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초전도체 개발 논란에 담긴 한국의 도전 문화, 연구 문화
한국인 연구원들의 초전도체 개발 연구 진실 검증에 설왕설래 국내 대학 파키스탄 연구원, 한국 연구 문화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 누리꾼, 국내 역량에 대한 비판 목소리 새겨들어야
지난달 말 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위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다.
“자석 위에 둥둥 뜨는 상온 초전도체의 특성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가 하면 “전기 저항이 ‘0’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발표도 혼재돼 있는 가운데, 최근 한 파키스탄 출신의 국내 대학 연구자가 쓴 해외 커뮤니티 글이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는 모습이다.
국내 대학이 초전도체 연구를 제대로 했을 리 없다?
자신을 4개의 국내 대학 연구실에서 연구했던 연구원이라고 밝힌 파키스탄 출신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학의 연구 문화를 감안했을 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고급 연구가 있을 수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국내 대학 연구실들은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출·퇴근을 반복하는 구조인 데다 점심, 저녁 식사는 반드시 1시간을 지켜야 하며, 친구들과 채팅하며 놀더라도 12시간에서 15시간 동안 연구실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미덕인 연구실 문화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전도체 연구 자체는 사실일 수 있어도 한국인 연구자들에게서 이런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다는 지적을 이어가며, 시간 투입량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한국의 연구 문화를 감안할 때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가 한국 사회에서 진행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도 비슷한 모습이다. 국내 대학 출신의 연구자가 세계적으로 엄청난 도전, 노벨상 수상이 확실시될 만한 충격적인 도전에 시간을 쓴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파키스탄 출신 연구원의 주장에서도 나타나듯, 한국 사회의 대학 연구실 문화는 한국의 현업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고, 한국 기업들은 탁상행정, 무지, 무능 등의 주요 키워드로 대변되는 업무 문화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한국의 연구 문화, 어디에서부터 잘못됐나?
익명을 요구한 K모 대학의 한 교수는 “본질적으로 교육부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한국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며 “세계적인 도전을 하겠다는 연구, 실제로 그 연구를 수행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연구자에게 지원금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장 공무원들 임기 기간 내에 결과물을 기사로 낼 수 있는 연구, 그 기사가 여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연구에만 집중적으로 자금이 투입되는 근시안적인 예산 배정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 사회에서는 연구하고 싶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공감대가 넓은 사고방식이라며 “연구 열정을 가진 학생은커녕, 실력을 갖춘 학생도 없는데 교수도 혼자서 연구를 이어 나가는 것은 불가능”이라는 의견을 냈다. 스위스AI대학의 이경환 교수는 “교육부의 비합리적인 요구 탓에 결국 해외에 대학을 설립했다”며 “학사 운영, 연구 조직 운영 등에 정부 지원금을 전혀 받을 수 없지만 그만큼 규제도 없어 오히려 홀가분하게 연구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및 대학원생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교수가 연구 전권을 갖고 논문 제조에 시간을 쓸 뿐, 연구자의 창의성을 독려하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실험이나 연구를 추진할 수 있게 내버려 둘 수 없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교수, 기관 등의 각 분야에서 연구 문화를 개혁할 의지는 있으나, 본질적으로 학생들 수준과 창의성이 글로벌 시장의 우수 대학들 대비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같은 시스템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이 받쳐줘야 하나, 한국의 대학 연구실들은 일부 교수를 제외하면 역량을 갖춘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초전도체 논란을 떠나 한국 사회의 연구 문화 속 문제점부터 찾아야
누리꾼들은 이번 초전도체 논란 중 국내 인력들이 검증에 나설 수도 없을 만큼 역량이 부족한 것에 대한 점도 지적한다. 수학, 과학 등에 대한 지식 습득에 바쁘지, 집중력을 높여 창의적인 연구를 하는 것에 소홀하다보니 가능성이 낮아 외면당한 초전도체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전혀 없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 SNS, 커뮤니티 등에서 수집한 이번 초전도체 관련 누리꾼들의 빅데이터 여론에 따르면 실험 내용에 대한 검증 관련 키워드는 ‘세계’, ‘중국’, ‘일본’, ‘미국’ 등의 해외 검증 기관에 대한 언급만 나올 뿐, 국내의 전문 연구 기관에 대한 언급은 나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