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케어] 고령사회에 떠오르는 실버테크 ② 디지털 헬스케어

목전에 다다른 초고령 사회: 케어할 노인 많아지는데, 케어할 인력은 부족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케어의 만남, 관련 서비스 출시하는 기업 많아져 복약지도, 지역소식 전달 등 종합 돌봄 서비스도 제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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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후기 고령사회(Post-aged Society)’ 또는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뒀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 3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인구수는 5,141만4281명이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는 939만7,055명으로 전체의 약 18.3%를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시니어케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 요양보호사나 전문간병인의 수급난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에 현재 국내 시니어케어 분야 스타트업들은 헬스케어 자동화를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케어를 접목한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케어의 만남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개인의 건강이나 질병에 맞춰 필요한 의료 서비스 혹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기존 헬스케어가 아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는 2021년 기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매출 규모가 약 1조8,227억원을 돌파했으며,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29.5%씩 고속 성장해 약 826조5,523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불과 2년 뒤인 2025년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에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도 시니어케어 분야의 가파른 성장을 예측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2월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TheVC에 의하면 2022년 ‘헬스케어-간호 분야’ 스타트업에 총 12건의 투자가 이뤄졌으며, 공개된 투자금 483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앞서 2021년에도 총 10건의 투자로, 공개된 투자금 556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시니어케어 분야 스타트업에 2년 동안 22건, 공개된 금액만 1,04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도 시니어케어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서비스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돌볼 수 있는’ 인력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만성질환 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닥터 다이어리’가 대표적이다. 닥터 다이어리는 혈당 관리를 통한 체중 관리 프로그램 ‘글루어트’를 통해 몸속 주요 에너지인 포도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전문가 강의, 1대1 코칭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비대면 토탈 라이프케어를 목표로 하는 ’코레시옹비탈레’의 경우 일반 이용자 및 만성질환자가 모바일상에서 진료, 처방, 약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종합 디지털 플랫폼 ‘우주약방’을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사 ‘그립팬’ 역시 헬스케어 기업 ‘와이에스바이오’와 함께 인공지능(AI) 기반 비만 원인진단 챗봇 ‘닥터유스’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개시했다.

간병인 스타트업에도 자동화된 케어 서비스 도입

고령인구의 증가로 간병 수요가 늘어나면서 간병인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던 관련 업체들도 지역 거점 센터를 구축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보호자가 여러 채널을 통해 직접 요양보호사나 전문 간병인을 찾는 기존 방식과 달리 플랫폼이 개인 및 기관과 요양보호사를 매칭해 주는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되는 추세다.

국내 대표 시니어 돌봄 플랫폼 ’케어닥’은 최근 방문요양돌봄셈터 직영센터를 오픈하며 지역 돌봄 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케어닥 측은 직영센터를 통해 전문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시니어 돌봄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시니어테크 기업 ‘케어링’도 요양보호사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개발해 본격적인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앞으로 지역 단위 방문요양 업체를 인수하고, 지역 거점 센터를 활용해 로컬 시니어 인프라를 확장하는 등 요양 서비스 인프라 가치사슬 분야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에서는 당뇨병 관리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를 도입했다. 이는 손끝 채혈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존 방법이 아닌 500원 동전 크기의 센서를 팔에 부착한 후 전용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센서에 갖다대 1초 만에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외에도 부정맥 환자의 정밀 진단을 위한 19g의 작고 가벼운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기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더인츠의 나비를 사용 중인 모습/사진=더인츠

디지털에 소외되는 노인 없도록

한편 고령사회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고령자 복약사고’ 역시 주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자의 경우 시력, 청력, 미각 등 감각기능이 둔해지는 데다 기억력까지 감퇴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복약 지도는 매우 중요하다.

이에 국내 노인 돌봄 서비스 전문 스타트업인 ‘더인츠’는 4차 산업기술과 제론테크놀로지(노인학과 기술의 합성어, Gerontechnology)를 융합한 ‘나비(나만의 약비서)’를 개발해 출시했다. 나비는 미복용 등 고령자의 복약 여부뿐만 아니라 과다 복약까지 방지하는 종합 복약 관리 솔루션이다. 고령자의 집 안에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로 고령자의 건강정보 측정을 위한 스마트 밴드, 노인 돌봄을 함께하는 가족용 앱, 데이터를 관리하는 서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할 수 있으며 걸음 수, 혈압, 맥박 등 건강정보 관리도 가능하다. 지역 소식 전달 등 삶에 활력을 주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임기채 더인츠 대표는 “고령자 2명 중 1명은 5가지 이상 약을 복약하고 노인 환자의 미 복용률은 30%에 육박하는 만큼, 고령자에게 복약사고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큰 문제”라며 “나비는 이를 해결할뿐더러 노인들에게 다양한 사회 소식을 받도록 해 노인의 사회참여도 유도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나비를 사용하던 한 노인이 집에서 정전 및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나비로 가족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조기에 응급상황을 신속히 대처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미래 사업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선정해 다가올 고령사회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시니어케어에 이목이 집중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