서도 투자의견 및 목표가 하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는 120달러에서 110달러로, 루프 캐피탈은 125달러에서 110달러로 디즈니의 목표주가를 낮췄고, 키방크도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유지’로 하향 조정했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포스터/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사실상 ‘망조’?

디즈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사실상 망조의 길에 들어섰다. 관객들은 대체로 스토리와 전개가 빈약하고 그저 향수만 자극하는 연출과 과한 CG가 영화 전체를 해친다는 평가를 남겼다. 최고의 IP, 최고의 배우, 최고의 소재를 갖고도 ‘이런 것’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분노에 찬 평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때문일까,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호러영화 <인시디어스:빨간 문>이 공개되자마자 박스오피스 1위의 왕좌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은 7~9일 매출액 2,650만 달러에 그치며 주저앉은 모양새가 됐다. 누적 매출액도 1억2,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화 제작비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제외하면 약 3억 달러에 달한다. 일각에선 이 상태로 가다간 제작비마저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즈니 하락세, 넷플릭스 독주체제 굳어지나

디즈니가 뒷걸음질 치는 동안 OTT 플랫폼 업계의 공룡인 넷플릭스는 더욱 몸집을 키우는 모양새다.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월간 사용자 수(MAU) 집계 결과 넷플릭스가 1,156만 명으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디즈니+는 181만 명으로 넷플릭스보다 한참 뒤떨어졌다.

현재 OTT 업계 시장 상황은 넷플릭스 1강 구도로 지속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국내·외 OTT들은 출혈 경쟁을 펼치며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정작 실적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들의 재무 상태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지난해 기준 티빙은 1,191억원, 웨이브는 1,213억원, 왓챠는 55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집중했으나 큰 성과를 보지 못한 탓이다.

국내 OTT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즈니마저 힘을 잃고 있다. 넷플릭스의 독주체제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디즈니가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에 국내·외 OTT들의 미래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디즈니는 산적한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주가 하락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2년 만에 반토막 난 주가는 디즈니의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최소한 내년까지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디즈니는 어떤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을까. 디즈니가 다시금 힘을 얻어 넷플릭스 1강 체제를 무너뜨릴 여력을 보일 수 있을지에 국내·외 OTT들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