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맥스 ‘또’ 정리 해고, 경쟁 포기 수순?

혹독한 구조조정에 넷플릭스 제외하고 유일한 흑자 달성한 맥스 맥스 간판 시리즈 ‘웨스트 월드’도 무료 채널 행 스트리밍 전쟁의 왕좌 넷플릭스 분명해지지만 단언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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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가 혹독한 구조조정 중에 있다. 16일(현지 시간) 버라이어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맥스의 스트리밍 마케팅 부서에서 여러 명의 직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확한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두 자릿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OTT 업계에서는 ‘교통정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WBD의 리더십

지난해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으로 탄생한 거대 미디어 기업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새로운 CEO로 데이비드 재슬러브가 취임했다. 재슬러브는 취임 이후 1년 넘게 비용 절감에 천착해 왔다. 재슬러브의 방식은 효과적이었고 월트 디즈니 컴퍼니와 같은 업계 거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해고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닌, 지난해 4월 HBO맥스와 WBD 간의 합병에 따른 조치로 재슬러브의 비용 절감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작가노동조합(WGA)과 미국영화배우노동조합(SAG-AFTRA)이라는 두 주요 단체의 파업과도 맞물려 더 주목받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합병 이후 WBD는 HBO맥스와 디스커버리플러스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 스트리밍 서비스인 맥스를 공개했다. 맥스의 가입자 수는 9,580만 명으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재슬러브는 인력을 줄일 뿐만 아니라 제작 예산도 삭감했다. 이에 따라 9천만 달러(약 1,204억원) 규모의 영화 <배트걸>과 오리지널 HBO맥스 프로젝트 등이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HBO맥스의 최고 콘텐츠 책임자를 포함한 7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등 유명 인사들의 퇴사도 이어졌다.

또한 에미상 5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호평을 받았던 맥스의 간판 시리즈인 <웨스트 월드>의 다섯 번째 시즌 역시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필요한 예산이 무려 1,000억원에 달하지만 아직 승인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익 증대를 위한 전략적 전환이란 명목으로 드라마 <웨스트월드>를 로쿠 채널과 투비같은 무료 플랫폼에 개시하기도 했다.

현재 재슬러브는 로열티나 클라우드 비용과 같은 유지 관리 비용을 이유로 스트리밍 라이브러리를 최소화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용 TV 프로그램 <더 낫투레이트 쇼 위드 엘모>와 청소년 드라마 <제너레이션>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까지 맥스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WBD가 제작 중단 등을 통해 상각 처리한 콘텐츠 규모만 35억 달러(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콘텐츠를 부실 자산 대하듯 처리하는 행보에 재슬러브를 향한 할리우드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평결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관점은 다르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는 미디어 부문에서 WBD를 ‘탑픽’으로 선정했다. 지난 5월 7일 골드만삭스는 WBD 주식에 대한 목표 주가를 낙관적으로 조정했다. 올해 1분기 WBD의 스트리밍 부문이 5천만 달러(약 669억원)의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부분의 흑자는 맥스 이전까지는 넷플릭스만이 달성한 업적이었다. 게다가 160만 명의 가입자가 추가로 유입되면서 월가의 기관들과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이 맥스의 재무상태표에 집중되고 있다.

한편 디즈니도 WBD의 비용 절감 위주의 운영 방식에서 힌트를 얻은 듯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디즈니에 다시 합류한 밥 아이거 CEO는 7,000명 이상의 해고를 단행했고, 디즈니+에서 콘텐츠 삭제를 감행했다. 시장 분석 업체 모펫 네이던슨의 마이클 네이던슨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디즈니의 구조조정은 콘텐츠 보유가 스트리밍 마진에 미치는 영향을 깨달은 WBD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OTT 챔피언 결정전

올해 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는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200주년까지 맞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디어 소비의 지형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콘텐츠 강자는 역사적인 거물이지만, 진화하는 스트리밍 전쟁 앞에서 온갖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겸손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재 OTT전쟁의 패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는 5억5,000만 달러(약 7,355억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전쟁의 초기 단계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확실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자사 플랫폼인 유튜브와 유튜브TV를 통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데다, 아마존 역시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빅테크들은 스트리밍의 잠재력과 수익성을 인식,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애플도 있다. 최근 3조 달러(약 4,012조원)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시가총액을 달성한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디즈니의 풍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와 애플의 자금력이 합쳐질 경우 스트리밍 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스트리밍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구독 경제 모델에 뿌리를 둔 전통적인 유료 OTT 플랫폼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무료 스트리밍 OTT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로 넘어가는 중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미국 OTT 사용자는 평균적으로 매달 48달러(약 6만3,000원)를 구독형 비디오 온디맨드(SVOD) 서비스에 지출한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 사용자의 약 1/3이 가까운 미래에 콘텐츠 구독료 지출을 줄일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구독 기반 플랫폼에 대한 경고다. 팬데믹으로 인한 소비자 구매 여력 저하와 난립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인한 콘텐츠 포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소비에 더욱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광고를 품은 무료 스트리밍 플랫폼은 점점 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