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친환경 에너지’ 모아 수익 올린다? VPP 전력 중개 스타트업의 도전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한 브이피피랩, 전력 중개 필두로 신재생에너지 사업 운영 전국에 흩어진 ‘분산 자원’ 모아 수익 내는 ‘VPP 전력 중개’ 비즈니스 각광 해줌·SK에코플랜트 등 쟁쟁한 VPP 시장 경쟁사, 승기 잡는 건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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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이피피랩

전력 중개 플랫폼 스타트업 브이피피랩이 임팩트 투자사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에서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일 밝혔다. 투자 규모는 비공개다. 브이피피랩은 포스코에너지 사내벤처 1호 기업으로, 앞서 포스텍홀딩스의 IMP1호펀드와 재단법인 서울경제진흥원 등에서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브이피피랩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전력거래소, 기업, 개인 등 전력 소비자를 연계하는 전력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 △제주도의 잉여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실증사업 △발전량 예측 서비스 고도화 △실시간 전력 거래 시장 준비 등 사업 고도화 및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력 중개부터 RE100 컨설팅까지

브이피피랩은 전력 중개 서비스 ‘flow’를 운영하고 있다. 전력 중개사업은 전력 중개사업자가 예측한 발전량과 실제 발전량 오차가 적은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전력거래소 주관 사업이다. flow는 재생에너지 소규모 전력 자원이 정확하고 간편하게 전력 중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발전량 예측 및 입찰·정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flow는 발전량 예측을 위해 데이터 분석 및 AI 기술을 활용, 태양광, 풍력, ESS 등 분산 자원을 관리한다. 주요 자원(태양광, 풍력)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지능 학습 예측 모델을 통해 한층 정확한 발전량 예측이 가능하며, ESS 예측 데이터를 통해 발전량 예측을 한 번 더 보정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브이피피랩은 △발전소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발전소 자산관리 서비스 △재생에너지의 초과 발전이 예상되는 시간에 계획한 만큼 전력을 소비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인 플러스 DR(Plus Demand Response) 컨설팅 등도 운영한다. 브이피피랩의 플러스 DR 자원으로 등록하면 추가 전력을 사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다.

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Renewable Energy 100%(이하 RE100) 전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하기로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현재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한 바 있다. 브이피피랩은 기업의 상황에 맞는 RE100 재생에너지 목표 설정 및 이행 방법 등을 제안한다.

사진=브이피피랩

흩어진 에너지 한데 모으는 ‘VPP’란?

지금껏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전국에 산재해 있어 개별 관리가 쉽지 않았다. 기상 상황 및 시간·계절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달라지는 만큼, 전력망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출력 제한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VPP(가상발전소)’는 이 같은 자원 분산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다. 이때 전력 중개사업자는 분산 자원을 모집하는 사업자이며, 중개사업자가 모집한 분산 자원을 ‘VPP’라고 칭한다.

VPP 기반의 전력 중개사업은 재생에너지, ESS, 전기자동차 등의 분산 자원을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마치 하나의 발전소와 같이 통합해 운영한다. 흩어져 있는 재생에너지 자원을 모아 예측·제어·관리하고, 분산 자원의 운영 및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는 방식인 셈이다. 브이피피랩은 곧 제주에서 개설 예정인 실시간 전력 시장을 활용해 VPP 비즈니스를 본격화해 나갈 예정이다.

VPP는 소규모로 산재해 활용되지 못했던 분산 자원의 활용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분산 자원의 가시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2월 소규모 전력 중개 시장(한국형 VPP 제도)을 도입하기도 했다. 소규모 전력 중개 시장은 소규모 전력 자원에서 생산 또는 저장한 전력을 모으고, 이를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제도다.

점차 치열해지는 VPP 경쟁

국내 VPP 전력 중개사업 선두 주자로는 에너지 IT 기업 해줌(Haezoom)이 꼽힌다. 해줌은 2020년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에 선정되면서 이듬해 10월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전력거래소의 발전량 예측 대회에서 태양광·풍력 부문을 모두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지난 5월 전력 중개사업(VPP)에 참여하는 자원 용량이 1GW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기업의 RE100 컨설팅, 수요관리(DR) 및 전력 컨설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추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전략적 투자로 에너지플랫폼 사업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 3분기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기반 입찰 플랫폼 ‘파워젠(Power ZEN)을 론칭할 계획이다. 시험 운영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 정확도는 오차율 평균 약 4.6%다. 기존 전력 중개사업자들의 오차율이 통상 5%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이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재생에너지 모집 자원을 전국으로 확대, 정확한 예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망을 안정화하고 VPP 시장 확대에 기여할 계획이다.

RE100 확산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30년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량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기업 친환경 수요를 기반으로 VPP 시장 경쟁을 시작한 이들 기업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